생각 14. 박근혜표 노동개악 내용정리

더불어삶의 생각 2015. 10. 13. 00:22

박근혜표 노동개악 내용정리

 

지난 9월 13일의 노사정 합의 이후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노동개혁’에 드라이브가 걸리고 있다. 말이 노사정 합의지, 한국노총을 들러리로 세운 정권의 사실상 일방통행이다. 새누리당은 이미 노사정 합의문에서 다뤄지지 않은 내용까지 포괄한 5대 노동입법을 제시했다. 

아래는 점점 구체화되는 박근혜표 노동개악의 내용을 4가지로 요약 정리한 것이다. ( 생각 12. 노동개혁으로 포장된 개악 을 함께 참조하면 좋음. 일부 겹치는 내용 있음)

 

1. ‘쉬운 해고

정부의 주장은 해고에 관한 명확한 법률 규정이 없으니 구체적 기준과 절차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번 9.13 합의문에도 3-2항에 “근로계약 체결 및 해지의 기준과 절차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하지만 정부측 주장과 달리, 현재 경영상 정리해고는 근로기준법과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그 절차와 요건 등이 명시돼 있다. 일반해고는 따로 규정은 없지만 근로기준법 23조(해고 등의 제한)에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나와 있다. 성과가 낮다는 이유로 해고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으며, 그동안 저성과 때문에 해고된 경우 법원에서도 이를 통상적인 해고의 정당한 사유로 평가하지 않았다. 정부의 의도는 이 ‘저성과’를 이유로도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을 법 개정도 아니고 가이드라인(시행령) 발표를 통해 하겠다는 것이다.
일반해고 요건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기업들은 배치전환, 휴직 등 일정한 ‘절차’만 거쳐 저성과자 해고를 ‘맘대로’ 할 수 있게 된다. 성과가 높고 낮음을 평가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용자측이기 때문이다. 저성과자로 찍은 사람을 위로금, 명퇴금 없이 해고 가능하기 때문에 ‘쉬운 해고’는 ‘값싼 해고’로도 불린다. 노동법의 기본정신에 어긋나는 불법적인 해고가 버젓이 합법으로 자리 잡게 된다. KT에서 해고대상자를 일부러 울릉도로 발령 내고 전봇대를 타게 했던 일이 남의 일이 아니다. 

 

2. 취업규칙 변경 임금 삭감

취업규칙이란 업무의 시작과 종료시각, 휴게시간, 휴일, 연월차 휴가, 교대근무, 임금의 결정·계산·지급 방법 등을 망라하는 노사간의 약속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에는 노동조합 또는 과반수 노동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근로기준법 94조, 취업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 9.13합의에서 승인한 정부안은 노사협의회나 개별 노동자의 동의만 얻으면 사측이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바꿀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가 된다. 
지금도 과반수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선 사용자가 마음먹으면 형식적인 절차만 거쳐 손쉽게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는 것이 현실인데, 정부가 굳이 취업규칙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차적으로는 임금피크제와 임금체계 개편을 노린 것이다. 현재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연내 316개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며 직무·성과급으로의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전담기구까지 설치, 운영하겠다고 한다. 임금피크제와 직무·성과급 임금체계 도입은 다수 노동자에게 임금 삭감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측에게 취업규칙 변경의 권한을 쥐어줄 경우 그 파급효과는 임금 문제를 넘어선다. 결국에는 노동자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규율하는 모든 조항에 영향을 미치고 징계와 해고를 위한 또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지금도 말뿐인 노동자의 기본권은 아예 사장될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에서는 이미 “고객이 3번 이상 클레임을 제기”하면 해고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을 변경했다고 한다. 

 

3. 파견 확대, 평생 비정규직

지금도 한국은 불법파견의 천국이고 대기업일수록 파견과 간접고용이 만연하다. 올해 고용노동부 점검 사업장 둘 중 하나는 파견법 위반이라고 한다. 그런데 9.13합의는 “기간제·파견근로자 등의 고용안정 및 규제 합리화”(2-5항)이라는 명목으로 ‘더 많은 비정규직’ 양산을 위한 논의를 인정하고 법제화 가능성까지 열어주었다.
정부는 기간제 사용기간을 현행 최장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자고 한다. 기간을 연장하면 비정규직의 고용이 안정되고 기업의 정규직 전환 가능성은 더 커진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는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 기간제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한다고 해도 사용자가 그 4년 내에 해고하면 그만이므로 고용불안은 줄지 않는다. 4년 동안이나 필요한 업무라면 상시·지속업무로 간주하고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마땅하다. 
또한 정부는 현재 32개로 제한되어 있는 파견허용 업종을 55세 이상 고령노동자와 고소득전문직에 대해서는 전면 허용하려 한다.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에 대해서는 평생 파견이 허용되는 것이다. 중고령층 노동시장은 파견노동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임금 및 노동조건이 떨어질 것이다. 실업과 비정규 노동에 시달리는 청년층의 입장에서는 앞으로도 정규직 일자리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한번 비정규직은 평생 비정규직이 된다.

 

4. 장시간 노동은 그대로

노동시간, 통상임금 등 근로기준법 개정 사항의 경우도 후퇴 또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9.13합의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게 되었다며 ‘개선’이라고 떠들지만, 이는 ‘개선’이 아니라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그간의 위법한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것일 뿐이다. 결정적으로 9.13합의안은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합의문 2-4항). 이에 따르면 현행 연장노동 포함 주당 최대 52시간 체제가 최대 60시간(52시간+8시간 특별근로) 체제로 연장된다. “남용방지를 위하여 사유(주문량 증가 등), 절차(노사대표 서면합의), 상한(1주 8시간)을 설정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주 8시간까지 추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한국인들이 연간 2163시간(OECD 평균 1770시간)의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정부와 재계는 노동시간을 줄일 의사가 조금도 없다. 이번 합의로 오히려 그간 탈법 또는 불법의 범위에 있던 초과노동이 합법화될 판이다.
통상임금의 정상화도 초과노동에 대한 할증임금을 높이기 위해 오래 전부터 제기된 과제였다. 그러나 이번 9.13합의안에서는 오히려 통상임금 범위를 축소시키고 있다. 합의문 1-1항에서는 통상임금을 “소정근로에 대하여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사전에 정한 일체의 금품”으로 정의하는데, 범위가 대단히 협소한 해석이다. 더욱이 이번 합의에서는 제외금품의 구체적인 유형을 시행령에서 위임할 수 있다고 했는데, 논란이 많았던 사안을 시행령에 위임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일이다.

 

 

                             2015.07.28 한겨레 그림마당

 

 

쉬운 해고, 강제 임금삭감, 비정규직 양산.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은 재벌 대기업들만 웃게 하고 노동자 서민에게는 핵폭탄급 재앙이 될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옥 같은 세상에서 그나마 일상을 이어가며 소박한 꿈을 간직하려고 애쓰던 모든 이들에게 닥친 일이다. 우리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 저항해 나가야 한다. 

 


posted by 더불어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