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15. 쫓겨나는 상인들

더불어삶의 생각 2016. 3. 3. 11:24

생각 15. 쫓겨나는 상인들

- 한국에는 상가세입자를 보호하는 법이 없다

 

 

모습 1.  129일 아침 740. 서촌에서 임차상인들과 건물주측 용역들이 충돌했다. 65살 오모씨가 19년 동안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한 건물이다. 건물주가 직접 상가를 운영하겠다며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명도소송(부동산 소유자가 점유자를 몰아내기 위해 하는 소송)에서 오씨가 패소했다. 건물주측이 이를 강제로 집행하려 하자 충돌이 빚어진 것이다.

 

모습 2.  가수 싸이가 건물주인 한남동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는 강제집행이 예고된 상태로 초조한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있다. 2015313새로운 임차인이라는 사람이 드로잉 운영자 최씨를 찾아와 두 달짜리 계약서를 보이며 나가라고 통보했다. 보증금도 월세도 전혀 적혀 있지 않은 계약서였다. 드로잉 운영자들은 싸이측이 자신들을 쫓아내기 위해 유령계약을 맺었다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410일에는 법원에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명도단행 가처분이 내려졌다.

 

모습 3.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초입에 위치한 곱창집 우장창창2010년부터 영업한 곳이다. 그런데 2013년 새 건물주가 된 힙합 듀오 리쌍은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술집을 직접 운영하겠다며 가게를 빼라고 통보했다. 곱창집 사장 서씨는 43천만원을 투자해 마련한 가게를 빈손으로 포기해야 할 판이었지만, 당시 임차인이 기댈 법은 없었다. 명도소송에서 자리를 내주고 밀려났다가 오랜 싸움 끝에 건물의 지하 1층과 1층 주차장을 새로 계약했다. 2년 만에 건물주는 다시 퇴거를 통보했고, 다시 싸움이 시작됐다.

 

상인들이 쫓겨나고 있다. 연예인과 얽힌 분쟁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이 높고 폐업률도 그만큼 높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또 하나의 진실은 장사가 잘 되더라도 건물주의 무리한 요구로 영업을 중단하는 상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건물주는 슈퍼갑이다. 그래서 건물주가 조물주보다 높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건물주들은 보증금과 월세를 갑자기 올리거나, 직접 장사를 하겠다거나 재건축을 이유로 나가라고 요구한다. 특히 상권이 뜨는 지역에서 일명 기획 부동산이 끼어들어 건물주를 부추기고 매매나 세입자 교체를 유도한다. 이렇게 수익을 올리는 행위가 상가 재테크로 불린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장사가 잘 돼서 상권이 커지면 임대료가 뛰어 쫓겨나고, 장사가 안 되면 망해서 쫓겨난다.

 

무엇이 문제인가

 

이 글에서는 상가세입자(임차인)들이 부딪치는 문제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보겠다. 첫째는 권리금 수탈, 둘째는 짧은 영업기간, 셋째는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이다.

 

1) 권리금 문제

 

권리금이란 한국 상가임대차 시장의 오랜 관행이다. 권리금은 영업권리금, 시설권리금, 바닥권리금, 기타권리금 등으로 복잡하게 구분되는데, 일반적으로 말하는 권리금은 영업권리금을 가리킨다. 영업권리금은 기존 임차인 A가 영업을 잘 했는데 다음 임차인 B가 이를 승계할 때 오가는 돈이다. AB에게서 알아서 받아야 한다. 상가를 임대하는 사람들은 적으면 수천, 많으면 수억에 이르는 권리금을 낸다. 그 권리금을 충당하기 위해 평생 모은 재산을 털어 넣거나 은행 대출을 받는다. 그래서 고액의 권리금을 빼고 가게의 가치를 평가하면 빈껍데기나 다름없게 된다. 2009년의 용산참사도 권리금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용산 제4구역 재개발을 하면서 철거에 앞서 거액의 권리금을 투자한 임차인들이 재건축으로 인해 권리금 회수기회가 없으니 보상금 책정에 상가권리금도 포함시켜달라고 주장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저항하는 철거민들을 공권력이 무자비하게 진압하면서 참사가 발생했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권리금(영업권)을 사적 자치의 영역으로 미뤄두고 법적 권리로 인정하지 않았다. 60여 년간 버젓이 존재했지만 권리금은 합법도 불법도 아니었던 이상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상가세입자들의 오랜 요구와 투쟁 끝에 20155<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고 권리금이 법제화됐다. 그렇다면 이제 영세 자영업자들이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됐을까? 일단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권리금 관련 조항을 보자.

 

10조의3(권리금의 정의 등) 권리금이란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에서 영업을 하는 자 또는 영업을 하려는 자가 영업시설·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이용대가로서 임대인, 임차인에게 보증금과 차임 이외에 지급하는 금전 등의 대가를 말한다.

권리금 계약이란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말한다.

 

10조의4(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등)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법률에서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할 경우 손해배상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임대인으로부터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받는 것이지, 권리금을 보장받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계약 만료 3개월 전부터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하게 돼 있는데, 이를 뒤집어보면 3개월 안에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권리금 회수 기회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만약 임대인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새 임차인을 구하기가 무척 어렵다. 현실에서는 임대인이 무리한 계약조건을 제시하는 등 교묘한 방법으로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기도 한다.

 

사례 1.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사업주는 불경기로 매출이 20~30% 줄었는데 임대인이 이런 사정을 봐주지 않고 터무니없이 올린 월세 때문에 가게를 접으려고 내놓았다. 마지막 희망으로 투자한 권리금을 회수하기 위해 새임차인을 찾고 있지만, 임대인이 요구하는 높은 월세와 보증금을 수용하는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재건축 등의 경우를 예외로 인정한 것도 개정법의 커다란 구멍이다. 재건축 관련 분쟁은 전체 임대차 분쟁의 6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영세한 임차인들이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일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사례 2.  이모씨는 30년 넘게 다니던 전자회사에서 퇴직한 후 퇴직금과 대출을 합쳐 서울 도심에서 국수집을 열었다. 권리금만 8500만원을 냈는데 개업 1년 만에 건물주가 바뀌었다. 새 건물주는 재건축을 하겠다는 이유로 나가 달라고 했다. 법이 개정됐어도 건물주가 재건축을 한다고 하면 보상받을 길이 없다.

 

사례 3.  마포구 상수동에서 경영식집을 운영하던 정모(47)씨는 건물주가 재건축을 이유로 가게를 비우라고 요구해 가게를 비웠지만 이후 임대인이 취한 조치는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기나긴 법정 싸움을 해야 한다. 손해배상을 신청하려면 권리금 감정평가가 필요한데 그 비용만 건당 수백만 원이다.

 

사례 1의 경우 사업주가 결국 새 임차인을 찾지 못한 채 가게를 비워준다면 임대인은 권리금을 자신이 챙기고 새 임차인을 구한다. 임대료가 높더라도 권리금이 없는 상가를 찾는 사람을 새 임차인으로 받으면 된다. 사례 23은 재건축과 관련된 분쟁이다. 사례 3은 원칙적으로 불법이지만 당장 영업을 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가세입자들이 장기간 소송에 뛰어들기란 힘들다. 또 일반적으로 재건축은 상권이 발달할 때 이뤄지기 때문에, 열심히 일해서 상권의 발달에 기여한 임차인들이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된다.

 

어떤 경우든 권리금 수탈은 상가세입자가 그동안 영업을 위해 투자한 재산을 가로채는 것이다. 세상은 점점 스마트해진다고 하는데, 이 나라의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봉건적이고 폭력적인 수탈에 신음한다.

 

                맘상모

 

2) 영업기간과 임대료의 문제

 

20155월에 개정된 현재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건물주가 바뀌더라도 5년의 영업기간을 보장한다. 또 환산보증금(보증금 + 월세×100)이 일정 기준(서울의 경우 4억원) 미만인 상가에 한해 계약기간 동안 임대료 인상률을 연간 9%로 제한한다.

 

10(계약갱신 요구 등)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

갱신되는 임대차는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본다. 다만, 차임과 보증금은 제11조에 따른 범위에서 증감할 수 있다.

 

11(차임 등의 증감청구권) 차임 또는 보증금이 임차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 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는 당사자는 장래의 차임 또는 보증금에 대하여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증액의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른 비율을 초과하지 못한다.

1항에 따른 증액 청구는 임대차계약 또는 약정한 차임 등의 증액이 있은 후 1년 이내에는 하지 못한다.

 

시행령 제4(차임 등 증액청구의 기준) 법 제11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차임 또는 보증금의 증액청구는 청구당시의 차임 또는 보증금의 100분의 9의 금액을 초과하지 못한다.

 

문제는 법적 보호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5년이 지나면 더 이상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없고, 건물주가 나가라면 나가야 한다. 그나마 법정 임대차 보호기간인 5년도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상가세입자들은 안정적으로 영업하기가 어려워지고, 투자한 자본을 다 회수하지도 못한 채 가게 문을 닫게 된다. 이렇게 해서 퇴직금이나 재산을 날려버린 사람들은 신빈곤층으로 전락한다.

 

환산보증금 기준도 너무 낮다. 서울시내 역세권, 대로변 상가들은 대부분 환산보증금이 4억을 초과한다. 현행법상 환산보증금(보증금과 월세 환산액을 합한 금액)4억 원을 넘을 경우 임대료 연 상승률 제한을 받지 않는다. 임대인이 월세를 과도하게 인상해서 세입자를 쫓아내는 행위는 합법이다.

 

환산보증금 4억 미만인 점포라 해도 임차인에 대한 보호망은 부실하다. 은행 예금금리가 연 1%대인 시대에 상가임대료 인상률을 연간 9%로 제한한다는 것도 너무 약하다. 그나마도 재계약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

 

사례 4.  마포구 상암동에서 쭈꾸미 가게를 운영해온 주모씨는 작년 초까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을 냈다. 그런데 재계약 기간을 앞두고 건물주가 보증금 4000만원, 월세 170만원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주씨는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장사를 접어야 했다. 물론 3000만원 정도의 권리금도 돌려받지 못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이후 상가 주인은 대부분 월세나 보증금을 올리면서 권리금을 없애고 있다. 상가세입자들은 언제 결론이 날지 모르는 분쟁에 시간을 쏟기보다는 월세가 더 싼 곳을 찾아 떠난다. (참고로 사례 4의 상가 주인은 주씨가 못 챙긴 권리금에 해당하는 돈을 새로 들어오는 임차인에게 바닥권리금이란 항목으로 직접 현찰로 받았다고 한다.)  

 

                 서울파이낸스

 

한국의 자영업자들이 한 번 세를 얻은 자리에서 가게 영업을 유지하는 기간이 얼마나 짧은지 보자. 2014년 서울시가 시내 5,052개 상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상가임대정보 및 권리금 실태 조사에 따르면 평균 계약기간은 1.7년이었다. 서울시는 상권이 활성화되고 경쟁이 치열한 상권일수록 임대인이 더 높은 임대료를 제시해 계약이 지속되지 못하는 것이 계약기간이 짧은 원인 중의 하나라고 추정했다. 또한 국세청이 지난해 124일 발표한 <소규모 상가건물 임차 현황>에 따르면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소규모 상가의 계약기간은 749(21개월)이다. 즉 법정 보호기간은 5년이지만 현실에서 상가세입자가 영업을 지속하는 기간은 2년 남짓, 짧으면 1년여라는 이야기다. 도무지 안정적으로 장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못 된다.

 

               ⓒ 프레시안

 

급등하는 임대료는 주변 상권을 쇠퇴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20134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서대문구 신촌의 상가 임대료는 146900원으로 홍대(24500)보다 비쌌다. 그러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상가 세입자들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20144분기를 기점으로 두 지역의 임대료는 역전됐다. 최근에는 홍대 중심 상권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높은 월세를 견디지 못하고 많은 자영업자들이 상수동과 합정동 쪽으로 가게를 옮겼다고 한다.

 

해외에서는 어떻게?

 

1) 일본 영구적 갱신권 부여

 

우리와 가까운 일본에는 부동산의 임대차에 관한 특별법인 차지차가법(借地借家法)’이 있다. 차지차가법 제28조는 다음과 같다.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 경우, 임대인은 갱신 거절을 하거나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즉 일본은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영구적인 계약 갱신권을 준다. 건물주가 임의로 계약을 종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건물주가 계약 갱신을 거절하거나 해약을 요청하려면 정당한 사유가 필요한데, 그 구체적 기준은 다음의 5가지로 제시된다 

 

임대인이 임차인보다 건물의 사용을 더 필요로 해야 한다

임대차에 관한 종전의 경과

건물의 이용 상황

건물의 현황

건물주가 퇴거 비용 등을 제공

 

이렇게 5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시켜야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며, 법원에서는 임대인의 사유가 정당한지 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한다. 또 계약이 종료되더라도 세입자에게 충분한 퇴거비용을 지급하기 때문에 도심재개발을 하더라도 한국처럼 첨예한 분쟁이 발생하지 않는다.

 

일본의 상가세입자도 비공식적인 권리금을 내고 장사를 한다. 하지만 일본의 권리금은 세입자 간에 주고받는 게 아니라 세입자가 건물주에게 지급한다. 이것은 해당 입지에서 향후 발생할 이익에 대한 대가로, 임대료 상승분을 선불로 내는 형태다.

 

2) 영국 퇴거시 고액의 보상

 

영국의 경우 상가임대차의 법제와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토지의 재산권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재산법(Law of Property)과 개별적인 임대차에 적용되는 임대차법(Landlord and Tenant Act)이 적용된다. 영국 임대차법에는 계약기간의 하한 규정이 없으므로 당사자가 자유롭게 계약기간을 정할 수 있다. 하지만 확정기간을 두는 정기임대차(tenancy for a fixed term)의 경우 보통 10년에서 15년 계약을 체결한다. 주기임대차의 경우에는 한 주기가 끝나면 자동으로 계약이 갱신되며, 정기임대차의 경우에도 해지 통지가 없으면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된 것으로 본다.

 

임대인이 해지 통지를 하거나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조건도 법으로 정해져 있다. 임차인의 수선의무 위반, 차임연체, 중대한 의무 위반 외에 임대인측의 사정으로 갱신을 거절하는 경우에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고액의 보상을 해야 한다. 재건축도 물론 여기에 포함된다.

 

영국 임대차법에는 영업적 이익에 대한 대가로서의 권리금과 유사한 개념인 영업권(goodwill)’이라는 개념이 있다. 영업권이란 지속적으로 가게를 찾는 단골고객들과 거래처의 가치를 의미하며, 임차인이 5년 이상 영업한 경우 임대차 계약이 종료될 때 규정에 따라 영업권을 상환해야 한다. 임차인 간에 오가는 돈은 없다.

 

3) 프랑스 최소 9년의 임대차기간 보장

 

프랑스의 상가임대차법령은 임대차계약의 기간을 9년 이하로 할 수 없게 하여 장기의 임대차기간을 보장하고 있다. 임차인이 안정적으로 영업하면서 초기 투자금을 회수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만약 임차인이 계약을 종료하기를 원할 경우에는 3년 주기의 기간만료일에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임대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할 자유를 인정한다. 하지만 임대료 인상은 법의 규제를 받으며 임대료 결정 과정에서 임차인과 협의해야 한다.

 

프랑스의 경우 임차권 보호 차원에서 고객과 거래처라는 무형의 자산에 대해 영업소유권(la proprite commerciale)을 인정한다. 임차상인이 소유한 영업권은 상인의 소유에 속하고 양도가 가능한 재산적 가치를 가진다.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경우 그간 임차인이 일궈놓은 재산인 영업소유권의 침해에 상응하는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 즉 임대인에게 계약 갱신 거절의 자유를 주되, 고액의 퇴거 보상을 하도록 해서 사실상 계약 갱신을 강제하고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이다. 건물주가 재건축을 하려고 해도 먼저 상가세입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소개한 3개 선진국 상가임대차법제는 무기한의 계약을 보장하거나 법정 계약기간의 하한선을 길게 설정해 안정적인 영업을 보장하고 있다. 또 선진국들의 경우 세입자를 약자로 보고 퇴거시에도 그간 영업을 통해 만들어진 가치를 세입자가 받을 수 있도록 강제한다. 선진국의 법제를 보면 한국의 상가임대차 시장이 얼마나 후진적인가를 알 수 있다.

 

한국은 임차인을 보호하지 않는다

 

한국의 상가임대차 시장은 소수 자산가들이 상가세입자를 약탈하기 쉬운 구조다. 상가세입자의 영업권이나 재산권을 실효성 있게 보호하지 않기 때문에 건물주들은 이런저런 방법으로 탐욕을 실현하고 세입자를 수탈한다. 법도 상가세입자들의 사정을 외면한다. 법과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 자체가 임대인 쪽에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의 관료와 재벌들이 부동산 투기세력이며 개발이익을 놓고 결탁해 왔기 때문이다.

 

마음 편히 장사도 못 하게 하는 나라에 과연 미래가 있을까? 사회 통합을 말하기 이전에 억울하게 거리로 내쫓기는 사람들부터 보호해야 하지 않을까? “법도 법이지만, 임차상인 역시 사람으로 보고 같이 좀 살았으면 좋겠어요.” 곱창집 우장창창 주인 서씨의 말이다.

 


 참고문헌 

<상가건물임대차 분쟁사례와 분쟁해결 방안에 관한 연구>, 2015.2.20.,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서울시 연구용역 보고서)

용산참사의 의미와 과제 서민 주거복지·임차상인 보호를 위한 국회 토론회 자료집, 2015.1.22.

<"상가시장, 한국처럼 약탈적인 곳 없다">, 2014.3.5. 헤럴드경제

<경제의 밑동을 좀먹는 임대료 착취>, 2015.5.7. 경향신문

<2년 만에 또 쫓겨날 위기 리쌍 소유 건물곱창집 사장 서윤수씨>, 2015.12.15. 경향신문

<권리금 법적 인정에도 임차인이 눈물 짓는 이유는?>, 2015.11.30. 초이스경제

<홍대 터줏대감 '월향'은 어떻게 쫓겨났나>, 2015.11.13. 오마이뉴스

<권리금 받게 해준다더니..되레 상가 임대료 급등 '장사 접을 판'>, 2016.01.26. 이데일리

<서울 서촌서 상가 강제집행 충돌로 4명 다쳐>, 2016.1.29. tbs뉴스

 

posted by 더불어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