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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모음/더불어삶 시선

생각 31. 법인세 인하, 왜 당연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by 더불어삶 2022. 6. 13.

더불어삶의 생각 31.

 

   법인세 인하, 왜 당연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근거 취약하고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감세를 거론하고 있다. 법인세, 부동산 보유세, 주식 양도세, 상속세 등을 전반적으로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감세로 혜택을 보는 주체가 재벌 대기업과 자산 소유 계층이라는 것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와 비슷한 '부자감세' 논란이 벌어질 것이 예상된다. 이 글에서는 기업의 법인세를 주로 다루려 한다.

 

대기업에 집중되는 세액공제 혜택

 

현재 법인세의 과세표준 구간은 4단계로 나뉘어 있고, 과세표준 2천억 원 초과 구간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은 25%. 2017년 문재인 정부가 과표 구간을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하면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이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정부-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 인상, 윤석열 정부-국민의힘은 법인세 인하 입장이라고 단순하게 양분하기는 어렵다. 명목 세율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납부하는 세금이 얼마인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임기 중반 이후의 문재인 정부는 기업의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20207월에 내놓았던 <2021년 세법개정안>은 역대급 기업 감세 혜택을 담고 있었다. ‘경제의 활력 제고라는 명목으로 각종 투자세액공제를 통합해 통합 투자 세액 공제라는 제도를 신설했는데, 이 제도에 의해 대기업은 투자액의 1%, 중견기업은 3%, 중소기업은 10%를 소득세 또는 법인세 납부시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신성장 원천기술투자로 인정받을 경우 대기업의 세액공제율은 투자 비용의 3%까지 올라갔다. 즉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인 2017년에 명목상의 법인세율을 인상했지만, 중반 이후에는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고 전통적인(?) 재벌 주도 성장에 기대려 했다고 판단된다.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은 이런저런 명목으로 계속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가 끝나갈 무렵 핵심전략기술로 지정되는 업종에 대한 대기업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6%로 상향했다. 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도 한 번에 10%p나 높여 대기업·중견기업의 경우 투자 비용의 최대 40%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올 하반기부터는 이른바 반도체특별법이 시행되어 인허가 신속처리 특례, 기반시설 구축비용 지원, 민원사항 조속 처리, 펀드 조성, 세액공제 등이 패키지로 지원된다.

 

이처럼 확대되는 혜택은 주로 반도체, 배터리처럼 대기업이 담당하는 분야에 적용된다. 또 반드시 고용을 창출하는 투자가 아니라도 투자만 하면 세제 혜택을 준다.

그러면 정권이 바뀐 지금은 어떨까. 문재인 정부가 재벌 대기업에 각종 특혜를 제공하면서도 기업 옥죄기라는 비판에 시달렸다면, 윤석열 정부는 처음부터 솔직하게 재벌 주도 성장 노선을 표방한다.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 인하 약속

 

지난달 24, 삼성 현대차 한화 롯데 등 4개 대기업이 최대 5년에 걸쳐 수십~수백 조 규모의 중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26일에는 SKLG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지난 2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경련, 경총, 대한상공회의소 등의 대표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규제 완화와 법인세, 상속세 감면을 약속했다.

 

추 부총리는 후보 시절 인사청문 답변에서도 민간 주도 성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높은 세율 수준 및 복잡한 과세표준 구간 등 현행 법인세 과세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추 부총리는 지난 2020년에 법인세 인하 법안을 발의했던 이력이 있다.

 

정부가 재벌들을 향해 규제 완화, 세금 감면과 같은 선물을 안겨주면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주문하는 것. 기업들은 정부가 좋아할 만한 투자 계획을 우선 발표하고 보는 것. 과거에도 많이 봤던 풍경이 다시 펼쳐지고 있다.

언론도 재벌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며 법인세 인하를 부추기고 있다.

[사설] 정부, 과감하고 신속한 법인세 인하로 기업 활동 뒷받침하라(2022/06/02 매일신문)

[사설] 법인세 인하 신속하고 과감하게 하라(2022/05/23 매일경제)

[사설] 삼성·현대차의 역대급 국내 투자규제 개혁으로 화답하라(2022/05/24 한국경제)

[사설] 정부 법인세율 원상회복 검토뜸 들이지 말고 당장 낮추라(2022/05/20 동아일보)

[사설] 삼성 현대차 대규모 미국 투자, 한국도 최고 매력 투자처로 바꾸자(2022/05/24 조선일보)

이런 언론들의 주된 논지는 민간 경제의 활력을 키우기 위해 기업들의 과도한 법인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내놓을 예정인 7월을 앞두고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동아일보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세계 각국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감세 경쟁에 나섰지만 한국은 대기업 증세를 하며 역주행"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설과 기사들을 보면 마치 한국의 대기업들이 법인세 때문에 힘들어서 허덕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들 언론과 윤석열 정부가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법인세와 관련해서는 많은 쟁점이 있지만 지면상 네 가지만 짚어보겠다.

정부와 언론이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

 

첫째, 한국의 재벌 대기업들은 코로나 사태의 최대 수혜자로서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와 공급망 교란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3% 증가했고,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79% 증가했다. 현대차의 경우 자동차 판매 대수가 감소했는데도 차량 가격을 올려서 순이익과 영업이익 모두 기록적인 증가세를 달성했다. 반면 차량 가격 상승분은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지난해 실적은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500대 기업의 전체 매출은 30268266억원으로 전년 대비 13.4% 증가했다. 특히 상위 10대 기업의 2021년 영업이익 비중은 500대 기업 전체 영업이익의 46%를 차지한다. 상위 20대 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500대 기업 전체 영업이익의 55%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런데도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거론되는 것, 그 자체가 불공정이다.

 

둘째, 법인세를 인하해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는 현실로 증명되지 않았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고 액수로 37조 이상을 적게 징수했지만 4대 기업의 투자지출은 오히려 줄어들었고 사내유보금만 88조에서 94조로 늘어났다.

 

미국에서도 전 정부인 트럼프 정부 때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인하했지만, 임금과 일자리 증가 효과보다는 기업들의 자사주매입만 활성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법인세 인하로 생긴 여유 자금이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않고 월가로만 흘러갔다는 뜻이다.

 

더구나 한국 경제는 고용 없는 성장’, ‘임금 없는 성장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법인세 인하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지만, 그 성장의 과실이 고르게 배분될 것이라는 기대는 더욱 없다. 특히 경제 피라미드 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재벌 대기업들이 일자리 창출, 동반 성장 등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는 특혜가 아니라 책임을 더 부과해야 한다.

 

국가별 법인세 실효세율 비교(단위: %) 출처: OECD Stats

 

명목상 최고세율이 아니라 실효세율을 보자

 

셋째, 한국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2020년 기준으로 13.7%에 불과하다.(출처: OECD 통계 https://stats.oecd.org/Index.aspx?DataSetCode=CTS_ETR)

 

요즘 언론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크다면서 법인세 비용이라는 수치를 많이 거론하는데, 법인세 비용은 회계 장부상의 추정치로서 실제 납부하는 법인세 액수와 다르다.

 

대표적으로 <삼성, 올 법인세 역대최고 육박할 듯과도한 세율에 기업투자 발목>(2022/05/22 파이낸셜뉴스)라는 기사를 보자. 이 기사는 삼성전자가 1·4분기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한 법인세 비용은 37500억원이라면서 전체 영업이익 141200억원에서 26.5%를 법인세로 내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한다. 재무제표상의 법인세 비용’ 37500억원을 영업이익 141200억원으로 나눠서 26.5%라는 비율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재무제표상 법인세 비용으로 계상한 금액은 국세청에 실제로 납부하는 법인세액과 다르다. 각종 세액공제와 감면을 적용한 실제 법인세 납부액은 이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다. 그리고 공제와 감면 혜택은 신성장’, ‘핵심전략기술등의 명목으로 대기업에 집중된다. 따라서 이 기사에서 제시한 26.5%라는 비율은 장부상의 수치일 뿐 실효세율과는 거리가 멀다.

 

예컨대 2020년 삼성전자의 법인세 비용은 48369억원이었고, 법인세 부담액(납부액)24622억원이었다. 같은 해 SK하이닉스의 법인세 비용은 14321억원이었고, 법인세 부담액은 2680억원이었다.

 

넷째,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인 추세라고 보기는 어렵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사정에 따라 법인세율을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지난 몇 년 동안은 법인세율을 인하한 나라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 물가가 무섭게 상승하고 있는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전반적으로 선진국들은 재정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감세보다는 증세를 자주 거론한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경우 현행 19%인 명목 법인세율을 20234월부터 25%로 인상하기로 했다. 1974년 이후 47년 만의 법인세율 인상이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법인세율 인상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당선 이후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최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의 해법으로 법인세 증세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전반적으로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은 코로나19의 충격에 물가 앙등이 겹친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7월에는 세계 130개국이 다국적 기업들에 최저 15%의 글로벌 최저법인세를 징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각국이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낮추는 관행에 일정한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2022년 현 시점에는 감세가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하기 어렵다.

 

법인세 인하, 근거가 취약하다

 

여기까지만 봐도 법인세 인하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얼마나 막연하며 취약한 기반을 가진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기업에 혜택을 주면 민간 경제가 살아난다라는 것은 지난 수십 년간 성공한 적이 없는 낙수 효과이론의 무의미한 반복이다. 그리고 법인세 인하는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한 정책이다. 한국의 재벌 대기업들은 대부분 코로나 사태의 수혜자로서 환율 효과의 이득까지 누리고 있는 반면 수입 물가 상승의 부담은 일반 국민이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금은 한번 내리면 세수가 부족해져도 다시 올리기가 쉽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하기 전에 기본적인 사실 관계부터 확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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