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삶은 지난 3월 25일 김용균재단의 김미숙 대표와 간담회(그동안 진행했던 민생토크, 노동강좌, 부동산 강연 등을 앞으로는 '더불어토크'라는 이름으로 통합해서 진행합니다)를 가졌습니다.
여전히 1년에 1,000여명이 일하다 죽는 이상한 사회, 그 죽음들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재 한국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지면의 한계 상 일부를 발췌하여 정리합니다. 아들의 죽음과 같은 일들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고 활동하고 계시는 김미숙 대표의 이야기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이 깊어지는 시간이었네요.
토크 내용을 바탕으로 더불어삶이 자체 제작한 카드뉴스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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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균이 죽음을 확인한 직후, 장례식장에서)
하청 이사라는 사람하고 사장이 저희를 맞이하고 하는 말이, 용균이가 정말 착실하고 일도 잘했는데 가지 말라는 곳을 가서 하지 말라는 일을 해서 사고가 난거라고 얘기를 하는데… 무슨 말인지 전혀 감이 없어요. 너무 정신이 없으니까 충격이 너무 커서 그런 거 같아요. 그러다 조금 생각해 보니까 용균이 잘못이라고 하는 말이야.
우리 아들은 절대 그런 애가 아닌데 왜 저렇게 이야기하나, 주변을 보니까 작업복 있는 사람들이 있어라고요. 용균이 동료였겠구나 싶어서 사측(회사 사람들) 몰래 물어봤어요. 진짜 저 사람들이 하는 말이 맞냐고. 그랬더니 자기들은 하청이니까 시키는 일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얘기를 해요. 용균이한테 다 덮어씌우려고 책임을 전가하는 거구나 생각이 들어서 사측하고 거리를 많이 둬야 겠구나 이런 생각을 갖게 됐죠.
(사람들과 함께 싸우게 된 과정)
사측보다는 이 사람들(민주노총 공공운수)하고 손을 잡아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혼자는 힘이 없잖아요. 유족이 혼자 싸우면 회사에서는 완전 바위에 계란치기잖아요. 오히려 혼자 싸우면 유족을 엄청 갖고 놀아요. 사측이 얼마나 우습게 보겠어요.
이 사람들을 처음부터 완전히 믿은 건 아니에요. 민주노총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너무 안 좋다보니까 저는 민주노총을 불신하고 있었어요. 제가 원했던 건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이었어요. 회의에 참여하면서 이 사람들의 목소리가 내가 하는 것과 진짜 일치하는지, 내가 바라는 것과 방향이 같은지를 확인하면서 믿게 되었던 것 같아요.
(태안화력발전소 현장에 가보고 나서)
공공기관에서 (그렇게 위험한) 일을 시키는지 몰랐죠. 근데 직접 가서 보니까 너무 위험한 거에요. 애가 분진을 다 뒤집어 써가면서 그렇게 위험한 일을 했다는 게, 저는 3개월 동안 그걸 부모로서 몰랐다는 게 너무 기가 막힌 거죠.
우리가 일반 상식에는 사람이 일하다 보면 졸음이 올수도 있고 약간 발 헛디딜 수도 있고 넘어질 수도 있고, 빈혈로 어지러운 현상이 일어날 수 있잖아요. 그런 거 하면 아무리 사람이 실수해도 안 죽게끔 해야 되는 게 상식적인데, 우리나라는 아니죠. 산업안전보건법에 그런 규정이 있어도 강제성이 없다보니까 노동자들을 지켜주지 않는다고 보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이상한 게, 서류만 잘 만들어 놓으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2인 1조가 규정상에 있었지만, 용균이 혼자 일을 시켰어요. 현실과는 너무 다른 거죠. 현장을 다니면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니까. 나중에 알게 됐는데 공장 내에 1급 발암물질이 있었는데도 노동자들한테 안 알려준 거에요. 당연히 알려줘야지. 그래야 예방을 하는데.
(일하다가 왜 죽음에 이르렀는지)
조사는 공무원들이 해야 하잖아요. 회사는 다 감추려고 하니까. 자식을 잃은 것보다 세상에 더 비참한 게 어디있어요? 그것만으로도 너무 큰 충격인데, 유가족이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조사를 잘 할 수 있는 조건도 아니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런 조사를 해야하는 입장이 된거죠. 제대로 조사를 할 수 있나 의문이 많이 컸어요.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개정)이 통과되면서 (화력발전소가 있는) 태안으로 갔는데, 빈소에 용균이 동료들이 기분이 안 좋은 표정을 하고 있었어요. 저는 그래도 뭔가 하고 내려갔다고 생각했는데, (개정안에) 용균이 그러니까 발전소 동료들이 빠져 있는 거에요. 용균이를 살릴 수 없는 법이 되었더라고요. 그때 내가 뭘 하고 온 건지 참 낙담을 했어요. 용균이를 살리려면 결국 중대재해 처벌법이 우리나라에도 있어야겠구나 싶었어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과정과 그 후)
법안 하나 만들 때마다 이 법으로 인해서 얼마나 국민들이 힘들어할지 좋은 결과가 나올지 심사숙고해서 만들 거라고 생각하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될 때 보니까) 전혀 그게 아닌 거예요. 당시 국민 72%가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되기를 원했는데, 납작하게 법이 통과됐어요. 결과적으로 뺄 거 다 뺀 상태로.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되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 이후에 적용되고.
작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됐는데, 1년이 지났는데도 노동자의 죽음이 줄어들지 않고 있어요. 재계는 어떻게든 법망을 빠져나가려고 하고 있죠. 기업이 위축된다, 법의 모호성이 크다면서 법을 무력화하려 하고요. 심지어 두성산업이 헌법재판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 여부를 따지기 위해 재판 중이라, 다른 (중대재해가 발생한) 곳들 모두 재판이 중단되어 있는 상태에요.
(김용균 죽음에 대한 재판)
김용균 재판이 지금 진행되고 있고 지금 2심이 끝난 상태에요. 원래 법인 포함해서 14명이 기소가 되고 원청 사장까지 기소가 됐거든요.
저희가 바랐던 건 원청 사장 책임이거든요. 그런데 법원에서는 이 사람 죄 없다, 이렇게 얘기하면서 실형을 없애고 감형을 해 주고 있는 상황이에요. 선고할 때 뭐라고 했냐면, 사람이 죽었고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 죄지은 사람은 없다고, 한 사람도 감옥행이 없는 판결을 내렸어요. 법정에서 '죽음의 죄는 인정하나 한 사람 한 사람을 놓고 보면 모두 작은 잘못이라 처벌할 수 없다'고 그랬어요.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성을 지워주지 않으려고 하는 선고였던 거죠.
1심에서도 원청 사장은 무죄였어요. 본부장 처벌은 있었는데, 2심에서 본부장도 무혐의로 풀려나고 거기다가 또 서부발전 법인도 아예 면제되었어요. 그래서 대부분 형량이 축소되거나 아니면 벌금형 집행유예로 선고가 내려진 상태에요.
법정 안에서 마지막 판결할 때 제가 말했어요. 이렇게 해서 노동자들 살릴 수 있냐고, 거꾸로 말하면 너네들이 다 죽이고 있다라는 거죠. 재판을 하면서 피해자가 거기에 있는데 피의자들 그리고 피의자를 변호하는 사람들이 정말 상식 이하의 말을 해요. '현장은 안전한데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라고요.
재판이 이렇게 형편없이 굴러가는 게 말이 되나요? 일은 원청이 다 카톡으로 지시해놓고는, 제 아들이 시키지도 않은 일을 의욕이 넘쳐서 했다, 우리는 그렇게 의욕이 넘치는 사람 필요없다, 그렇게 말을 해요. 너무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법정에서 배웠다는 사람들이 이야기해요. 이거, 피해자 입장에서 2차 가해라고 생각해요. 저는 가해자들 보면 당신이 잘못했다고 얘기할 때까지 쫓아다니겠다고 그랬어요.
(김용균 재단 소개)
빈소에서 우리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피켓을 든 사진을 처음 봤어요. 얼마나 자신이 일하는 장소가 비인권적이면 저렇게 피켓을 들었을까,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내가 자식이 한 말을 받아야 되겠구나, 내 숙제이겠구나, 그때 감으로 알았어요.
저는 용균이 죽었을 때 제일 원망스러웠던 게… 누군가 나섰더라면 우리 아들 안 죽었을 텐데 였거든요. 누가 나서서 이런 것을 제대로 밝히고 좀 바꿔나갔으면 우리 아들 안 죽었을 텐데. (용균이처럼 일하다 발생한) 수많은 죽음도 막았을 텐데. 이런 마음이 크다 보니까, 내가 이렇게 원망을 해놓고 나는 그러면 안되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게 저를 움직이게 했던 것 같아요. (...) 이런 세상을 알고나서 내가 예전으로 돌아가면 일이 손에 안 잡힐 거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이 죽음들을 어떻게든 막아야 된다고 제 자신에게 숙제를 준거죠. (...)
비정규직이 우리나라에 너무 확산됐어요. 사회에 청소하는 사람이 없으면 난리가 나잖아요. 그런데 이런 그림자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해요. 이렇게 일하는 사람들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왜 사회는 이런 사람들을 천대하고 무시하고 있는지! (김용균 재단은) 용균이 때도 많이 나온 위험의 외주화 금지도 요구하고 있어요. 청년 노동자 권리 보장도요. 다양한 연대 활동도 하고 있고, 유가족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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