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임자 처벌 전무한 조선업 구조조정
지난 8일 정부가 국책은행을 통해 조선해운업 부실기업에 자금을 대주되 금고가 바닥난 국책은행을 지원하기 위해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한다는 내용의 구조조정 계획과 조선업 고용지원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복잡한 내용은 기본적으로 국민과 노동자에 대한 일방적 희생, 정부와 경영진에 대한 면피로 요약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12조원 한도의 구조조정 비용에서 10조 원가량을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대는 것입니다. 세금투입 논란을 피하기 위해 물가상승 등 국민들에게 전가될 위험을 증가시켰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입니다.
또한 조선업 고용지원대책도 발표됐는데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하고 4700억원 가량으로 고용유지지원금, 해외취업 지원 등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원하청 구조에 대한 개선, 중장기 세계 조선업 전망에 따른 조정 등 구조적 해결책은 전무한 상황입니다. 대신 실업을 전제로 한 대책 위주일 뿐만 아니라 해외취업 지원 등은 한국 조선사업의 구조적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또한 기업 부실을 초래한 경영진과 정부에 대한 책임은 전혀 묻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2만 명이 직장을 잃고 최대 6만 명에 이를 수 있는 실직자에게만 책임이 전가되고 있습니다. 또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작년 10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 2천억 지원이 청와대 서별관회의 후 시장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일방적인 강요로 이루어졌다고 폭로했습니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몰고 온 정부와 경영진에 대한 처벌 없이 진정한 의미의 정상화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기업 부실 초래한 경영진·채권은행·정부 책임부터 물어야> (경향신문 16.06.08)
<성공하기 어려운 ‘노동 배제’의 구조조정> (한겨레 16.06.09)
■ 위험에 노출된 한국의 노동자들
지난 달 발생한 청년노동자 김군의 구의역 사망사고는 원가절감이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고였습니다. 49개의 지하철 역사 스크린도어를 외주업체 직원 6명이 담당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천만 서울 시민들의 발이자 안전이 달린 지하철을 기업들이 어떻게 ‘노동 원가 절감’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지를 보여줍니다. 한국은 매년 2000여명이 일하다가 사망하고 있고(OECD 1위, 칠레, 멕시코, 터키 등 2위 그룹의 산재사고 사망률의 2배정도), 구의역 사고 다음날에도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 붕괴로 4명이 사망했습니다. 아래의 영상은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하루를 보여줍니다. 9일에는 김군의 장례식이 가족장으로 진행됐고 시민들은 전날 저녁 추모문화제를 진행했습니다.
<'스크린도어 노동자' 19살 이 군의 하루> (JTBC 16.06.08)
■ 불공정행위 다 봐주는 공정위
이번 주 감사원에서 공개한 ‘공정거래업무 관리실태’를 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기업 등의 불공정 행위에 매긴 과징금을 절반 이상 깎아주고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한 건도 고발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정위는 조사된 2012년부터 2015년 7월까지 5조 2천여억 원에서 3차례 조정과정을 통해 2조 9천여역원 감면해주고 그에 절반도 안 되는 2조 3천여억 원만 부과했습니다. 또한 공정위 조사관들의 불공정행위 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컴퓨터 증거자료를 폐기한 것을 적발하고도 한 건도 고발하지 않았습니다. 공정위는 지난 4월 ‘갑질’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내며 2013년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행위에 대해 부과된 124억 중 대법원 판결 후 컴퓨터 로그 증거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5%도 되지 않는 5억 원으로 재산정했습니다. 남양유업이 로그 기록을 폐기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이 있었고, 남양유업 대리점주협의회가 로그자료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공정위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남양유업의 경우가 공정위의 불공정행위 봐주기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니 한국에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법이 있어도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 아닐까요?
<과징금 절반 깎고…조사방해 고발 않고…공정위, 재벌 불공정 행위에 솜방망이> (한겨레 16.06.09)
<시간만 끈 공정위 재조사…남양 ‘쥐꼬리’ 과징금> (한겨레 16.05.22)
■ 합의 어기고 기아차 고공농성 노동자 연행한 경찰
기아차가 위장도급으로 불법파견을 한 것이라고 선고한 대법원의 판결을 이행하라고 촉구하며 옛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기아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63일 만에 건강악화 등의 이유로 땅에 내려왔습니다. 기아차의 불법파견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 수 없는 하늘에서 계속 싸울 수 없기에 땅에서 더 힘차게 싸우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농성 종료 후 가족·노조원들과의 만남 및 기자회견 보장, 이후 병원 후송’이라는 경찰과 노조의 합의를 파기하고 일방적으로 이들을 연행하고 가족들과의 만남·기자회견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 번 현대기아차의 불법 행위 뒤에는 국가권력이 든든히 버텨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모습이었습니다.
<1년 고공농성 풀자 곧바로 연행 “가족들 얼굴은 보게 해야지”> (한겨레TV 16.06.08)
<1년 만에 땅 밟은 기아차 고공농성자들 곧장 경찰서로> (미디어오늘 16.06.09)
■ 위험한 한국은행의 최저금리 정책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0.25% 낮춘 1.25%로 기습 변경했습니다. 다시 한 번 사상 최저 수준을 경신하였습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본격화 등으로 내수침체가 이어졌지만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돼 외국인 자금이탈 등을 우려해 금리인하를 예측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 금리인하로 국제시장 변화에 따른 위험은 더욱 증가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이득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서민들의 소득증대 등을 통해 소비여력을 확충하는 방식이 아니라 금리인하와 같은 통화정책을 통한 내수살리기는 미국, 일본의 예를 통해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도 밝혀졌습니다. 또한 한국은 미국처럼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의 양적완화와 같은 출혈적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기 더 위험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의 경제에서 가장 큰 위험은 폭증한 가계부채(1200조, 2015년 GDP의 80%)인데 최저금리가 되면 당연히 부채가 더 급속히 늘 것입니다.
<통화정책 여력 사실상 소진…‘빨간불’ 가계빚만 더 키울라> (한겨레 16.06.09)
■ 악성림프종, 삼성반도체 산재 인정
근로복지공단이 6월 1일자로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여성노동자 고 박효순(사망 당시 28세) 씨의 악성 림프종(비호지킨 림프종)이 벤젠 등에 노출돼 발생한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며 산재인정을 통보 했습니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밝힌 대로 “이번 결정은 삼성전자 반도체노동자의 악성 림프종(비호지킨 림프종)에 대한 첫 산재 인정 사례로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산재인정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고인의 유족이 2012년 10월 산재신청을 접수한 뒤 3년 8개월이나 걸렸고, 현재까지 근로복지공단·법원으로부터 업무상 질병을 인정받은 삼성반도체 노동자 및 유족은 모두 11명으로, 암이나 희귀난치성질환을 제보한 삼성반도체·LCD 노동자가 223명에 달하고 그 중 76명이 이미 사망하였습니다. 삼성은 회사의 안전관리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할 것입니다. 반올림은 250여 일째 강남역 삼성전자 앞에서 노숙농성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삼성 반도체 노동자 ‘악성 림프종’ 첫 산재 인정> (경향신문 16.06.03)
※ 더불어삶 민생브리핑은 매주 또는 격주로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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