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금융부문 공동 파업 및 故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특집
■ 노동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 파업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공공·금융부문 노동자들이 지난달 22일부터 연쇄파업에 돌입하였습니다. 22일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의 파업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이어진 이번 공공·금융부문 공동 파업은 금융·철도·지하철 등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20만여명이 참여한 파업으로 사상 최대규모였습니다. 오랜만에 노동자들이 한목소리로 파업에 나선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부가 불법, 강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성과임금제 도입을 철회하라는 것입니다. 합법적인 파업이지만 정부는 여기에 근거없이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여 비난하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들의 삶을 벼랑끝으로 몰아붙일 수 있는 각종 노동 관련 악법들이 추친해 왔습니다. 작년 9월 발표된 9·13 노사정합의는 ‘대타협’이라는 외피를 쓰고 성과연봉제, 임금피크제, 평생비정규직이 될 수 있는 기간제법 등을 관철시키려는 ‘야합’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또한 올 1월 정부가 발표한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에 관한 행정지침은 노동자들의 동의없이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을 변경가능하게 만들어 근로기준법을 무력화시키는 지침이었습니다.
정부의 이러한 조치들은 노동개악을 위한 큰 그림의 일부였습니다. 단적으로 정부가 지난 1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지침’을 발표한지 5개월 만인 올 6월까지 전체 120개 공공기관과 9개 금융 공기업에 성과임금제가 도입됐습니다. 시민사회는 노동조건이 악화되는 이러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해왔는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됐던 것입니다.
하지만 실적으로 평가하여 노동자들에게 차등적 임금을 주는 성과임금제를 공공·의료·금융기관 등에 전면적으로 도입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공공·의료기관의 존재 의미인 공공의, 전체의 이익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어떻게 하면 높은 평가를 받아서 고임금을 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미 성과임금제를 도입한 공공의료계에서는 마치 미국처럼 환자를 돈으로 보고 이중진료, 과다처방하는 부작용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성과주의로 철도·지하철의 위험은 더욱 증가할 전망입니다. 게다가 오래 전부터 성과평가제, 성과임금제를 도입한 선진국들에서는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완전 실패한 정책으로 결론 내린 바 있습니다(2016년 5월 맥킨지 보고서).
정부는 이러한 목소리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성과임금제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정당한 파업이 가능한 사안입니다. 또한 절차상으로도 개별 사업장의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쟁의권을 획득해 벌이는 합법적 쟁의행위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사측이 보이는 반응은 '노동혐오'에 가깝습니다. 코레일의 홍순만 사장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야당이 제안한 사회적 기구에 코레일은 절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그리고 코레일의 유례없이 강경한 태도 뒤에는 역시 청와대가 있다는 전언입니다. 하나만 묻고 싶습니다. 대체 한국에 불법 아닌 파업이 있긴 한가요?
<사상 최대 총파업 부른 성과연봉제 핵심 쟁점은> (한겨레 16/09/23)
<“성과연봉제는 평생인턴제…동기들 밟는 경쟁 평생 하라니”> (한겨레 16/10/06)
■ 백남기 농민 영면과 계속되는 국가폭력
지난해 11월 14일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의한 뇌출혈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후 317일간 의식불명 상태로 투명하던 백남기 농민이 지난달 25일 오전 2시경 끝내 숨졌습니다.
불법적인 살수차 운용이라는 국가폭력에 의해 생을 마감한 故 백남기 농민은 그의 삶 자체가 국가폭력에 대한 핍밥과 저항이었습니다. 70년대 대학생활을 하며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2번이나 제적되고 수배생활을 하였으며, 이후 전두환 정권에 의해 퇴학 및 징역생활을 겪습니다. 이후 귀향하여 가톨릭농민회, 우리밀살리기운동 등을 이끌며 죽어가는 농업과 지역을 살리기 위한 운동을 계속하셨습니다. 백남기 농민은 대통령이 약속한 ‘쌀 수매가 인상 공약’을 지키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 작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 참가하였고, 운용지침을 어긴 경찰의 불법적인 살수차 직사에 의해 쓰러진 것입니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민중총궐기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집회 참가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체포 및 5년형 선고, 백남기 사태에 대한 사과거부(경찰청장 및 서울경찰청장) 등으로 일관했습니다. 유가족들은 작년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을 고발했으나 검찰은 핵심관계자에 대한 조사조차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과거의 경우를 보면 경찰 폭력으로 집회 참가자가 사망했을 때 최소한의 책임자 처벌 및 사과는 하고 넘어갔지만, 박근혜 정부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형식적인 조치 하나 없는 뻔뻔한 모습입니다.
정부와 공권력의 이러한 태도는 백남기 농민 사망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을 윽박지르는 모습은 세월호 참사와 판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 직후 경찰과 검찰은 장례기간 중 고인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법원이 한 차례 기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부검영장을 재청구했습니다. 유가족들과 백남기투쟁본부는 사인이 명확하기 때문에 부검은 절대 필요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사망진단서에 대한 논란이 크게 일고 있습니다. 故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인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는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는 이유로 사망원인을 ‘심폐정지에 의한 병사’라고 기록했지만 이는 서울대병원과 서울대 의대 합동특별조사위원회가 확인한 것처럼 대한의사협회의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과 다릅니다. 특위 위원장이자 대한의사협회 지침을 만든 이윤성 교수는 “나라면 사망 종류를 ‘외인사’라고 썼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습니다. 이에 서울대 의대생 102명, 서울대 의대 총동문회 365명, 전국의 의사 360명과 전국의 의대생 809명 등이 사망진단서에 사망원인이 병사로 기재된 것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서울대 의대생들은 “직접사인으로 심폐정지를 쓰면 안 된다는 것은 국가고시 문제에도 출제될 정도로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버젓이 기재되었고,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표기되어 있다”며 서울대병원 측을 규탄하였습니다. 대한의사협회도 “심폐정지는 절대로 사망원인이 될 수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혔습니다.
게다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직사하는 경찰의 CCTV 영상이 공개됐지만 경찰은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습니다. 이번 국감에서는 경찰에 작년 민중총궐기 당시 고인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시간대의 상황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요구에 이철성 경찰청장은 열람 후 파기했다고 말했고,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지만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희생됐다고 단정 짓기를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검찰은 6일 부검 영장에서의 가족동의를 받아야한다는 등의 ‘조건부’는 말그대로 ‘조건부’일뿐이므로 반드시 집행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국민들의 애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서도 일부 보수단체와 여당은 피해자들에 대한 도를 넘어서는 2차 가해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친정 일로 외국에 있었던 백민주화씨에 대해 “백남기 씨가 사망할 당시 발리 여행 중이었다”고 비난하는 글을 게시했습니다. 자유청년연합, 엄마부대 등의 단체는 유족들을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발표하거나 백 교수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국민들은 이 모든 것을 다 지켜보고 고스란히 기억할 것입니다.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지 꼭 1년만인 이번 11월 민중총궐기는 우리 모두의 억울함과 원통함을 한 데 모아 정의를 세우는 장이 될 것입니다.
<죽음의 물대포, 그리고 투명인간이 된 백남기 농민> (뉴스타파 16/06/09)
<백남기 유족, 부검영장 발부에 "모든 수단 동원해 아버지를 지킬 것"> (경향신문 16/09/28)
<“백남기 농민 쓰러진 시간대 상황보고서 은폐한 경찰”> (민중의소리16/10/06)
<백남기 죽이고 유가족들마저 죽일 참인가> (미디어오늘 1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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