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소식(~2017)

민생브리핑 76호(16/07/01) - 25일 범국민대회, 최저임금, 에어컨 수리기사의 죽음 등

by 더불어삶 2016. 7. 1.

 

n 범국민대회와 박근혜 정부

주말인 25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전국노동자대회와 전국농민대회 등의 대규모 집회가 개최됐습니다.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1만원, 올리자 재벌 세금, 비정규직 철폐하고 인간답게 살아보자, 한상균을 석방하라”, 농민들은 “백남기 농민 국회 청문회 실시, 밥쌀용 쌀 수입 중단, 농산물 가격 보장”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이날 모인 노동자와 농민들은 집회가 끝난 후 종로3가에서 합류해 청계천 모전교까지 행진한 후 오후 6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범국민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라는 범국민대회의 슬로건이 99%의 절박성을 보여줍니다.

휴일에 국민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는 박근혜 정부에게 있습니다. 현 정부는 민생 파탄의 현실 속에 신음하는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 카드를 내밀고,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하려다 저항에 부딪혀 실패한 공공부문 민영화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브렉시트를 명분 삼아 추가경정예산 10조원을 포함한 20조원의 재정보강 방안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 전제조건으로 국회에서 노동개악 4법과 경제활성화법안을 빠른 시일 내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서 돈만 풀면 서민경제가 살아날까요?  노동자·서민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방안을 열심히 연구하고 시행해야 할 때가 아닌가요?

<대규모 노동자대회 "아이들이 어른을 지켜주지 못해 죄송한 나라가 됐다"> (16/06/25 경향신문)

 

n 최저임금 동결하자는 사용자위원들

최저임금 결정 법정시한이었던 지난 28일에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지난 회의 때 처음 제시한 시급 1만원, 월급 209만원을 재차 요구했습니다. 노동자위원들은 "그동안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반영된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됐을 뿐 소득분배개선분은 사실상 반영되지 않았다"며 "월 209만원은 최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이 가구의 주요 소득원인 현실을 감안하면 가족의 생활영위를 위한 최소한의 생계비"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사용자위원은 터무니없게도 6,030원 동결을 주장했습니다. 사용자위원의 동결안은 실질임금 기준으로 물가인상율조차 반영하지 않은 사실상의 삭감안입니다. 사용자측은 한 술 더 떠서 PC방, 편의점, 주유소 등 6개 업종에 대해 법정 최저임금 미만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마저 2020년까지 최대임금을 최대 9,000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한 것만 보더라도 최저임금 인상은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입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최소 두 자릿수 인상", 국민의당은 "향후 3년간 매년 10%이상 인상", 정의당은 "1만원으로 인상"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야 3당이 얼마나 책임 있게 행동하는지도 지켜보겠습니다.

 

n 삼성 에어컨 수리 노동자의 추락사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던 삼성전자서비스 하청업체 기사가 3층 높이 빌라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다 발코니 난간이 무너지면서 추락해 숨졌습니다. 언론이 쏟아낸 기사 속에는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다"는 말이 많이 들어가 있었지만, 사실 숨진 진씨가 갔던 현장은 안전고리를 걸 곳도 없었습니다. 원래는 사다리차를 불러 안전한 작업공간을 확보해야 하지만, 하청업체 관계자나 원청 관리자의 허락을 받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됩니다. 시간에 쫓기다 보니 사다리차는커녕, 안전장구를 제대로 설치할 여유도 없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사고 이후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3년간 열악한 환경을 바꾸기 위해 싸워왔지만 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동료는 건당 수수료 체계에서 안전장치 하나 걸 시간이 없어 초등학교 5학년 2학년 아들, 딸을 두고 목숨을 걸고 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글을 남겼습니다.
아래 링크는 진씨의 죽음 이후 인터넷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는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조합원 부인들의 고백’ 영상을 소개한 기사입니다. 2013년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 속에서 한 조합원의 아내는 “남편 회사에서 조회시간에 사장님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여름에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할 때 기사들이 떨어질 수도 있다. 안전장치를 안 하니까… 떨어질 때 잘 떨어지라고, 만약에 너희들이 죽게 되서 창자가 터지면 폐기물 처리비가 나가니까 떨어져 죽더라도 잘 떨어져 죽으라고 말했다고 한다”며 울먹였습니다. 눈물 없이 못 보는 영상입니다.
<"에어컨 달다 추락하면 잘 떨어지라고…" 하청업체 아내 눈물 고백> (16/06/27 국민일보)

 

n 이해할 수 없는 경찰의 횡포 

유성기업 노조파괴에 대한 원청기업 현대자동차그룹의 책임을 주장해왔던 금속노조 아산지회 노동자가 24일 밤 11시 40분부터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 앞에서 6미터 망루에 올라갔습니다. 이날은 유성기업 노동자였던 한광호씨가 사측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숨진 지 100일이 되는 날로, 금속노조 조합원 등 1000여명이 집회에 참가했습니다.  유성범대위는 “이 농성은 100일이 지나도록 차가운 냉동고에 갇혀있는 한광호 열사의 한을 담은 것”이라며 “현대차와 유성기업은 지금이라도 책임있는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새벽 3시쯤 이 농성을 신속하고도 무자비하게 진압했습니다. 고공농성을 벌인 윤영호 아산지회장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고, 망루는 윤씨가 연행된 이후 서초구청에 의해 철거당했습니다.

26일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농성장에 들이닥쳐 노란리본과 햇빛 가림막을 '불법시설물'이라는 이유로 철거했습니다. 경찰은 이에 항의하던 ‘예은 아빠’ 유경근 씨와 ‘웅기 엄마’ 윤옥희 씨, ‘지성 아빠’ 문종택 씨, ‘제훈 아빠’ 김기현 씨를 연행하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특조위 조사기간 보장을 요구하며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이틀만의 일입니다. 이틀 후인 28일에는 경찰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던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의 피켓을 빼앗고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정부와 경찰의 공권력 남용이 도를 넘은 지 오래지만, 유가족들을 이런 식으로 대하는 것은 정말 이해되지 않습니다.   

<“유성기업 노조탄압 중단” 현대차 사옥앞 망루농성> (16/06/25 한겨레)
<경찰, 세월호 유가족들에 “순수한 집회해라”> (16/06/28 미디어오늘)

 

※ 더불어삶 민생브리핑은 매주 또는 격주로 발행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