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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더불어삶이 만난 사람들

[인터뷰]마사회적폐청산위 한대식 위원

by 더불어삶 2020. 5. 11.
지난해 11월 29일, 부산·경남 경마공원의 고 문중원 기수가 부정경마를 고발하고 불공정한 조교사 채용 시스템을 비판·비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부산 경마장에서 발생한 네 번째 죽음입니다. 5월 8일이면 고인의 장례를 치른 지 두 달이 됩니다. 그러나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마사회 내부의 부조리와 적폐에 대한 처리는 아직 우리 사회의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시민단체 더불어삶에서는 마사회의 적폐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알아보고 이를 대중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한국마사회 적폐 청산을 위한 대책위원회' 소속의 한대식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부실장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Q. 고 문중원 기수는 어떤 분이셨나요?

 

A.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건 아니었고요. 저희 부산·경남 경마공원 지부는 그곳의 마필관리사들이 소속되어 있어요. 그분들 통해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마필관리사나 기수들은 장비들을 개인 돈으로 구해야 하는데, 그런 걸 자기(고 문중원 기수)가 구입해서 나눠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사람이었다고 해요. 그리고 문중원 기수도 다른 기수들처럼 더 나은 기수가 되고자 열심히 노력했어요. 기수로서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조교사의 말이라면 하늘같이 따랐고요

 

그런데 조교사가 부당지시를 종종 하거든요. 기수는 말을 타면 말이 지닌 모든 능력을 발휘하도록 되어있어요. 그런데 조교사가 너는 말의 100%를 발휘하지 말고 70%만 달려라이런 지시를 한 거예요. 그렇지만 문중원 기수는 열심히 말을 달려서 순위 안에 들었던 거죠. 그 때부터 조교사가 자기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출전을 안 시켰어요. 그리고 부상당한 말을 타게 하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경주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잃게 되었어요.

 

그리고 기수가 처한 열악한 상황에 대해 점점 자각하게 되었어요. 고인의 유서에도 있지만, 기수는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부상을 당하든 조교사 지시에 따라 말을 타야 돼요.. 기상이 안 좋을 때 말을 타면 말도 그렇지만 기수의 부상 위험이 매우 큽니다. 이런 것들이 부조리하다는 것을 문중원 열사가 자각을 하게 돼요.

 

또 기수는 선수생명이 짧아요. 기수들은 대개 키가 작고 몸무게도 적게 나가요. 말에 부담을 주면 안 되기 때문에 항상 체중을 49kg 이하로 유지해야 해요. 그런데 나이가 먹을수록 체중 유지가 어려워지잖아요. 문중원 기수도 고민을 많이 했을 거예요. 기수로서는 비전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조교사와도 갈등이 있고, 당연히 수입도 줄었겠죠. 그러면서 ‘조교사를 해야 생활이 안정 되겠다’고 생각하고 조교사 시험 준비를 굉장히 열심히 해서 합격을 했어요. 그리고 금방 조교사 개업을 할 거라 믿었어요. 그런데 조교사 개업 심사에서 계속 떨어진 거죠.

 

Q. 조교사 개업심사요?

 

A. 네. 그걸 마사대부심사라고 불러요. 마사회가 조교사 합격한 사람들 중에 심사를 통해서 마방을 임대하는 거죠. 마방은 쉽게 얘기하면 말 축사예요. 그런데 조교사 시험을 합격하고 4년이 지나고도 계속 심사에서 떨어지는 거예요. 알고 보니 부산·경남 경마공원· 경마 차장이랑 친한 사람들이 합격을 했던 거죠. 문중원 열사가 크게 절망했을 거예요.  본인은 마사회의 높으신 분과 친분도 없고, 자격증 취득한 지 7년 된 형도 떨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이 상황을 죽음으로라도 알려야겠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것 같아요.

 

 

Q. 마방 TO가 정해져 있나요?

 

A. 조교사 자리는 많이 나지 않아요. 1년에 1~2명 정도. 그런데 지원자도 5~7명 정도로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그런데 문중원 기수는 계속 떨어졌던 거죠. 문중원 기수 돌아가시고 나서 마사회가 조교사, 기수, 마필관리사 대상으로 원하는 (마사대부심사) 기준이 뭐냐고 자체 설문조사를 했어요. 다들 이구동성으로 마사대부심사는 불필요한 제도라고 답했어요. 왜냐면 조교사 면허 취득 과정이 이미 굉장히 어렵거든요.

조교사 개업할 때 마사회가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하거든요. '경력이 얼마나 되나' 같은 것이 정량평가예요. 그리고 실제로 마방을 운영하는 운영능력을 보겠다는 것이 정성평가입니다. 그래서 심사기준 중 하나가 마주로부터 말을 영업해서 약 20두를 가져오는 것이 있어요. 이건 마주들이 그냥 다 해주거든요. 그런데 사실 이건 불필요한 과정이에요. 왜냐면 실제로 마방을 받아서 운영하게 되면 결국 다시 마주들과 실제 계약을 새로 맺어야 하거든요.

결국은 면접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돼요. 개업 심사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고 친분 있는 사람들이 합격한다는 것이죠. 문중원 기수가 계속 떨어지니깐 ‘너도 높으신 분들이랑 술도 좀 먹고 접대 좀 해라’ 같은’ 얘기도 들었거든요. 문중원 기수는 그렇게 안 했던 거죠.

이번에 문중원 기수가 돌아가시기 전에 두 명을 합격시켰거든요. 한 명은 조교사로, 다른 한 명은 예비합격자라는 이름으로 붙여줬어요. 예비합격자는 다른 조교사 자리가 나면 바로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이 예비합격자, 즉 예비조교사 제도는 전에는 없었어요. 두 사람을 합격시키기 위해 이번에 처음 시행한 거예요. 이 예비합격자라는 사람이 앞서 나온 경마 차장이랑 친했거든요. 그래서 원래 그 사람을 합격시키려고 했는데 다른 사람이 더 친분이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예비조교사 제도라는 것을 만들어서 예비합격자로 붙여준 거죠. 마사회에서는 조교사 수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예비조교사 제도가 원래 있었던 제도라고 주장하는데, 그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시행된 적이 없는 유명무실한 제도예요.

 

"높으신 분과 친해야" 될 수 있는 조교사

 

그리고 조교사 심사를 하기 전에 부산‧경남 경마공원에 이미 누가 될 것인지 소문이 다 났었어요. 예전부터 그랬어요. 될 거라고 한 사람들은 다 됐어요. 그리고 그 사람들은 다 윗사람들과 친분 있던 사람들이고요. 문중원 열사는 조교사가 되기 위해서 자비로 호주, 영국으로 유학도 갔다 왔어요. 그런 노력과는 무관하게 윗선이랑 친분 있는 사람들이 된 거죠.

이 절망감을 쉽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다음 기회를 노려도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어떻게 기수가 되고, 기수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를 보아야 해요. 기수학교 2년 과정을 거쳐서 수습기수가 되고, 수습기수 6개월 과정을 거쳐서 정식 기수가 돼요. 그런데 기수가 되려면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신체적 제약이 있어요. 그런 작은 체구를 가진 사람이 기수 말고 다른 일을 하긴 쉽지 않죠. 또 기수들이 (경마가) 도박 산업이니까 일상생활도 마사회에 의해 통제되거든요. 외부인과의 접촉에 제약을 받아요. 정보를 줄 수 있다고 말이죠. 기수학교부터 마사회의 통제가 굉장히 강해요. 그래서 기수들은 마사회와 경마 바깥의 세상을 잘 모를 수밖에 없어요. 기수로서 좋은 성적을 얻거나 조교사가 되는 길 뿐이죠. 문중원 기수는 기수로서는 더 이상 앞날이 없다고 생각하고 조교사를 준비했던 것인데, 자신이 알던 세계가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을 거예요.

 

Q. 고인이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었네요.

 

A. 그렇죠.

 

Q. 조교사는 어떤 직책인가요?

 

A. 조교사는 다른 스포츠로 따지자면 감독 같은 직책이에요. 말과 관련된 전반적인 일, 즉 마필관리사를 고용하고, 마필관리사들이 말을 키우고 관리하는 전반적인 과정을 조교사가 통제하는 거죠. 기수들이 말을 훈련시키는 일정도 조교사가 관리합니다. 어떤 기수가 어떤 말을 타고 훈련시키는지, 어떤 기수를 경주에 출전시키는지 조교사가 다 결정해요. 그래서 조교사는 마필관리사에 대해서는 고용관계, 기수와는 계약관계이지만 실질적으로 기수에 대해서 조교사는 사용자의 관계입니다.

 

모든 권한을 마사회가 독차지하고 있는 구조

 

마사대부심사 권한을 마사회가 독점하고 있고, 조교사에 대한 면허 심사권과 조교사, 기수를 평가하는 권한을 마사회가 전부 가지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경마 운영, 상금 책정(상금을 통해 조교사, 기수, 마필관리사에게 수입이 생기거든요)을 마사회가 결정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마사회는 모든 계층에 사용자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2017년에 부산경남 경마공원의 부당함을 알리고 돌아가신 마필관리사 故 박경근‧이현준 열사 투쟁을 할 때 저희는 실질적인 사용자를 마사회로 봤기 때문에, 마사회가 마필관리사를 직접 고용하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마사회는 개인마주제 이후 기존의 권한과 사용자성은 그대로 유지하고 책임은 지지 않고 있어요.
 
마사회의 사용자성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볼까요. 마사회는 기수면허를 심사하고 박탈하는 권리도 가지고 있고, 마사대부심사를 통해 조교사를 평가하기도 하죠. 마사대부심사를 해서 조교사의 성적이 좋으면 마방의 규모를 늘려주기도 해요. 그래서 마방의 규모가 큰 조교사는 아무래도 좋은 말을 더 가지고 있을 수 있고, 수월하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죠. 이렇게 조교사 사이에 빈익빈 부익부가 발생하기도 하고요. 경쟁을 해야 성과가 늘어나고 그래야 경마가 더 재미있어진다는 거죠. 문제는 공정한 경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데 있어요. 모든 권한을 마사회가 쥐고 있는 이런 구조 속에서는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어요. 마사회 눈치를 봐야 하고, 마사회에 잘 보이는 사람들이 기회를 더 얻게 되는 이런 환경 속에서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어요.

그리고 우리나라에 경마장은 실질적으로 두 군데밖에 없어요. 제주도 경마장은 제주 조랑말로만 하기 때문에 경마용 말이 달리는 경마장은 과천과 부산밖엔 없어요. 굉장히 협소하죠. 그리고 기수들의 생계가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하는데, 마사회가 경쟁체계를 계속 강화하는 상황에서는 기본적인 생계 안정이 안 되는 겁니다. 경쟁체계 속에서 상위 몇 명은 돈을 벌 수 있지만, 조교사에게 밉보이거나 순위가 하위권인 기수들은 생활 자체가 어려워지는 거죠. 그리고 하위에 몰린 기수들은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어요. 조교사가 시키는 일이라도 해야, 그러니까 말을 훈련시키고 간혹 주어지는 출전 기회를 잡아야 그나마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죠.

 

Ⓒ매일노동뉴스

공정한 경마를 위해서는 기수들의 권리신장이 필요

 

마사회는 경쟁체계가 있어야 공정한 경마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해요. 틀린 말입니다. 정말 공정한 경쟁이 되려면 기수들에게 일정한 생계 보장이 되고 자율권이 주어져야 합니다.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는 따르지 않아도 되고, 마사회의 압박에도 버틸 수 있어야 해요. 이런 환경에서 기수들이 공정하게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어야지요. 그런데 마사회는 기본적인 생계가 보장되면 기수들이 잘 달리지 않을 거라고 주장해요. 경마는 경쟁 아니냐면서 말이죠. 하지만 기수들은 기수학교부터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기수가 되고, 경마에 출전해서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이 목표인 사람들이에요. 생활이 보장된다고 해서 기수들이 열심히 안 하겠어요? 또 아까 얘기했지만 기수에게는 말의 능력을 전부 발휘할 책임이 있어요. 기수들이 (생계가 보장되면) 열심히 안 할 것이라고 하는 건 기수에 대한 모독입니다.

조교사가 하는 부당지시는 부정경마입니다. 조교사가 저번에 잘 뛰던 말을 타는 기수에게 천천히 달리라고 지시하면, 관중들은 그 사실을 알 수 없잖습니까. 이런 것을 막기 위해서 기수의 권리신장은 필수적입니다.

 

Q. 원청인 마사회가 실질적인 사용자인데도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 같습니다. 그 단초가 되는 1993년 개인마주제 전환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어떤 배경에서 이런 변화가 생겼나요?

 

A. 우선 마사회의 역사와 구조에 대해 간략히 설명할게요. 우리나라 경마는 일제강점기 때 조선 경마 구락부로부터 시작하거든요. 이것이 독립 이후에 한국마사회로 바뀌는 과정이 있어요. 그때 바로 국가가 경마산업을 공기업화 한 거죠. 그 이후 경마는 계속 마사회가 독점했어요. 그리고 예전에는 마사회가 조교사, 기수, 마필관리사를 다 직접고용하고 있었어요. 말도 마사회가 다 소유하고 있었고요. 이것을 단일마주제라고 부릅니다. 그랬던 것이 1993년에 개인마주제로 바뀌는 거죠. 마주와 조교사가 계약을 맺고, 기수도 조교사와 계약을 맺고, 마필관리사는 조교사가 고용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조교사는 마사대부심사과정을 통해서 마사회와 마방을 임대받는 계약을 맺는 거예요. 그래서 93년 이후에는 조교사와 기수는 개인사업자가 된 거예요.

 

부정경마 핑계로 책임 안지는 개인마주제 전환

 

93년 당시까지 부정경마 시비가 끊이질 않았어요. 그러던 와중에 92~93년도 사이에 굉장히 큰 부정경마 사건이 터졌어요. 그걸 기회로 마사회에서 부정경마 근절을 위해서 개인마주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면서 개인마주제로 전환이 되었던 거죠. 외국의 경마선진국들은 다 개인마주제예요. 마사회는 외국처럼 가는 게 원래 맞는 것이라고 주장했던 거죠. 마사회는 단일마주제 시절 말, 마필관리사, 기수, 조교사를 전부 소유하고 있다 보니까 도박을 할 때 계속 부정경마가 끊이질 않았다고 주장하거든요. 그런데 정작 개인마주제로 전환하고 나서도 부정경마는 계속되었어요.. 제 생각에는 단일마주제를 개인마주제로 전환하는 문제와 부정경마 근절은 큰 연관성이 없는 것 같아요.

 

Q. 경마 시스템을 투명하게 만드는 개혁이 이뤄졌어야 했는데, 오히려 마사회가 사용자 책임에서 벗어나면서 분쟁의 불씨를 만든 셈이네요.

 

A..

 

Q. 이번 합의과정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굉장히 지난한 과정이었습니다. 고인이 처음 돌아가신 지난 11월 29일 이후 12월 초까지 마사회 중앙은 부산‧경남 경마공원과 얘기하라고 하면서 교섭을 거부했어요. 그래서 저희가 부산‧경남 경마공원 측과 만났을 때, 그쪽 관계자들은 ‘우리는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고 마사회 중앙에서 허가를 해 줘야 한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었어요. 그래서 다시 마사회 중앙에게 교섭 자리로 나오라고 재차 요구했더니 마사회 중앙에서는 ‘자체 제도개선을 준비 중이니 부산‧경남 경마공원과 이야기하라’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12월 27일 저희가 고인을 서울로 운구하기로 결정하고 서울로 올라온다고 하니 마사회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27일 이후 세 차례 만나기는 했어요. 서울로 온다고 하니까 정부에서 압박이 좀 있었던 모양이에요. 하지만 마사회 측은 마지못해 하는 태도였고, 교섭은 진전을 보지 못했어요. 사실 우리는 고인의 시선이 도로에 있으니 사용자 측과 집중교섭을 해서 빠르게 해결하려 했지요. 하지만 마사회는 여러 관계자들이 모여 협의를 하자고 고집했어요. 우리를 교섭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월 10일에 마사회 김낙순 회장과 민주노총열사대책위원회가 만난 이후 13일부터 약 2주일간 집중교섭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다가 1월 30일에 교섭을 중단했어요. 제도개선의 일부 내용을 제외하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유족 보상과 같은 쟁점에서 마사회가 전혀 합의하고자 하는 의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3월까지 이어지게 되었던 거죠. 우리는 고인의 장례식을 설 이전에 치렀으면 했었는데 마사회는 그저 시간 끌기만 했던 거죠. 마사회 입장에서는 고인의 장례식이 늦춰지건 말건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까요. 그러다가 고인이 돌아가신 지100일이 다 되어가는 3월에 교섭이 다시 시작되었고요. 결국 3월 6일에 교섭이 타결되었던 것입니다.

 

Q. 마사회가 굉장히 비협조적이었군요.

 

A. 네. 특히 교섭에 나온 마사회 사람들이 무언가 법적 책임에 따라서 불이익을 당할까 봐 걱정을 하면서 교섭에 나와서 힘들었어요. ‘이 합의서 한 장 뭐 하나라도 내가 무언가 잘못을 하게 되면 내부로부터의 공격, 혹은 이후에 감사 같은 것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그런 건 피해야지.’ 이런 마음으로 나오는 사람들이었어요. 심지어 마사회장도 책임감 있게 공공기관으로서 나서질 않았어요. 사회적 문제잖아요. 사람이 계속 죽었고. 그것도 연달아 4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데…. 이렇게 됐으면 누군가는 해결을 위해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계속 면피만 했어요. 우리가 지쳐서 제풀에 그만두길 바라는 눈치였어요.

 

Q. 그 정도면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일 필요도 있지 않았을까요?

 

A. 1월 30일 교섭이 중단된 후부터 저희는 마사회와 교섭하는 건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고 봤어요. 마사회에 스스로 정화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고 판단했거든요. 그래서 설 연휴가 지난 다음부터는 정부가 직접 교섭에 나서라고 요구했지요.
그런데 마사회가 정부에 굉장한 수익을 주거든요. 특히 경마공원이 있는 지자체는 납세율이 1위에요. 기업 규모로 봤을 때도 납세율이 (조금 지난 자료이긴 하지만) 2013년 기준으로 삼성, 현대 다음으로 3위였어요.

 

정부도 마사회에 대한 관리, 감시, 감독을 포기

 

또 축산발전기금이라고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조성하는 기금이 있어요. 1974년에 설치된 기금인데 지금까지 98%를 마사회가 납입했어요. 이러니 마사회를 정부도 쉽게 못 건드립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마사회가 최순실, 정유라, 삼성과 연루된 적폐 공공기관으로 밝혀졌는데,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마사회 적폐청산보고서를 작성하고도 비공개 처리해버렸어요. 그리고 이 정부가 마사회에 김낙순, 그러니까 19대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일하던 사람을 앉히면서 친정부 공공기관을 만든 거죠. 추측이긴 합니다만, 정부 입장에서도 마사회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나 자신들이 직접 임명한 마사회 회장의 잘못에 대한 말이 나오기를 원치 않았겠지요. 저희는 정부도 마사회에 대한 관리, 감시, 감독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봅니다.

 

마사회와의 합의서 내용 중 일부

Q. 합의의 내용을 간략하게 말씀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마사회가 합의는 잘 이행하고 있나요?

 

A. 합의 내용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우선 경마시스템과 현황에 대한 연구용역을 3개월 이내에 하도록 합의서에 적혀 있는데, 앞으로 제대로 하는지 계속 확인을 할 부분이죠.

두 번째로 책임자 처벌이 있어요. 합의서에는 사망사고 책임자가 밝혀질 경우 처벌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건 경찰 수사를 포함한 다른 걸 통해서 밝혀지는 경우도 포함해요. 지금 수사 중인데, 결과가 빨리 나오길 바라고 있죠.

이것과 관련해서 예전에 이낙연 캠프랑 유족이랑 면담을 하기로 했는데 캠프 쪽에서 번복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이낙연 측에서 ‘경찰 수사결과가 빨리 나오면 되는가’라고’ 얘기하면서 4월 초중반까지 하겠다고 했어요. 그게 사실이라고 하면 4월 총선 이후에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하는데, 일단 지켜봐야겠죠.

그리고 제도 개선은, 부가순위상금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건 부산 기수들 동의하에 확인해야 하고요. 기수의 건강관리를 위해 마사회가 상금을 증액한다고 하는데, 확인해 볼 문제입니다. 그리고 운동처방사를 부산 기수에게 지원한다고 하고요. 서울에는 운동처방사가 있는데 부산에는 없어요. 동등하게 지원이 됐는지 확인 중이에요.

조교사 개업심사 기준을 개선하고 기승계약서 표준안을 만들어서 조교사 부당지시 금지, 기수 권익 보호가 명시되도록 한다는 내용도 있어요. 이걸 조교사들에게 마사회가 안내를 했고 권장했다는데 확인이 필요해요. 그리고 기수면허갱신제도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제도개선 과정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요구했어요.

마사회 말로는 이것들을 6월 이내에 이행하겠다고 밝혔는데, 우리가 계속 확인을 해야 합니다.

 

Q. 기수의 면허는 주기적으로 갱신하는 건가요, 아니면 성적에 따라 갱신하는 건가요?

 

A. 현재는 4년마다 갱신을 해야 해요. 규정을 보면 4년 동안 기수가 누적 경고를 일정 정도 받으면 면허가 박탈됩니다. 그리고 그것과 무관하게 성적에 따라 하위 10퍼센트는 무조건 면허를 박탈한다고 되어 있어요. 아까도 언급했지만 이것은 조교사의 권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조교사에게 밉보이면 경기출전권을 주지 않잖아요. 정말로 하위 10%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면허권을 박탈당하는 기수는 없습니다. 오로지 조교사에게 잘 보이는 것이 중요하죠. 여차해서 조교사에게 잘못 보이면 저 조항을 핑계로 면허를 박탈당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면허 갱신은 대표적인 독소조항이고, 우리가 삭제 요구를 한 것입니다. 4년 내 경고 누적으로 인한 면허 박탈도 바꾸려고 했는데 그것은 바꾸진 못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수의 소득 안정에 관한 내용이 합의에 포함됩니다. 기수의 월급을 세전 300만 원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했는데, 사실 굉장히 탐탁지 않은 내용이에요. 왜냐하면 합의서상으로는 평소 훈련에 충실히 참여하고 경주 횟수가 월 8회를 충족할 경우에만 월 세전 300을 보장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훈련에 충실히 참여하려면 조교사가 그만큼 기회를 줘야 하고,, 경주 횟수가 월 8회를 채우려면 마찬가지로 조교사가 기회를 줘야지만 가능한 거잖아요. 조교사 마음대로인 거죠.
저희가 그래도 이 안을 받은 이유는 아까 이야기한 부가순위상금 때문이에요. 서울은 기수들이 경마에 나가면 1위부터 9위까지 갈려요. 그런데 보통 상금은 1위부터 3위까지만 받습니다. 부가순위상금은 이렇게 1~3위가 받은 상금을 기수들이 걷어서 똑같이 나눠 갖는 거예요.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기수들도 나눠 갖죠. 일종의 고정급처럼 보장이 돼서 기수 소득 안정 문제는 해결됩니다. 하지만 부산경남 기수들이 우승 상금을 나눠 갖기를 거부하면 서울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공공운수노조

Q. 렛츠런파크 부산경남경마공원이 생긴 이후에 고 문중원 기수 이후로 최근에 또 한분에 돌아가셨잖아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후에만 5명이 돌아가신 셈입니다. 도대체 부산경남경마공원은 어떤 곳이기에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 거죠?

 

A. 서울과 부산이 많이 달라요. 서울은 93년 이전부터 기수나 마필관리사들이 원래 직원이었잖아요. 그래서 부가순위상금이란 것이 기수들 말고 마필관리사들도 있어요. 원래 마사회 직원들이었는데 내보내다보니까, 원래 마사회에서 받던 급여 수준을 어느 정도 보장을 해줘야 했던 배경이 있었어요. 그래서 서울 같은 경우는 애초부터 마필관리사는 조교사 협회에서 집단 고용하는 방식이에요. 그래서 어느 마방이 수입이 적다고 하더라도 협회 내에서 그 마필관리사를 다른 마방으로 보낸다던지 해서 자연스럽게 고용안정이 이뤄지게 체계가 잡혀 있습니다. 수입은 아까 말씀드린 부가순위상금이라는 걸 통해서 사실상 고정 수입을 보장해주고 있죠. 이건 형식상으로는 자율적으로 나눠주는 거지만, 사실은 마사회가 보장을 해주는 거예요. 서울은 애초부터 이런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부산에 비하면 심각한 경쟁도 없고, 마필관리사도 기수도 이렇게 내몰리지 않는 거죠.

 

서울과는 출발점이 달랐던 부산 경마장

 

근데 부산은 2006년에 개장을 했어요. 처음부터 완전 경쟁체제로 시작해서 서울 같은 안전장치가 없었어요. 마필관리사도 조교사 개개인들이 고용하고, 마필관리사의 노동이나 고용은 다 조교사 마음이었어요. 급여도 마음대로 지급하고요. 기수들도 완전 경쟁체계로 부가순위상금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압박이 너무 심한 거죠. 2017년도에 돌아가신 박경근‧이현준 마필관리사도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조교사 개개인에게 고용되다 보니까 나가라면 나가야 했던 상황이었어요. 그리고 부산은 말 두 수에 비해서 서울보다 사람을 더 적게 뽑아서 마필관리사들의 노동 강도가 엄청났어요. 그 당시 들어왔던 이현준 열사 같은 경우는 한 달에 한 번 집에 들어갈까 말까였죠. 마사회에 마필관리사들 자는 숙소가 있는데 말이랑 같이 자요. 마구간이나 다름없어요.

부산‧경남 경마장은 애초에 그런 방식으로 설계가 돼서 조교사나 마필관리사나 기수나 완전한 경쟁체계 속에서 살아가게끔 되어 있었어요. 이런 구조 때문입니다. 사람이 견디기 어려운 환경. 그러니까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분들이 계속 나온 겁니다.

 

Q. 마사회 적폐청산 대책 위원회는 마사회가 자체정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만들어졌다는 기사 내용을 보았습니다. 마사회는 왜 자체정화가 안 되는 것인가요?

 

A. 마사회의 경마산업은 사실 도박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공공기관은 공적사업을 하는 대 시민 서비스인데, 도박 산업을 공공기관이 한다? 돈은 많이 들어가지만 철도나 수도처럼 국민 전체에게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를 위해 국가가 운영하는 것이 공공기관이잖아요. 그런데 경마라는 것은 공공기관의 설립목적과는 상관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구태여 미사여구를 붙인 것이 ‘마사회는 국민의 여가와 레저에 이바지하고 그 외에 사회에 이바지한다.’ ‘축산발전기금을 많이 낸다.’ ‘사회 공헌 사업을 많이 한다.’ 이런 것들입니다. 그런데 홍콩 같은 경우와는 비교도 안 돼요. 홍콩의 경마시행체는 자신들을 아예 사회기업이라고 생각해요. 수입의 대부분을 사회공헌에 써요. 일하는 직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그런데 마사회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조직 문화에 도박 산업의 문화가 뿌리 깊이 박혀있어요.

 

부정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

 

그리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매출과 순이익이 중요한 평가 지표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매출 압박을 받습니다. 그런데 도박 산업에서 매출을 올리려면 '도박'이라는 행위를 계속 확대할 수밖에 없죠. 아이러니하죠. 도박은 나쁜 것이니까 확대되지 않도록 막고 중독을 막아야 하는데, 공기업이라는 마사회는 거꾸로 도박을 계속 확대해야 하죠.. 굉장히 모순적인 공기업인 거죠.. 그러니까 도박, 부정경마를 계속 벌일 수밖에 없고요.

실제로 매출 압박 속에서 작년 11월에 마사회 의정부지사에서는 불법 vvip룸을 만들었어요. 원래 마사회는 도박 중독을 막는다고 경주 한 번의 베팅 액수를 1010만 원으로 제한하는데, 이 불법 룸에서 베팅금액을 수천만 원까지 찍어준 거예요. 요즘 마사회 매출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예요.. 그러니까 마사회에서 화상경마장이 있는 지사에도 매출을 올리라고 압박을 줬을 거예요.

또 외국인 도박단을 유치해서 외국인 전용 화상경마장을 만들기도 했어요. 그 사람들이 몇 백억을 가져가든 상관하지 않았어요. 그 사람들이 전체 매출을 올려주는 걸로 나오니까요.

 

Q. 외국인 도박은 불법인가요?

 

A.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갔어요.. 그 사람들을 유치하는 것 자체는 불법은 아니죠. 근데 거기서 일종의 매크로를 돌렸던 거예요. 외국에서는 불법으로 규정된 프로그램인데, 쉽게 얘기하면 마권을 무제한으로 살 수 있게 마사회가 열어줬던 거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제한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 외국인 도박단이 프로그램을 돌려서 막대한 이익을 챙겼죠.

그 외에도 불법적인 게 많아요. 마사회에서 만든 앱이 있었는데, 이걸 마사회 직원들에게 시연을 시켰어요. 그런데 마사회 직원들은 마권 구입을 하면 안 돼요.. 그 자체가 불법이에요. 그런데 시연하면서 자연스럽게 직원들에게 마권을 구입하도록 했던 거죠. 고객만족도 평가도 조작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마사회 스스로 불법을 저지르는 겁니다.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에서 감사원에 이런 것들을 국민감사 청구하기도 했습니다.

 

Q. 감사가 진행 중인가요?

 

A. 네. 빨리 해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현장 감사가 안 된다고 늦어지고 있어요. 저희가 자체 정화가 안된다고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마사회는 스스로가 도박 산업임을 인정하고, 공기업으로서 그 폐해를 어떻게 줄일 것이며 경마산업 종사자들이 불법적인 행위를 하지 못하는 방안에 대해서 근본적인 고찰을 해야 하는데 이런 걸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로지 매출 확대에만 신경을 쓸 뿐이에요.

실제 외국 같은 경우에 청소년들이 경마에 빠져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어요. 기존의 경마에 대한 인식이 안 좋다 보니까 경마장에 출입하는 사람들은 계속 줄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마는 사행성 사업이라고 해서 사행성감독위원회에서 총매출을 규제하거든요. 아마 지금 8조 원대일 거예요.. 그런데 이것도 매출 총량만 감독할 뿐이지 도박중독이나 폐해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하지 않아요. 그리고 매출총량은 언제든지 늘릴 수 있어요.

 

마사회의 자체 개혁이 불가능한 이유

 

마사회는 경마 산업에 있어서는 하나의 국가예요. 마사회 산하에 공정경마관리단이라는 기구가 있습니다. 공정경마관리단은 각 경기에 대한 모니터링 등 일상적인 경마부정행위에 대해 조사합니다. 현행 마사회법, 경마시행규정 등에 따르면 경마 관리에 대한 권한은 전부 마사회에 있어요. 사실상 마사회가 수사 및 처벌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있는 구조입니다. 공정경마관리단은 수사에 가까운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서 정보를 획득하고, 이를 근거로 면허 박탈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있어요. 문제는 마사회가 법으로부터, 국가기구로부터 아무런 감시를 안 받는다는 겁니다. 

역대 정부들은 마사회를 돈주머니처럼 생각을 하니까 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김낙순 전 의원을 회장으로 앉혀놓고, 근본적인 문제는 들여다보지 않고 몇 가지 제도 개선하는 시늉만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마사회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권한을 남용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어요. 예를 들어, 과거 모 마주가 마사회의 정책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을 때 그 마주의 부인이 마방을 출입하는 것을 문제 삼아서 마사회가 마주 자격을 박탈한다고 협박한 적이 있었습니다.

 

Q. 정리해 보겠습니다. 경마는 도박 산업이기 때문에 부정 경마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마사회에 너무 많은 권한이 주어져 있고,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것이 문제라는 말씀이시죠?

 

A. 네. 마사회 감시에 대해 좀 더 말씀드리자면, 마사회에 문제가 생기면 국정감사위원회에서 지적이 되기도 하고 몇몇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때뿐이었어요. 사실 경마라는 게 국민들 생활과는 동떨어져 있다 보니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거예요. 저희도 이번 투쟁을 하면서 마사회가 정말 적폐기관이고, 이렇게 가만히 내버려 두면 사람이 또 죽을 수밖에 없겠다는 걸 알게 됐죠.

 

Q. 지난 2월 유가족 천막이 강제 철거당하는 모습을 보니 이명박근혜 정부 인가 싶은 생각이 스쳐가더군요. 현 정부의 노동정책 전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A. 저희가 볼 때는 문재인 정부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봐요. 아까 말씀드렸던 마사회 적폐청산보고서도 비공개하고, 이런 것은 아마 그냥 묻어버리고 싶겠죠.
사람이 먼저라고 말은 했지만 말뿐이고 실질적인 노동권에 대해서는 관심이나 해결 의지가 없다는 걸 보여줬다고 봅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화려한 선언으로 시작했지만, 얼마 안 가서 바로 실체를 드러냈어요. 경사노위를 가동한다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재벌이 대통령을 만나 원하는 입법 사항을 청구했습니다. 파업할 때 대체근로 허용이라든지, 사업장에서의 파업을 막는다든지…. 이런 내용이 그대로 경사노위 의제로 올라왔어요. 겉으로는 화려하게 출발했지만 실제로는 노동개악을 시도했습니다. 이번에 유가족 천막을 폭력적으로 철거했던 과정은 정부 노동정책의 본질을 드러낸 것이라고 봐요. 노동존중이니 하는 미사여구로 사람들을 언제까지나 속일 수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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