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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더불어삶이 만난 사람들

[인터뷰]정성용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23.03.01) by 더불어삶

by 더불어삶 2023. 3. 9.

 

 

 

 

 

 

 

 

[임금과 소득]“시급 120원 인상은 사실상의 임금 삭감, 회사에 강력 항의합니다”

    기획 인터뷰<1>  정성용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    

 

모든 게 올랐다. 전기요금과 난방비, 주유비와 외식비, 교통요금, 대출 이자까지.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정말 많이 나오는 시절이다. 임금이 오르더라도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정부 통계로도 확인된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노동자의 월평균 실질임금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7000원 감소했다.

 

지난해 정부는 ‘임금 인상발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노사에 임금 인상 자제를 요구했다. 올해라고 입장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정부는 물가상승률 둔화가 예상된다면서 앞으로 경제정책의 중심을 ‘물가’에서 ‘경기’로 옮기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아무리 ‘경기’를 부양한들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실질임금(또는 실질소득)이 줄어들어 생활이 고통스러워진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임금에 대한 정책 당국자들의 시선부터 바뀌어야 할 것도 같다. 

 

평소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시민단체 더불어삶에서는 <임금과 소득>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분야의 노동자들을 만나 임금 문제에 관한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첫 번째 인터뷰 대상자는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의 정성용 지회장이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의 정성용 지회장. ⓒ 더불어삶

 

Q. 쿠팡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2023년 임금을 발표한 직후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에서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항의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임금이 어떻게 달라진 건가요? 

 

A. 쿠팡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크게 (1)일용직 노동자 (2)1년 계약직 노동자 (3)1년 이상 계약직 노동자, 이렇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에 따라 임금도 세 갈래로 나뉘고요. 그동안은 모든 노동자의 시급이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올랐어요. 그래서 다들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느냐에 관심이 컸죠. 그런데 올해 쿠팡 사측이 다른 행보를 보인 겁니다.

 

일용직 노동자는 최저임금과 똑같이 임금을 책정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오른 액수만큼 시급이 올랐어요. 460원 오른 겁니다. 그런데 계약직 노동자들의 경우 시급이 460원이 아니라 120원 인상으로 일방 발표되었습니다. 임금 인상률을 계산하면 1.2%인 거죠. 평소 기업을 밀어주고 임금 인상은 억제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윤석열 정부조차 물가 상승률이 워낙 높으니 최저임금을 5.0% 인상할 수밖에 없었던 거잖아요. 그런데 쿠팡은 그 5.0% 인상조차 맞춰주지 않았어요.

 

Q. 현장에서 올해 임금에 대한 불만이 많나요? 

 

A. 계약직의 경우 임금 인상이 물가상승률의 반의 반도 못 따라갔으니까요. 난방비, 관리비, 생활물가 등이 모두 오르는데 생활이 되겠느냐는 거죠. 현장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사측은 '만근수당'이라는 제도를 도입해서 불만을 무마하려 합니다. 만근수당은 쿠팡에서 오래 전에 도입했다가 사라졌던 수당인데요, 계약직 노동자가 한달 만근을 하면 월 10만원을 더 주겠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쿠팡 사측에서는 시급을 120원만 올렸어도 만근수당 10만원을 합하게 되면 임금 인상률이 최저임금 인상률과 비슷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문제는 노동자들이 과연 만근수당을 받을 수 있느냐는 겁니다. 만근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하루도 결근을 하면 안 되고, 조퇴도 8시간 이상 하면 안 되거든요. 놀랍게도 병가도 쓰면 안 됩니다. 심지어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는 가족돌봄 휴가도 쓰지 않아야 하고요. 

 

쿠팡 물류센터가 노동 강도가 세고 노동 환경도 열악하다는 점을 이해하셔야 해요. 휴게시간과 냉난방 문제도 아직 해결 안 되고 있잖아요. 그래서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며칠 돈을 못 받더라도 결근을 해서 쉬려고 하거든요. 특히 오래 일한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더 그렇죠. 

 

Q. 실제로 만근수당을 받는 노동자는 많지 않겠네요.   

 

A. 쿠팡 사측과 교섭할 때 만근수당을 전체 노동자 중 몇 퍼센트가 받아가는지 공개하라고 늘 이야기합니다. 거기에 속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월급을 10만원 덜 받는 셈이니까요. 물론 사측은 그 비율을 절대로 공개하지 않아요. 그래서 만근수당은 실질임금 하락을 은폐하고자 하는 꼼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만근수당은 노동 통제를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아파도 출근해라, 일하다 아파도 조퇴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되잖아요. 아플 때 너무 참지 않고 병원에 가서 치료받으면 큰 병으로 이어지지 않을 텐데, 만근수당 때문에 그냥 참고 일하게 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현장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게 됩니다.

 

이번 임금 결정이 노동자들의 공분을 샀던 이유는 지난해 3분기에 쿠팡이 만년 적자를 벗어나 137억 원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4분기에도 흑자라고 최근에 발표했죠. 이렇게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임금으로 장난을 친다는 느낌을 받으니 사람들이 더 화가 난 거죠. 과거 적자였을 때도 임금으로 장난은 안 했거든요. 

 

Q. 노동조합에서는 임금에 관해 어떤 요구를 하고 있나요?

 

A. 노동자들이 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경기도 생활임금인 시간당 1만1,150원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요. 생활임금은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인천시 1만1,123원, 서울시 1만1,157원 등), 경기도에 물류센터가 밀집해 있기 때문에 우선 경기도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또 쿠팡 물류센터의 시급은 센터별, 근무조별로도 차이가 나는데, 이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인천센터가 동탄센터에 비해 시급이 100~200원 정도 더 높아요. 주간조와 야간조도 시급 차이가 있는데, 뜻밖에 야간조가 시급이 더 낮아요.

 

쿠팡은 시급을 다르게 책정한 이유나 근거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야간 수당은 법적으로 1.5배가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받는 임금은 야간조가 더 높아지거든요. 그래서 쿠팡 사측은 야간조 시급을 깎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야간조의 시급을 낮게 책정한 문제, 인천센터가 동탄센터보다 시급이 낮은 문제 등도 노동조합의 임금 요구안에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그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Q. 임금 결정 방식이 일방적이었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올해 임금만이 아니에요. 쿠팡 사측은 해마다 일방적으로 임금을 결정해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 회사와 교섭 자리에서 임금 수준에 대한 이야기는 의미 있게 다뤄진 적이 없습니다. 현재 교섭에서는 노동조합의 핵심적인 요구사항을 먼저 다룰 것인지, 임금 및 단체협약을 하나씩 살펴볼 것인지가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2년간 교섭을 해왔지만 회사는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기는커녕 교섭 자체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뒤로는 노동조합 간부들을 해고하고 있죠. 

 

물류센터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현장에서 회사에 요구를 하면 “노동조합과 교섭 중이니 교섭 때 이야기하라”는 식으로 대답합니다. 그런데 막상 교섭 자리에서는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않아요. 

 

쿠팡 배송 노동자들이 만든 노동조합도 비슷하더라고요. 쿠팡 배송 노동자들은 2018년부터 교섭을 시작했지만 회사는 아직까지도 시간만 끌고 실제로 의견차를 좁힌다거나 합의를 이뤄내려고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쿠팡 계열사들의 공통적인 전략인 듯 합니다. 

 

Q. 평소 쿠팡의 태도에 유감이 많으신 것 같네요. 

 

A. 쿠팡 사측이 노동조합을 대하는 태도도 그렇지만, 쿠팡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월에 쿠팡물류센터에서 노동자 사망 사건이 발생했어요. 인천4센터에서 일하던 무기계약직 노동자 한 분이 퇴근 셔틀버스 타러 가는 길에 심장마비로 쓰러져 사망하셨습니다. 장례식장에 가서 유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고인은 특별한 지병이 없었고 술, 담배도 안 하셨다고 해요. 노동조합에서는 과로사로 인한 산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어쨌든 꼬박 6년 동안 일하던 직원이 그렇게 쓰러져 사망하신 거잖아요. 그래서 현장에 계신 노동자들도 이번 사망사고에 관심이 컸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노동자 사망 사실을 숨기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부고장을 알리지 않아 노동조합이 고인 이름으로 장례식장을 수소문해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장례식장에) 가보니 쿠팡 직원 6~7명이 있었는데, 유가족에 합의를 시도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Q.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흑자 전환의 비결이 “기술과 풀필먼트, 라스트 마일을 통합한 물류 네트워크”였다고 밝혔습니다. 쿠팡 노동자들이 빠져 있는데, 여기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A. 쿠팡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당연히 노동자도 있습니다.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에요. 하지만 그 노동자들이 없었다면 흑자 전환은 고사하고 물류 시스템 자체가 돌아가지 않았겠죠. 요즘 라스트 마일 등 화려한 기술 용어가 많이 쓰이지만, 기본적으로 물류센터는 사람의 노동으로 돌아가거든요. 큰 물류센터의 경우 2,000~3,000명이 일해요. 일종의 대공장이라고도 볼 수 있죠. 쉬지도 못하고 움직이는 수많은 노동자들 없이는 유지되지 않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왜 노동자 이야기는 항상 빼버리나요? 

 

로켓배송 뒤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만큼 휴게시간과 노동권이 보장되는 좋은 일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시민들께서도 로켓배송 뒤에 사람의 노동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고, 우리 지회에서 모집 중인 명예조합원(가입 링크 http://cmsagree2.npas.co.kr/4abUDVqCk4)으로도 많이 참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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