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과 소득]"라이더에게 기본료는? 생계입니다. 올라야 합니다"
기획 인터뷰<2> 김종민 배달플랫폼노조 북서울지부 지부장
모든 게 올랐다. 전기요금과 난방비, 주유비와 외식비, 교통요금, 대출 이자까지.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정말 많이 나오는 시절이다. 임금이 오르더라도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정부 통계로도 확인된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노동자의 월평균 실질임금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7000원 감소했다.
지난해 정부는 ‘임금 인상발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노사에 임금 인상 자제를 요구했다. 올해라고 입장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정부는 물가상승률 둔화가 예상된다면서 앞으로 경제정책의 중심을 ‘물가’에서 ‘경기’로 옮기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아무리 ‘경기’를 부양한들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실질임금(또는 실질소득)이 줄어들어 생활이 고통스러워진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임금에 대한 정책 당국자들의 시선부터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평소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시민단체 더불어삶에서는 <임금과 소득>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분야의 노동자들을 만나 임금 문제에 관한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두 번째 인터뷰 대상자는 배달플랫폼노조 북서울지부 김종민 지부장이다. 인터뷰는 4월 10일,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Q. 엔데믹 이후 배달노동자(라이더)들의 노동환경이나 생활은 전반적으로 어떤가요?
A. 팬데믹 기간 동안 플랫폼 업체들이 라이더를 많이 모집했습니다. 2~3년 동안 산업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는데, 거리두기가 종료되면서 소비자들은 밖에서 나가서 사먹을 수 있습니다. 주문 수가 급격히 줄었지요. 우리가 ‘콜사’라고 부르는, 콜이 없는 상태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라이더들은 여전히 이것을 일자리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득 보전을 위해 노동시간을 연장해서 예전보다 더 오래 일합니다. 또 식비, 기름값 등이 모두 올라서 라이더들의 부담이 커졌습니다.
Q. 원래도 노동시간이 길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 요즘 전업 라이더들은 주당 몇 시간 정도 노동을 하고 있나요?
A. 50~60시간의 장시간 노동이 일상입니다. 사실 60시간도 아주 긴 편은 아니에요. 요즘 정부 정책 때문에 노동시간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라이더의 경우 법적으로는 자영업자나 특수고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주 40시간제, 주 52시간 상한, 노동시간 유연화 등의 논의 바깥에 있습니다. 이미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으니까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노동시간을 늘리게 되는 경우입니다.
Q.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플랫폼 배달료가 많이 올랐다는 것을 체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배달료가 오른 만큼 배달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가고 처우가 개선되고 있나요?
배달료가 올랐죠.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같은 경우 중개수수료로 6.8%를 받아가고요, 배달료는 기본형의 경우 소비자와 자영업자에게서 6,000원을 받습니다. 즉 자영업자가 5,000원을 부담하면 소비자는 배달료로 1,000원을 내고 반대로 자영업자가 나는 1,000원만 내겠다고 하면 소비자는 5,000원을 내는 구조예요. 그런데 라이더에게 주는 기본료는 3,000원입니다. 물론 거리할증 요금이 있어서 추가되는 부분도 있지만요.
배민의 경우 배달료를 인상하면서 라이더들에게 요금을 더 지급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상분이 라이더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어요. 이런 것은 플랫폼 업체들의 기만이라고 생각해요. 지난해 배민은 막대한 영업이익을 냈으면서도 그 이익을 노동자와 나누지 않습니다. 배달료 중 얼마를 라이더에게 지급하는지 정보를 공개하지도 않고 있어요.
Q. 노동조합에서는 배달플랫폼 업체들에게 어떤 요구를 하고 있나요?
A. 기본료를 올리라는 요구를 가장 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거리할증료나 프로모션이 아닌 기본료 인상을 요구하는 거죠. 왜냐하면 배달이 생계를 위해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비올 때, 눈올 때, 기상 악화할 때 프로모션 적용으로 수입이 반짝 늘어나는 것보다 안정적인 수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노동자들이 기본료를 올려달라고 했더니 업체들은 유사시에 프로모션으로 사용할 비용을 적립해 놓아야 해서 안 된다는 식입니다. 답답해요.
배민의 경우 기본료가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에 갑자기 알뜰배달이라는 서비스를 도입해서 기본료를 낮춰버렸어요. 라이더들 입장에서는 임금 삭감을 당한 겁니다. 그런데도 배민측은 중개수수료로 6.8%를 똑같이 받아가요.
쿠팡이츠의 경우 원래 기본료가 3100원이었는데 지난해에 2500원으로 낮췄습니다. 그런데 이 2500원도 쿠팡이츠가 언제든지 임의로 변경할 수 있어요. 라이더들의 임금인 배달료를 플랫폼사 마음대로 책정하는 구조라고 보시면 됩니다.
Q. 화물차 안전운임제가 사실상 최저임금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배달플랫폼 노동자들의 경우 안전배달료를 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안전배달료는 어떤 제도인가요?
A. 화물운송에 안전운임제가 사실상 최저임금 역할을 하는 것처럼, 배달에서도 일정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요금의 하한선을 정하자는 취지입니다. 작년에 퀵서비스 업종 사망자가 39명이었어요. 여기서 퀵서비스 기사로 집계된 사망자들이 실제로는 라이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해 산재 기업 순위에서 배달의민족이 1위, 쿠팡이츠가 9위였잖아요. 배달산업은 산재로 키워진 산업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화물운송의 운임이 너무 낮으면 고속도로에서 과속과 졸음운전을 하게 되는 것처럼, 배달 오토바이가 도로를 무리하게 질주하게 되는 것도 결국 배달료가 낮아서 시간에 쫓기기 때문입니다. 안전배달료를 도입하면 사고 위험이 낮아지고 과로를 덜 하게 되겠지요. 노동자의 안전이나 시민의 안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겁니다.
Q. 해외에서는 배달플랫폼 업체의 알고리즘 공개를 법제화한다거나 노동시간을 계산해서 '라이더 최저임금'을 도입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시급하게 바뀌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A. 결국 이런 변화들은 노동자성 강화, 사용자 책임 강화로 가자는 겁니다. 저는 한국에서도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자영업자가 아니라 분명히 배달플랫폼에 종속되어 통제를 받으며 일하는 노동자인데, 그 부분을 인정할 필요가 있어요. (전업 라이더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고, 아니면 노동법을 개정해서 배달플랫폼 노동자들을 노동법 안으로 포괄하는 방법이 있겠지요.
Q. 마지막으로 배달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배달노동자는 집에서 편하게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게 해줍니다. 이제 팬데믹은 끝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는 한국 사회에서 배달 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전업으로 일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플랫폼 업체들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수수료는 일방적으로 인상하고 노동자 임금은 인하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제어할 필요가 있습니다. 배달노동자들의 권리 찾기를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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