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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더불어삶이 만난 사람들

[인터뷰] SH 장기전세 보증금 최대치 인상 통보 받은 입주민 박지선씨 by 더불어삶

by 더불어삶 2021. 10. 7.

더불어삶이 만난 사람들

 

서민 위한다는 장기전세주택이 이래도 됩니까?
[인터뷰] SH 장기전세 보증금 최대치 인상 통보 받은 입주민

 

▲ 위례포레샤인 23단지 앞에 임대료 동결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위례포레샤인 23단지 보증금 비상대책위원회

 

 

장기전세주택은 공공주택 중에서도 서민 주거 안정에 도움이 많이 되는 바람직한 주택 유형으로 알려져 있다. 이사 걱정이나 임대료 폭등 걱정 없이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호응도 높은 편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발생한 경제적 재난의 한가운데서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가 장기전세주택 입주민들에게 보증금 최대치 인상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위례포레샤인 23단지 입주민들의 이야기다. 지난 9월 30일 서울 서대문역 인근 카페에서 '위례포레샤인 23단지 보증금 비상대책위원회' 소속인 박지선씨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보증금을 얼마나 인상한다는 것이고, 그것이 어떤 측면에서 문제가 되나요?
"SH 장기전세 임차인들은 2년에 한 번 재계약을 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합리적인 비율로 보증금 인상이 이뤄진 것 같은데, 어쩐 일인지 올해 재계약을 앞두고는 SH가 보증금을 규정상 최대치인 5% 인상하겠다는 안내문을 보내왔습니다. 일방적 통보였어요.

12월 재계약 시점까지 저를 비롯한 우리 단지 장기전세 입주민들은 보증금 인상분 1500~1600만 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코로나로 경제적 재난이 닥친 상황이고, 그래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부산도시공사 모두 2년간 임대료를 동결하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우리도 동결 또는 2~3% 인상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지금 입주민들 모두가 크게 당황하고 있습니다."

 

- 보증금 인상에 대해 SH는 뭐라고 설명하던가요?
"서울시의원을 통해 SH 공공주택부와 면담 자리를 가졌어요. 그러나 SH는 '우리는 공공주택법과 서울시 조례에 의거하여 주변 시세를 고려하여 전세보증금을 결정한다', 그리고 '특정시기 특정입주민들에게만 전세보증금을 동결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반복했습니다.

공공주택법 49조 2항을 보면 '공공임대주택의 공공주택사업자가 임대료 증액을 청구하는 경우(재계약 포함)에는 임대료의 100분의 5 이내의 범위에서 주거비 물가지수, 인근 지역의 주택 임대료 변동률 등을 고려하여 증액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항은 반드시 임대료를 5% 인상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5% 이내에서 결정할 수 있다는 것과 인근 지역의 임대료 변동률 등을 '고려'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SH에서 인상 근거로 제시한 '서울특별시 공공주택 건설 및 공금 등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 제10조(임대조건)도 위 공공주택특별법 제 49조 기준 등에 따라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습니다."

 

- 그러니까 서울시 조례에는 보증금을 시세의 몇 퍼센트로 해야 한다는 정확한 규정도 없고, 반드시 5%를 올려야 한다는 항목도 없는 거네요.
"맞습니다. 그리고 서울시 조례는 집값과 전월세가 폭등하기 전인 2013년에 제정된 겁니다. 게다가 지금은 코로나 재난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잖아요. LH도 공공주택법의 동일한 조항을 토대로 특수 상황을 고려해서 2년간 임대료 동결을 결정했습니다. SH 주택만 보증금 최대치 인상률을 적용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SH의 답변은 진실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서울시의회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박지선씨의 모습.
ⓒ 위례포레샤인 23단지 보증금 비상대책위원회

 

 

- 그러면 장기전세주택 외에도 SH가 임대하는 모든 주택의 임대료가 5% 인상되는 건가요?
"그것도 아니에요. 서울시도 상가 임차인과 영구, 공공, 국민, 재개발임대의 경우는 인상을 동결했습니다. 오로지 장기전세 주택에만 최대치인 5% 인상률을 획일적으로 적용하고 있는데, 주변 시세가 비싸졌다는 것 말고는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습니다. 입주민들이 SH에 연락해서 도움을 청해 보기도 했고 그렇게 보증금을 올려 받은 돈을 어디다 쓸 건지도 물어봤어요. 어디다 쓸 돈인지 답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 서민 주거 안정이 SH 본연의 목표인데, 그 목표가 상실된 것 같네요.
"그뿐 아닙니다. 입주민들이 보증금 최대치 인상이 부당하다는 민원을 제기했을 때 SH 담당자들은 '주변 집값에 비하면 싸지 않느냐', '그 정도 보증금 마련도 어려우면 이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모욕적인 말로 응대했습니다."

 

- 서울시에도 문의해 보셨나요?
"도움을 청하기 위해 SH에 문의를 하면 서울시 조례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서울시에 이야기했더니 SH가 하는 일이라 서울시는 직접 관여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 입주민들 가운데 1500~1600만 원을 금방 마련하기가 어려운 분들이 상당수겠지요?
"당연히 그렇습니다. '가난을 증명'하고 공공임대주택에 들어온 분들이거든요. 우리 단지 장기전세 입주민들은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의 70%'라는 조건에 맞아서 당첨이 가능했던 사람들입니다. 당시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의 70%는 4인 가구 기준 377만 원 정도였는데요, 맞벌이 가구의 경우 최저임금을 웃도는 수준이었습니다. 이렇게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임을 '증명'하면서 들어오게 했는데도 우리 단지 같은 장기전세주택은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입주민들 대부분이 목돈이 부족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입주 당시 보증금의 80%까지 대출을 해줬습니다. 그렇게 받아 놓고 이제 와서는 '당신들은 장기전세주택에 사는 중산층이 아니냐'면서 1600만 원을 못 내겠으면 나가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합니다."

 

- "가난을 증명하고 들어왔다"는 표현이 가슴 아프네요.

"그렇습니다. 코로나19와 같은 경제적 재난 상황에 취약한 계층이 거주하는 단지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주거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부동산 가격의 변동에 따라 2년마다 최대치 인상이 반복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어쩔 수 없이 높아진 금리에 은행 대출을 더 알아봐야 하는데 요즘에는 대출받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추가 대출을 못 받는 사람들은 장기전세 거주를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많이들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 공공임대주택 확충도 중요하지만, 공공임대주택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데서도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목표가 분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우리 단지의 사례가 공공임대주택정책의 맹점을 보여줍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반에 매년 17만 가구씩, 총 5년간 80만 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물론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의 양적 확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만 발표하면 끝은 아니어야 합니다. 실제로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입주민들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합니다."

 

- 공공주택 임대료가 독자적인 기준 없이 '시세'를 따라가는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원래 공공주택의 취지가 서민 주거 안정인 만큼 그 취지가 지켜지기를 바랍니다. 서민들에게 공공주택을 공급해 놓고 전세금 올려줄 돈 없으면 나가라는 식의 모순이 없었으면 합니다. 오세훈 서울 시장이 앞으로 오세훈 장기전세주택을 더 확대해서 향후 5년간 7만호 공급하겠다고 했는데요, 이것은 환영할 일입니다만 우리가 겪고 있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서울시와 SH가 LH처럼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를 촉구합니다. 코로나와 집값 상승으로 어려운 상황에 내몰린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전세보증금을 동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늦었지만 문재인 정부도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바로잡아 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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