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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모음/외부자료

노숙·고공농성장 현황 (2015년 12월)

by 더불어삶 2015. 12. 8.

2015년 겨울, 추위 속에서 노숙농성이나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업종과 요구는 다양하지만 노동이 보호받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부당함에 온몸으로 맞서 싸우고 있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습니다. 더불어 살아가기를 원하는 우리 모두를 위해 노동자의 노숙, 단식, 고공농성 현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서울 시내의 농성장을 먼저 나열하고, 나중에 부산 지역의 '생탁·택시' 고공농성을 추가했습니다)

 

 

1. 기아차 비정규직 정규직촉구 고공농성

 

△ 을지로 국가인권위 건물 옥상 광고탑
△ 기아차 비정규직 최정명, 한규협씨
△ 12월 5일 기준으로 178일째

 

아자동차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두 분의 고공농성입니다. 지난해 9월 현대기아차가 사내 하도급 노동자들을 불법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로 확정되었음에도 회사측은 이를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검찰, 노동부 등 어디에서도 판결의 이행을 강제하지 않고 다른 해결책을 내놓지도 않았습니다. 두 노동자는 지난 6월 11일 "기아차는 법원의 판결을 따르라"며 광고탑에 올랐습니다. 불법파견은 말 그대로 불법이니 대법원 판결대로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요구입니다. '법대로 하라'는 지극히 당연한 요구를 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하늘에서 농성까지 해야 한다니, 기가 막히는 현실입니다.

현대기아차와 정몽구는 고공농성 기간 중에 두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해고했습니다. 광고탑을 소유한 업체가 식수와 음식물 공급을 가로막아 두 차례나 식사 공급이 끊기기도 했습니다.

참고) <‘법 위의 기아차’ 맞서 비정규직 2명 “그새 해고까지 당해…우린 벼랑 끝에 서 있다”> (15/09/17 경향신문) 

 

△ 이 싸움을 응원하려면: 매주 화요일이 ‘인증샷 응원의 날’이라고 합니다. 인증샷을 찍어서 '기아비정규직 정규직촉구 고공농성 최정명 한규협 힘내라'를 페북에 올리면 됩니다. 

 

2. 화물연대 풀무원분회 노동자 고공농성

 

△ 여의도 국회앞 광고탑
△ 풀무원 제품을 운송하는 화물노동자 연제복, 유인종씨
△ 12월 5일 기준으로 42일차

 

무원 제품을 운송하는 화물노동자들은 지난 9월 4일부터 충북 음성에서 '노예계약에 가까운 운송차량 도색유지 서약서를 폐기할 것', '노사합의서를 성실히 이행할 것', '산재사고를 보상할 것'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파업이 50일을 넘어갔는데 사측에서 대화조차 거부하자 문제해결의 심각성을 느껴 30미터 높이의 광고탑에 올랐다고 합니다. ‘노예계약폐기 및 노사합의이행 촉구를 위한 고공농성’이라는 제목을 보니 눈물겹습니다.

도색유지 서약서란 차량에 풀무원 로고 외에 아무것도 붙이지 말라는 내용과 함께 화물노동자들의 정당한 조합활동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일명 '노예계약서'입니다. 그밖에도 풀무원은 CCTV와 드론을 이용한 노조활동 감시, 불법 용역 투입과 폭행 등의 방법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분들의 싸움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간접고용과 특수고용의 현실과도 관련이 깊습니다. 풀무원 제품을 운송하는 화물노동자들은 풀무원의 물류 자회사인 엑소후레쉬와 도급계약을 맺은 운송 대행업체 소속입니다. 즉 풀무원측은 실질적인 사용자면서도 고용에 따른 책임을 회피할 여지가 있는 것입니다.  


△ 이 싸움을 응원하려면: 고공농성장 방문은 언제나 환영이며, 투쟁기금 및 물품지원도 받는다고 합니다(우리은행 1002-944-805069 한미화). 혼자 찾아가기가 주저되는 분들은, 
더불어삶에서 계획 중인 <농성 노동자를 위한 연대의 김밥&건강차 만들기> 행사장을 찾아주세요!

 

3. 하이디스 노동자 노숙투쟁

 

△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 12월 5일 기준으로 노숙농성 192일차

 

기도 이천에 위치한 하이디스는 핸드폰 액정, 의료기 X레이 패널, 자체 개발한 ‘광시야각’ 기술 특허를 보유한 기업입니다. 현대전자 LCD사업부로 시작한 하이디스는 현대전자 부도 뒤 2002년 중국기업 비오이와 2008년 대만기업 이잉크에 연이어 매각됐고, 이 과정에서 두 외자기업에 의한 기술유출과 먹튀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대주주인 대만 경영진은 ‘특허권 장사’에만 집중하다 공장을 폐쇄하고 끝내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습니다. 기술 먹튀와 대량해고라는 점에서 쌍용차 사태와 닮은꼴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집단해고가 진행되는 가운데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의 전 지회장 배재형씨가 사망하는 비극적인 일도 있었습니다. 배재형씨의 죽음 이후 7월 1일 지회와 사측이 합의로 교섭이 재개됐으나, 사측은 시간만 끌면서 고용보장 안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하이디스 노동자들은 현재 광화문 노숙농성과 함께 김앤장, 외교부, 정부종합청사 투쟁, 대만 원정투쟁 등을 전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4. 동양시멘트 해고노동자 무기한 상경 노숙농성

 

△ 종로구 삼표그룹 본사 앞
△ 12월 5일 기준으로 109일차

 

동양시멘트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로부터 위장도급 판정을 받았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는커녕 집단해고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지난 2월 13일 고용노동부는 동양시멘트 협력업체 동일과 두성에 대해 위장도급이라고 판단했고 원청인 동양시멘트가 즉각 이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그런데 동양시멘트는 자신들의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오히려 해당 업체의 하청노동자들에게 기습적으로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이어 6월 강원 지노위에서도 해고노동자들의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받아들였고, 11월에는 중노위에서 해고노동자들의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쳥'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동양시멘트는 이를 외면하고 공장 매각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이에 동양시멘트 해고노동자들은 8월 24일부터 동양시멘트의 새 주인이 될 삼표그룹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삼표그룹은 동양시멘트 해고노동자들과의 교섭을 거부하고, 노동자 개개인에게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서까지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참고) 더불어삶 민생브리핑 21호(15/02/27)

          [사설]17년 불법하도급 외면한 동양시멘트·법원·정부·검찰

     

△ 이 싸움을 응원하려면: 매주 화요일 7시 촛불문화제가 서울, 삼척에서 동시에 열린다고 합니다.

 

5.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 노숙농성

 

△ 삼성 본관 정문 앞
△ 12월 5일 기준으로, 삼성백혈병 유족 노숙농성 81일차

 

8년간 길거리 투쟁을 했던 삼성백혈병 유족 정애정씨를 비롯한 가족들과 관계자들이 ‘삼성반도체 백혈병 올바른 문제해결 촉구를 위한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요구는 삼성백혈병이 직업병임을 인정하고 백혈병유족에게 사과하라는 것입니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어난 산재에 관해서는 삼성전자와 시민단체 반올림, 피해자나 그 가족들로 구성된 가족위원회가 참여한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이 나온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 측은 그 권고안의 합의보다도 적은 보상금으로 피해자들을 회유하면서 '비밀유지 서약'까지 받고 있다고 합니다.

 

△ 이 싸움을 응원하려면: 노숙농성 투쟁기금 후원계좌는 다음과 같습니다. 국민은행 김성환 406201-01-041294

농성장에서는 매일 출근집회(07시~08시 20분), 중식집회(11시반~13시), 퇴근집회(16시40분~17시30분)가 열린다고 합니다.

 

6.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노숙․단식농성

 

△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
△ 12월 5일 기준으로 콜트콜텍 투쟁 3231일째

 

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9월3일 이렇게 말했습니다. “콜트악기와 콜텍 이런 회사는 모두 이익을 많이 내던 회사인데 강경 노조 때문에 아예 문을 닫아버렸다.” 이 발언 이후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노동법 개악 저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허위사실 유포 규탄!’를 내걸고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콜트악기 노조의 방종운 지회장은 무기한 단식을 하다 45일째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었습니다. 콜텍악기 이인근 지회장도 병원으로 후송되고, 현재는 시민들의 동조단식으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콜트콜텍은 한때 전 세계 전자기타 시장 점유율이 30%에 이를 정도로 잘 나가던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2007년 4월 돌연 국내 공장을 폐업하고 정리해고를 단행했습니다. 폐업의 이유는 단 하나, 값싼 노동력을 찾아 공장을 이전했기 때문입니다. 그 후로 9년 가까운 시간 동안 콜트콜텍의 해고노동자들은 기나긴 투쟁을 이어 왔습니다.

 

7. 생탁·택시 고공농성

 

△ 부산시청 광고탑
△ 심정보(택시노동자), 송복남(생탁 노동자)씨
△ 11월 30일 기준으로 229일째

 

월호 1주기를 맞이하던 지난 4월 16일 새벽이었습니다. 심정보씨는 ‘전액관리제 도입, 부가세 경감분 부당사용 환수 고발 조처’를, 송복남씨는 ‘고용 안정화와 주5일 근무 등 노동자 처우 개선, 소수노조 인정’을 각각 요구하며 부산시청 광고탑에 올랐습니다. 이들은 고공 농성에 돌입하기 전 쓴 글에서 "택시노동자들이 농성장에서 사계절 보냈듯이 생탁 노동자들도 노예가 아닌 인간다운 삶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사계절을 보내야 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생탁은 1970년 부산지역의 막걸리 양조장 43곳이 모여 만든 업체입니다. 생탁 노동자들은 지난해 4월 열악한 근무조건에 항의하며 회사 설립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노조를 결성한 뒤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처우 개선과 노조 인정을 요구하는 파업이었지만 장기간 대립이 이어지면서 1년 7개월 동안 노숙농성을 해야만 했습니다. 택시노조 역시 부가세 경감액 환수 등을 요구하는 농성을 6개월여간 부산시청 광장에서 진행했지만, 장기간의 농성에도 관계 당국과 사측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너무 길어지고 있는 이분들의 농성이 올해 안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사측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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