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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민생토크 및 강연

첫번째 민생토크 - 기고문

by 더불어삶 2014. 9. 5.

인터넷언론 오마이뉴스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민생토크의 내용을 소개함과 더불어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최근 상황에 관해서도 정리해서 기사 형식을 갖췄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바로가기  → 삼성 비정규직의 '미친 짓'... 투쟁은 계속된다



제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투쟁은 계속된다

부제: '간접고용'을 주제로 한 민생토크 열려


지난달 29일 인문카페 창비에서는 민생문제 연구단체 ‘더불어삶’(www.livewithall.org) 주최로 민생토크가 열렸다. 주제는 최근 한국사회의 보편적 고용형태가 되어가며 커다란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간접고용. 수익을 얻는 자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모든 부담은 하청업체(협력업체)나 노동자들에게만 전가하는 간접고용의 실태와 규모, 문제점 그리고 확산원인에 대한 연구발표가 있었고 이어 간접고용(사실은 위장도급)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행사의 사전마당으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투쟁과정을 다룬 독립영화 <무노조서비스>의 상영회도 있었다). – 기자말



                                 ▲ 제1회 민생토크에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분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 더불어삶



한동안의 교섭해태, 그리고 임박한 타결 및 날인식

하지만 투쟁은 계속된다!


지난 6월 28일 금속노조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의 위임을 받은 경총 사이에 체결된 합의서에는“각 사별 임금 및 단체협약서의 날인은 본 합의 체결 후 7일 내에 권역별로 각 사 사장과 노조로부터 체결권을 위임 받은 지역교섭대표와 한다”고 되어 있다. 즉 ‘기준 단체협약’을 ‘기준’으로 하여 각 협력업체별로 각각의 노사협약에 대해 협상하고 조인해야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 달 이상 사측은 나서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교섭이 급물살을 타게 되어, 더불어삶의 민생토크가 있었던 8월 29일 기준으로 총 49개 센터 가운데 47개 센터에서 후속교섭이 타결되었고 울산, 포항 분회가 마무리 교섭이 진행 중이었다. 이러한 후속교섭이 모두 마무리되면 6개 권역별로 동시에 날인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 역사상 최초의‘임금 및 단체협약’이 체결되어 76년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파열구를 낸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의 투쟁의 1단계는 마무리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우선 삼성의 보복 징계는 예정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작년 12월부터 현재까지 1,600여명의 조합원들 가운데 1,200여명의 조합원들이 합법적 쟁의권을 가지고 있기에 지금은 삼성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못하지만 날인식이 진행되고 나면 각 센터별로 노동조합 조합원을 대상으로 노조탈퇴 공작, 보복성 징계가 행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는 단지 예측이 아니라 6월 28일 이후 일부 센터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날인식 이후의 사태 추이에 계속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한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지난 7월 14일 노조설립 1주년을 맞이하여 ‘1만 조직화 선언’을 하였다. 삼성전자서비스에는 내·외근 기사 6천여 명과 콜센터, 자재센터 등에 4천여 명 등 총 1만여 명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있는데 이들에 대한 조직을 목표로 선포한 것이다. 삼성이 직접 나선 것이 아니라 경총에 위임하는 형식이긴 하였지만, 아무튼 삼성 최초의 임단협을 이끌어 낸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의 투쟁에 계속적인 관심과 연대의 손길이 필요할 것이다.



아침에 눈떠서 밤에 잘때까지 어디서든 만나게 되는 간접고용


간접고용은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뿐만 아니라 아침에 눈을 떠서 불을 켤 때도(한국전력), 아침에 빵(삼립식품)과 우유(서울우유)를 먹을 때도, 지하철을 타고 학교나 회사에 갈 때도(서울메트로), 컴퓨터를 사용할 때도(한국마이크로소프트), 커피를 한 잔 할 때도(커피빈코리아), 병원치료를 받을 때도(서울아산병원), 맥주를 한 잔 할 때도(오비맥주), 저녁에 집에서 케이블TV를 시청할 때도(SK 브로드밴드) 우리는 간접고용을 사용하는 회사들을 만나게 된다(자료: 김종진(2013), 「사회적 차원에서 간접고용 확산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전산업으로 확산된 간접고용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국회토론회 자료집). 


출발점은 1998년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의 제정이었다. 그 이전까지 근로기준법의 중간착취 배제 조항과 직업안정법의 근로자공급사업 제한 규정에 의해 사실상 근로자파견은 금지되어 있었다. 하지만 98년에 정리해고 합법화와 함께 파견법이 도입되어 기업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 대신 그 자리를 파견노동자로 채우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파견법상의 규제조차도 회피하고자 도급을 위장하는 경우가 속출하였다. 삼성전자서비스의 경우가 대표적인 위장도급이라 할 수 있겠다.  


파견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 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ㆍ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근거법은 파견법이다. 이에 반해 도급은 당사자의 일방(수급인)이 어떤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도급인)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으로 민법 664조가 그 근거법이다. 노동부는 사업의 독립성이 있으면 도급, 독립성이 없으면 파견으로 구분하고 있다.


노동부는 작년 9월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해“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파견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는 수시근로감독 결과를 내놓았다. 정부가“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는 식의 코미디 같은 결과를 내놓은데 대해, 삼성전자서비스 역시 코미디로 대응하였는데, 작년 11월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들이 업무를 받는 휴대전화 프로그램인 Any Zone(애니존)에서 슬며시 삼성 로고만을 지운 것이다. 본사 프로그램인 애니존을 협력업체가 같이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로고만 지워서 ‘독립성’을 위장하고자 한 것이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상시적인 고용불안정을 경험해야 하고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원청은 뒤에 숨어 있기 때문에 노동3권의 행사에도 극도의 제약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여 년간 산재 사망사고의 대부분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서 발생하였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위험한 작업도 대부분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할당된다. 이러한 간접고용은 현재 급속도로 증가하여 비정규직의 대표적인 형태가 되어 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문제제기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지난 9월 1일 여러 시민단체와 종교계, 법조계, 정치권 인사들이 모여 ‘진짜 사장 나와라 운동본부’가 결성되기도 하였다. 현대판 노예제인 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첫 번째 목표로 벌써 석달째 파업 중인 씨앤앰과 티브로드 노동자들의 투쟁 승리로 잡았다.  


노동법 개정투쟁으로!


“지난 1년 동안 저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조합을 지켜낸다는 것이 사실은 너무나도 힘들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정규직과 차별받고 살아가는 것도 서러운 일이고 힘든 일인데,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과정은 진짜로 너무나 힘든 일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노동법을 가지고는 비정규직에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켜낸다는 것은 미치지 않으면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저희가 지난 1년 동안 느꼈던 것은 노동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 자체를 만들고 지키는 것이 진짜 너무 어렵다는 것입니다. 사회적인 연대단체의 투쟁이 노동법 개정 쪽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라두식 수석부지회장)


사실상 한국에는 노동3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한국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실제 자신들을 사용하는 원청과 노사관계가 성립되지 않으며,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아예 노동자성을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려운 일이고, 설령 노동조합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사측이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또한 만에 하나 사측이 노동조합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성실한 교섭에 임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만약 파업을 하게 되는 경우 대부분의 파업은 불법파업으로 낙인찍혀서 공권력의 진압대상이 되어버리거나, 사측의 제기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배상·가압류를 감내하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법 개정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경청할 필요가 있겠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누구나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고 단체교섭·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노동자탄압의 신종무기인 손배·가압류의 적용은 극도로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이러한 방향이 헌법에 존재하는 노동3권의 진정한 취지가 아니겠는가?



덧붙이는글: 이 기사를 쓴 박영대님은 민생문제 연구단체 <더불어삶>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더불어삶>은 일하는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민생관련 문제를 연구하고, 동시에 회원들의 정성을 모아 민생관련 후원사업을 진행하는 시민단체입니다(이메일: welivewith@gmail.com, 홈페이지: www.livewithal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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