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렸던 지난 토요일 저녁, <프랑스에서는 모두 불법입니다>라는 책으로 월례 책읽기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노동권이 잘 보장되는 나라인 프랑스와 갑질로 대변되는 한국. 두 나라의 노동문화를 비교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노동권 선진국과 직접 비교해보니 한국은 확실히 뭔가 이상하고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경향신문 (2017년 3월 10일)
"정말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노동자가 할 말을 다 하고 제 권리를 주장하면 괘씸해지는 나라."
저자는 프랑스 체류증을 발급받아 프랑스 주재 OECD 한국 대표부에 비정규직 행정원으로 취업했습니다. 처음 취업할 때 체류증과 외교증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프랑스 체류증을 선택하면 월급에 3분의 1에 달하는 부분을 세금으로 떼이지만, 그 대신 프랑스 노동자로서 누릴 수 있는 여러가지 복지혜택이 있기 때문에 저자는 체류증을 선택하여 프랑스 노동자로서 취업합니다. 그러다가 상관에게 욕설 및 폭행을 당했고, 이에 항의하자 불법해고를 당했습니다. 저자는 이에 대항하여 프랑스 법정에서 법정투쟁을 벌여 승소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폭행했던 상관은 이미 세월이 흘러 다른 나라로 전근가고 없어진 상태였죠. 또한 한국 대표부는 외교관 면책특권을 방패막이 삼아 보상금 지불을 4년간 유야무야 미루기도 하죠.
"당당히 을질해도 되는 나라"
저자는 파리에서 지내면서 일상에서 겪었던 프랑스의 노동문화를 상세하고 쉽게 서술해 놓았습니다. 파리에선 전철 파업은 부지기수로 발생하고, 학교 선생님들도 파업을 하는 등 파업이 일상이죠. 일반 시민들이 파업으로 인한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서비스는 느려터져서 처음 온 한국인 직원들은 답답함에 치를 떱니다. 돈을 세 배로 줄테니 업무외 시간에 인터넷을 빨리 설치해 달라고 프랑스 설치기사에게 부탁하기도 하지만 칼같이 거절당합니다. 그렇게까지 일하지 않아도 여유가 있는거겠죠. 또한 휴일, 휴가, 바캉스는 프랑스인에게 있어서 필수요소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프랑스에서는 그 누구도 자신의 쉴 권리를 빼앗을 수 없다는 거죠. 한국보다 평균 하루 2시간씩 덜 일하고, 남은 여가시간을 가족과 보냅니다. 상사가 휴일에 전화하면 바캉스 중이니 방해 말라며 매몰차게 끊어버리기도 합니다.
한 편으로 한국 대표부에서 벌어지는 한국적 노동문화에 대한 서술도 상세합니다. 비정규직에 대한 비인간적인 대우는 물론, 야근과 휴일 반납이 비일비재하죠. 여러모로 프랑스와 한국은 노동문화의 차이가 크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라는 국가에 대해 일종의 애국심 같은 것이 싹트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저자에게 노동자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프랑스 노동자로서 "법이 노동자를 존중해 주고 그 권리를 지켜" 주는 프랑스라는 국가에 대해 애국심을 느낄 정도라고 했습니다. 한국의 노동문화가 그토록 비합리적이고 부끄럽지 않았더라면, 저자가 다른 나라에 대해 애국심을 느끼는 안타까운 일은 없었을 겁니다. 책에는 인천국제공항의 화장실 문에 담당 청소 노동자들의 사진과 이름, 전화번호가 붙어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노동자의 사생활과 기본권은 한국에서 고려조차 되지 않습니다. 이런 나라의 노동자들에게 애국심을 기대하거나 강요할 수 있을까요?
차이를 인식하는 것부터...
태어나자마자 한국에서 계속 살아오다 보니 뭔가가 이상하고 불합리하다는 인식 자체가 하기 힘듭니다. <프랑스에서는 모두 불법입니다>와 같은 책이 그래서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세상에 프랑스 같은 나라도 있다. 비교해보니 애초에 우리는 참 이상하다. 이런 인식으로부터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프랑스의 선진 노동문화를 엿볼 수 있는 책, <프랑스에서는 모두 불법입니다>였습니다.
▶▶▶ <프랑스에서는 모두 불법입니다>의 내용 발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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