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20.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의문

더불어삶의 생각 2018.12.18 00:36

 생각 20.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의문 

 

* 이 글은 10월 19일 더불어삶이 주최한 박태견 뷰스앤뉴스 대표의 특별강연 <부동산 투기 공화국, 이대로 둘 것인가?>의 내용을 참고해서 작성한 것입니다. 10월 말 시점에 작성된 글을 그대로 올렸으므로 일부 공직자들의 직함이 현재와 다를 수 있습니다. 

 

 

1. 1년 4개월 동안 부동산값 450조 폭등, 누구의 책임입니까?

 

한 시민단체의 추산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16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가격은 180조원이 폭등(평균 1.3억원)했고 주택과 상가빌딩을 합할 경우 450조원이 폭등했습니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8.2대책' 당시 투기 지역으로 지정한 서울 11개 구의 아파트값은 지난해 5월 대비 28%(평균 1.7억원)나 상승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수차례 나오고 시행된 후에 부동산값이 오히려 폭등했다는 것은 명백한 정책 실패의 증거입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잘못을 시인한다거나 책임을 지는 모습도 없었습니다. 지난 8월말 개각이 있었지만 부동산정책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김현미 장관은 자리를 지켰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입에서 부동산이라는 단어가 나온 적도 없습니다. 출범 초기 기재부 장관 등 정부 고위 관료들에게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다”고 농담 같은 한 마디를 던진 것이 전부입니다. 청와대의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필요는 없다”는 놀라운 인식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국민들이 박탈감과 집값 걱정에 밤잠을 못 이루는데,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은 어찌 그리 태평하고 무책임한지 모르겠습니다.
9.13대책이 나온 이후 부동산값 상승세가 ‘주춤’한다거나 일부 지역에서 ‘하락’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긴 합니다. 국감에서 김현미 장관도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그런가요. 이미 집값이 몇 억씩 오른 상태에서 0.02〜0.05% 하락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요? 정황상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집값이 오른 것은 그냥 두고 더 급격하게 오르지 않도록 ‘관리’만 하려는 것 같습니다. 전체 가구의 절반인 무주택자들에게 아무런 희망을 주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담당자들은 교체되어야 마땅합니다.

 

2. 이명박, 박근혜 정권만 탓할 수 있습니까?

 

부동산값 폭등이 이전 정권들 탓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전 정권들의 부동산 정책이 엉망이었던 것은 맞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초기인 2008년에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의 부동산 거품이 30% 이상 빠지면서 조정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러나 당시 강만수 경제팀은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자금을 무차별적으로 살포했습니다. 각종 토건사업을 벌이고 무분별한 규제 완화를 실시했지만 결국 투기 거품이 꺼지는 것을 막지 못해서, 이명박 정부 후기에는 아파트값이 하락했습니다. 이때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나왔죠. 그리고 박근혜 정권 때는2013년부터 미국 연준이 3번째 양적완화를 본격화하면서 세계적으로 금리가 하락했습니다. 한국도이때 최경환 경제팀은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이주열 한은 총재는 초저금리 정책을 시행해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2014년 최경환 부총리가 LTV와 DTI를 완화하면서 ‘빚내서 집 사라’는 강한 신호를 보내자 부동산 시장이 반응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지금처럼 상승세가 가파르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부동산값 상승률이 가장 컸던 시기는 참여정부 때입니다. 참여정부는 강남의 집값을 잡겠다며 서울 주변에만 10여 곳의 신도시 개발계획을 내놓았습니다. 그 결과 2004년에는 판교발 투기 열풍이 전국을 뒤덮습니다. 그리고 2005년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면서 ‘부동산 불패 신화’가 굳건해집니다. 부동산 시장과 투기세력은 참여정부 때의 전국적인 부동산값 상승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 정상화, 투기 근절, 불로소득 환수 등을 위한 근본적인 개혁은 추진하지 않고 지극히 소극적인 대책들로 일관했습니다. 지금 이전 정권들을 탓할 때가 아닙니다. 실제 정책에서 이전 정권과의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대중의 냉정한 심판에 직면할 것입니다.

 

 

3. 보유세를 과감하게 올리지 않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2016년 겨울에 촛불을 들었던 수많은 시민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집값을 안정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었을 겁니다.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보유세 인상입니다.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6%로 선진국의 6분의 1 수준입니다. 이는 한국 정부가 땅부자와 집부자들에게 5배 이상의 보유세 특혜를 주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 내놓은 6.19대책과 그 뒤에 연이어 나온 8.2대책에서 보유세 인상은 빠져 있었습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같은 자잘한 대책들을 나열했지만 알맹이가 빠진 부동산 대책은 시장의 내성만 키워주었을 뿐입니다. 보유세에 대해 “소득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내는 세금”이라고 했던 김수현 당시 청와대 사회수석의 말은 애초부터 보유세를 인상할 의도가 없었음을 드러냅니다.
집권 후 1년이 다 가도록 보유세제 개편을 방기하던 문재인 정부는 재정개혁특위라는 민간인과 공무원들의 위원회에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맡겨버립니다. 그리고 올해 7월 3일 특위의 최종권고안이 나왔는데, 종부세의 공정가액비율을 5% 상향하고 세율을 약간씩 인상하라는 소극적인 안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7월 6일 기획재정부가 최종적으로 발표한 개편안은 특위의 권고안보다도 후퇴한 것이었습니다. 한 전문가는 정부의 7.6개편안에 따라 걷힐 종부세 세수 총액이 추가로 늘어날 7000억원가량을 포함해 2조2천억원 정도로 추산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의 종부세 세수인 2조 7671억원보다도 적은 액수입니다. 물론 그사이 전국의 부동산 가격은 70%가량 뛰었습니다.
효과가 미미한 보유세 개편안. 시장에는 이보다 분명한 신호가 없었습니다. 부동산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습니다. 그러자 정부는 다시 9.13대책을 발표했지만 그 역시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보유세를 과감하게 올리고 확실한 정책 신호를 보냈다면 상황은 많이 달랐을 것입니다.

 

4. 공시가격 정상화, 왜 이렇게 더딥니까?

 

세율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과세표준을 손질해야 합니다. 현재 종부세는 실거래가가 아닌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매겨지며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약 80%)까지 적용합니다. 일반 아파트는 대체로 시세 대비 70% 수준에서 공시가격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고가 단독주택이나 가격이 급등한 지역의 아파트는 시세의 60% 이하에서 공시가격이 책정됩니다. 토지 공시지가는 지역별·가격수준별로 천차만별입니다만, 대략 시세 대비 30%에서 80% 사이에서 공시지가가 형성됩니다. 한 시민단체의 추산에 따르면 한국 부동산의 과세표준이 실거래가의 대략 5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이 불평등한 것도 문제입니다. 재벌과 부동산 부자들이 보유한 고가 단독주택이나 토지의 실거래가 반영률이 더 낮기 때문입니다.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가 다른 나라는 한국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박정희 체제의 산물입니다. 기업들에게 초저가 덤핑 수출을 종용하는 대신 토지 등 부동산에 매기는 세금을 깎아주면서 이익을 보전해준 겁니다. 이런 것이야말로 일찍이 청산했어야 할 적폐입니다. 정부는 부동산에 관련된 모든 세금의 과세표준을 결정할 때 반드시 실거래가를 적용해야 합니다. 그래야 거래의 투명성이 과세의 투명성으로 이어지며 보유세나 양도소득세의 역진성도 해소할 수 있습니다. 국회에서 정하는 법정세율과 실제 세부담을 나타내는 실효세율이 근접할 때 진정한 조세 법정주의가 가능합니다.
집값이 무서운 기세로 상승하자 문재인 정부는 떠밀리듯 공시가격 현실화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것 역시 제대로 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고가 주택 소유자들의 저항을 의식하면서 건강보험료 인상 등의 핑계를 대고 있습니다. 세제 담당인 기획재정부, 지방세 소관부처 행정안전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산정하는 보건복지부 모두 공시가격 정상화에 소극적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공시가격을 정상화하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이래서는 안 됩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매년 5%씩 올린다는 것도 너무 안이한 방침입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당장 100%로 바꿔 사실상 폐지하고, 아파트 및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실거래가 반영률 인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합니다.

 

5. 공급 확대가 답이 아닌 것을 왜 모릅니까?

 

얼마 전 문재인 정부는 아파트 24만채를 추가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8.27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아파트공급이 부족해서 부동산값이 오른다고 주장하는 공급확대론자들에게 정부가 휘둘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공급확대론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때마다 등장하는 익숙한 거짓말입니다. 그동안 공급부족론 때문에 끊임없이 주택을 짓지 않았습니까?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었습니다(2016년 기준으로 전국의 주택보급율은 102.6%). 그런데 자가보유율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습니다(2010년 전국 60.3% 서울 50.4%에서 2016년 전국 59.9%, 서울 45.7%). 서민들이 내 집이 없거나 터무니없이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투기세력이 집과 건물과 땅을 독점하기 때문입니다. 국세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대부분 재벌 대기업인 법인상위 1% 1752개사가 보유한 부동산 물량은 지난 10년간 판교신도시의 700배, 여의도의 2100배로 불어났습니다. 개인의 경우 상위 1% 다주택자의 1인당 보유주택 수는 10년간 3.2가구에서 6.7가구로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대기업과 다주택자의 싹쓸이가 계속되는 한, 아무리 많은 아파트를 지어 공급해봤자 기득권 세력의 불로소득만 증대할 것이 뻔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참여정부 때 개발된 판교, 위례, 마곡 신도시 등이 가격 안정에 기여하기보다 투기의 장으로 변질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주택보급률 100%가 넘은 상황에서 주택 공급을 쉽게 하는 방법은 따로 있습니다. 보유세를 확실하게 올리고 임대소득에 제대로 과세를 하면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물로 내놓을 것입니다. 만약 다주택 보유자의 집 가운데 500만 채가 시장에 나올 경우 판교 신도시(2만5,000호) 200개를 일시에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그 쉬운 길을 외면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공급 확대책을 내놓고, 임대소득 등록을 의무화하는 대신 민간임대사업자에게 특혜까지 주고 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부동산 불평등 해소는 요원한 일입니다.

 

6. 금리를 제때 올리지 않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올해 6월말에 시중 부동자금이 1117조원을 넘겨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합니다. 시중 부동자금은 2016년 12월 말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은 이래 팽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엄청난 돈이 떠돌아다니며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고 있습니다. 불로소득이 다시 불로소득을 낳는 형국입니다.
부동자금이 사상 최대치에 이른 것은 박근혜 정부에서 은행 대출을 확대하고 금리를 낮추는 정책을 실시한 결과입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만 6차례의 금리 인하가 있었고,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인 1.25%로 낮아졌습니다. 투기세력은 물론 전월세난에 시달리던 무주택자까지 대출을 받아 주택 투자에 뛰어들면서 가계부채는 증가하고 집값은 올라갔습니다. 대중과 언론은 이를 “빚내서 집사라” 정책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정책을 실행에 옮긴 장본인은 최경환 전 부총리와 이주열 당시 한국은행 총재였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취임 직후 금리를 적절히 인상했다면 급등하던 집값도 머지않아 제자리로 돌아갔을 것입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문재인 정부는 이주열 한은 총재를 연임시키기로 결정합니다. “빚내서 집사라” 정책의 일등공신인 박근혜 통화정책의 수장을 연임시키는 것은 그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의사 표명이 아닐까요? 정책금리인 기준금리는 작년 11월에 딱 한 번 인상했을 뿐 여전히 초저금리 상태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하반기에 가계대출은 57조원이나 증가했습니다.
집값을 안정시키는 방법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금리를 올려서 시중의 부동자금을 거둬들이고, 보유세를 인상하면 됩니다. 저소득층과 영세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이 걱정된다면 보완책을 마련해서 그들을 지원하면 될 일입니다. 2020년까지 미국이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릴 것이 기정사실화한 마당에 한은이 금리 인상을 계속 미룬 이유가 무엇인지 도통 알 수 없습니다. 설마 고소득 자산가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함은 아니었겠지요?

 

7. 거품 붕괴와 경제위기의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습니까?

 

전 세계가 지금 자산가격 폭등과 거품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2008년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월가가 붕괴될 위기에 몰렸던 미국은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부지런히 돈을 풀었습니다. 그 덕분에 미국은 공황 위기에서 벗어나 다시 성장 엔진을 돌릴 수 있었고, 주가와 부동산이 지나치게 상승했다는 판단에서 자금 회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신흥시장 사정은 그렇게 좋지 못합니다. 신흥시장의 금융불안 등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양상입니다.
한국의 경우 부동산시장이 투기판으로 변해버린 탓에 전반적인 자본 흐름이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습니다. 자금이 비생산적인 부분에 몰리면서,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투자를 거의 못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발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는 나라입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이미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조선과 자동차 등 경쟁력이 약화된 주력산업은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고용상황은 앞으로 더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수출은 반도체에 심하게 편중된 구조인데, 반도체 시장의 성장 전망도 중장기적으로는 불투명합니다. 최악의 경우 반도체 초호황이 끝나면서 부동산 거품이 동시적으로 터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아니라 양극화와 경제위기가 반복되는 중남미형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에 아무런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듯합니다.
얼마 전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4번째 일자리 대책은 2~3개월짜리 단기 일자리를 수만 개 만들고 SOC사업을 활성화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촛불 시민들이 요구했던 근본적인 경제구조 개혁의 의지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는 보수세력과 야당의 눈치나 보고, 최저임금 인상을 희석시키는 조치들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재벌들과 타협해서 일자리 만들고 성장하겠다는 유혹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미 촛불 정신과 멀어져 과거 정권들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경고합니다. 천문학적 부동자금이 투기를 일삼고 다니는 현실을 혁파하지 않고 단기적인 통계 수치나 개선하려 든다면 문재인 정부의 지지세력은 생각보다 빠르게 등을 돌릴 것입니다.

 

posted by 더불어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