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21. 코로나 민생 비상시국, 누구를 어떻게 지원해야 하나

더불어삶의 생각 2020. 5. 11. 14:04

생각 21. 코로나 민생 비상시국, 누구를 어떻게 지원해야 하나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실업대란이 현실로 닥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3월 취업자 수는 2660만9000명으로 지난해 3월보다 19만 5000명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최대 감소폭이다. 구직단념자와 잠재적 구직자를 포함하는 확장실업률은 14.4%로 지난 2015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상 취업자로 잡히지만 실제로 일은 하지 않는 ‘일시휴직자’는 통계 작성 이후 3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비경제활동인구’도 지난해 3월 대비 3.1% 증가해 1692만3000명에 달한다. 도소매, 항공, 음식 및 숙박업은 이미 고용대란이 벌어졌다.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에 수백 명이 몰린다고도 한다. 그야말로 민생 비상시국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수호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적인 책임이다. 전염병에 걸려 건강을 잃지 않도록 하는 보호도 있지만 실직으로부터 보호도 중대한 책임이다. 코로나 사태로 국민이 일자리를 잃어도 생계를 위협당하긴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실업대란이 발생하고 나서 대응하는 것보다 대량해고 사태를 미리 막는 것이 현명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민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대책은 비상시국에 걸맞지 않게 느리고 소극적이다. 지난달 22일 정부는 10조원 규모의 ‘고용안정 특별대책’을 발표했지만 노동자들이 받는 타격에 비하면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

 

현재 정부가 지급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은 휴업 사업장에 휴업‧휴직수당의 최대 90%까지 지급하는 제도인데, 이것은 고용보험기금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고용보험 가입자가 아닌 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2660만9000명 중 1352만명만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다. 즉 취업자의 절반 이상은 고용유지 지원에서 배제된다. 일용직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등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지원을 못 받는 것이다. 또 고용유지지원금은 노동자가 아닌 사업주가 신청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 사업장에서는 사업주가 나머지 10% 부담을 지지 않으려고 권고사직이나 계약 해지를 선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관한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특수고용 노동자,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 등 93만 명에게 50만원씩 3개월 동안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300여만 명 중 93만 명으로 지원 대상이 너무 적고, 50만원이라는 금액도 생계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 지난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방진복 차림으로 해고 금지 조치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일자리 지키기에 적극적인 다른 나라들과 비교를 해보자. 독일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독일 내 기업이 파산해선 안 되며 일자리를 잃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방침을 세우고, 고용을 유지하되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통상임금의 3분의 2를 정부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탈리아에서는 90일 동안 노동자 해고를 원천 금지하는 대신 임금의 80%를 정부가 보전하고 있다.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GDP의 10%에 가까운 초대형 지원책을 마련해 실직자는 물론이고 모든 성인에게 생계비를 지원한다. 이에 비해 한국 정부는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확실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미국처럼 국민에게 과감하고 포괄적인 지원을 하는 것도 아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기획재정부, 김상조 정책실장 등은 재정건전성을 내세우면서 국민에게 돈을 푸는 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가지고 정치적 타산으로 줄다리기를 하면서 시간을 소모한 것은 당장 생계가 곤란한 사람들의 처지를 헤아리지 못했다는 증거다.

재정적자를 우려한다고 하지만 당장 금융권과 기업에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1차 대책 중 가장 규모가 큰 ‘금융‧민생안정 패키지’ 100조원은 주로 회사채 부실을 방지하고 은행 및 증권사를 지원하는 데 쓰인다. 2차 대책으로 발표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역시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 및 자본 확충 지원이다. 특히 7대 기간산업인 항공・해운・자동차・조선・기계・전력・통신이 재벌 대기업이 주도하는 분야임을 감안할 때, 40조 원의 대부분은 중소기업도 영세 자영업자도 노동자도 아닌 재벌 대기업에게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기업과 금융권에는 100조 단위로 돈을 투입하면서 고용안정을 위해 쓰는 돈은 10조원밖에 안 된다. 그 10조원 중에서도 9조 3천억원은 3차 추경을 통해 충당한다는 방침이어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예정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기업 살리기가 아니라 일자리 살리기에 주력하고,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려면 해고 금지를 전제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책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의 소상공인 대책은 긴급대출과 이른바 ‘착한 임대인’ 정책이 전부였다. 그런데 손님이 오지 않아 장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출은 빚을 내가며 버티라는 것밖에 안 된다. 대출을 통한 자금 공급을 넘어 자영업자의 부담을 확실하게 경감하는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 특히 가장 큰 부담인 임대료에 대해 납부 중단이나 반값 인하 등의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지난 3월 베네수엘라 정부는 해고 전면 금지와 함께 은행 신용결제 추심 중지, 임대료 납부 중지 방침을 발표했다. 독일, 스페인, 영국, 미국 등에서도 주택 및 상가 임대차 계약 해지 금지, 강제퇴거 금지, 임대료 유예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시행하는 ‘착한 임대인’ 지원은 거꾸로 된 대책이다. 사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상가 임대료는 이미 급등을 거듭해 핵심 상권에 공실이 발생하고 있었다. ‘착한 임대인 운동’이 처음 시작됐다는 전주 한옥마을도 몇 년 전부터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수백 퍼센트씩 올려 받으면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던 지역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착한 임대인’들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임대인이 상가 임대료를 인하할 경우 세금을 줄여주는 방식의 지원을 택했다. 이것은 임대인의 자발성에 기대는 정책이라 한계가 명백할 뿐 아니라 그동안 고액 임대료의 수혜자였던 사람들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똑같이 임대료를 50% 인하한다고 할 때 고가의 상가를 소유한 임대인일수록 세금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역진적인 정책이기도 하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강남 지역에서 표를 얻기 위해 고가 1주택자의 종부세 완화를 약속했다가 최근에 입장을 모호하게 바꿨다. 또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후보였던 양정숙 당선인은 선관위에 신고한 재산만 92억 원에다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총선에서 큰 승리를 거둔 여당과 정부에 묻고 싶다. 재난 앞에서 기득권과 자산가에게 유리한 정치를 할 것인가, 아니면 다수의 경제적 약자를 보호할 것인가? 노동자의 생존권을 수호하기 위해 해고 금지 조치를 시행할 결단력이 있는가? 국민이 살아야 경제도 살아난다는 당연한 진리를 잊지 말자.

 

posted by 더불어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