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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모음

📚 '2급 발암 물질' 이라는 야간 노동, 알고 계셨나요 <달빛 노동 찾기>

by 더불어삶 2019. 4. 30.

 더불어삶의 서재  

 달빛 노동 찾기(신정임 정윤영 최규화 지음| 오월의봄)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을 때마다 내뱉는 말이 있다. ‘한국은 정말 다이내믹한 나라’라고. 좀 더 자세히 들어보면 이런 이야기다. 밤늦게 나가도 문을 연 식당과 편의점이 즐비하고, 새벽 2, 3시까지 운영하는 식당도 적지 않으며, 언제 어디로든 배달음식을 시키면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 금세 나타나 음식을 주고 사라진다는 것이다. 새벽까지 운행하는 노선버스도 많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자. 이 거대하고 다이내믹한 ‘야간 산업’을 움직이는데 많은 노동력이 투입된다. 배달원부터 시작해 지하철 역무원 등 각종 시설 관리직, 그리고 야근을 넘어 아예 정해진 시간조차 없이 일하는 이들까지….   
  노동 전문 잡지 기사인 신정임 씨를 비롯해 모두 5명이 글을 쓰고 사진을 쓴 <달빛 노동 찾기(2019, 오월의봄)>은 한국 사회의 ‘야간 노동’을 다루고 있다.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이 노동 형태가 어떤 모습을 띄고 있는지 알아보자는 것이다. 이들은 우체국, 대학, 방송, 병원, 공항, 교통, 교도소, 단체급식, 고속도로에서 일하는 야간 노동자를 만나 이들의 노동 환경부터 삶의 질 전체를 샅샅이 훑었다.

 

열악한 처우, 밤낮없는 호출…야간 노동의 현장


  필자들은 이들을 들여다보며 ‘야간 노동’의 몇 가지 공통점을 찾아냈다.
  먼저 대부분 야간 노동자가 비정규직이었고, 한시적이고 보조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로 여겨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 일하는 이중원 씨는 ‘우정실무원’으로 일하며 7년째 밤에 출근해 새벽에 퇴근하고 있다. 택배 상자들이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지고 파레트에 쌓이는 과정에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일을 한다. 허울 좋은 정규직, 무기계약직이어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임금 인상도 없다. 대학 시설노동자들이라고 상황이 다를 리 없다. 
  또 이들의 야간 노동은 자발적이기보다는 사용자에 의해 임의로 좌우된다. 방송작가가 대표적인 경우. 방송작가들은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은커녕 100만 원도 되지 않는 돈을 받고 일한다. 그러나 이들은 다른 노동자에 비해 사용자의 과도한 업무지시에 시달린다. 급하게 일이 틀어지거나 변동되는 방송 업무의 특성상 새벽 업무 지시도 잦다. 혹여 신호음을 놓칠세라 휴대전화를 놓지 못하는 휴식은 휴식일까 아니면 또 다른 감옥일까. 
 “월세가 비싸 용돈 받으며 일하는 동기가 있다”거나 “새벽 4시까지 출근이라 택시비만 60만원을 쓰고 월급은 120만 원을 받는다. 전기세 못 낸 적도 있다”는 최지은 씨의 사연은 이들의 열악한 환경을 간단히 설명해준다.

 

출처: 대한전문건설신문

'2급 발암물질' 이라는 야간 노동에도 열악한 처우


  야간 노동은 노동자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낮에 친구를 만나지 못하는 것부터 시작해 건강과 주거 환경까지 모두. 매일 밤에만 일하다보니 아들 딸 등 가족, 친구와의 관계를 고민하는 모습이 보인다.
  더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책에서는 한 학교 급식 조리실 직원들의 뇌출혈, 구토, 폐암 발병 사고가 소개된다. 급식실에 있던 공조기와 후드가 1년 넘게 고장 나 있었다 한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종종 ‘시설 관리를 하던 노동자가 기계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뉴스를 접한다. 사고도 있고, 과로사도 있었을 것이다. 밤에 외롭게 일하던 이가 외롭게 죽어갔다는 소식. 故 김용균 씨의 죽음에서 우리는 야간 노동의 굴레를 본다. 

 

출처: 참세상


  국제암연구소(LARC)는 야간 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고 한다. 야간 노동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야간 노동 시간을 줄이지 않는 한 다른 어떤 개선으로는 해악을 줄일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조금 단순화시켜 말하자면 ‘똑같이 일해도 똑같이 일한 게 아니’라는 말. 그러나 이들에 대한 처우는 어떤가. 남들보다 더 보호 받고 관리 받아야 할 것 같지만 <달빛 노동 찾기>의 저자들이 들여다 본 한국 사회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노동이 정당한 대가를 인정받고 보호를 받는 사회를 만들기까지 갈 길이 아직 멀다.  

 

고 김용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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