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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삶의 생각

<의견서> 비정규직 노동자 17명에게 징역 21년을 구형한 데 대해

by 더불어삶 2022. 1. 21.

발신: 더불어삶
수신: 서울중앙지법
제목: 의견서

김수억 등 비정규직 노동자 17명에게 공동퇴거불응으로 검찰이 징역 21년을 구형한 데 대해 다음과 같이 의견을 개진합니다. 

- 다 음 - 

더불어삶은 각자 생업의 현장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민생문제를 연구하는 단체입니다. 한국 사회의 노동‧주거‧재벌 문제를 연구하는 한편으로 회비를 모아서 도움이 필요한 민생현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런 우리도 작년 11월 말, 비정규직 17명에 대한 검찰의 구형 소식에 귀를 의심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17명이 집회와 농성을 했다는 이유로 총 21년 2개월의 징역형이라뇨. 법원이 수차례 불법 파견으로 판정한 기업들에 대한 그 어떤 처벌도 이뤄지고 있지 않은 현실과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번에 구형을 받은 비정규직 노동자 17명은 불법 파견 등 한국 사회에 만연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외쳤을 뿐입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불법 파견 해소 등을 대선 공약으로 내놓았던 문재인 정부를 향해 약속을 지키라고 외쳤을 뿐입니다. 수년간 아무리 악을 써도 ‘노동 존중’을 말하던 정부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부당하고 참담한 노동 현장이 드러나도 책임자는 처벌은커녕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노동자들은 농성과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5년 징역형으로 가장 무거운 구형을 받은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장의 죄명은 공동주거침입, 공동퇴거불응 등으로 불법 집회, 시위를 했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검찰이 무리수를 써서 높은 형량을 매기는 것을 보며 재판장님께서는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고용노동부와 법원은 이미 2004년 현대 기아차에, 2005년 한국 GM에, 2017년 아사히 글라스에 불법 파견 판정을 내렸습니다. 그럼에도 불법 파견의 책임을 지고 처벌 받은 사람은 없고, 불법 파견된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만 수년 전과 다를 바 없이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기본적인 안전 수칙조차 지켜지지 않아, 하루에도 몇 명씩 일터에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홀로 위험 업무를 하다 처참하게 주검으로 발견된 이후에도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을 향한 인간 이하의 처우는 그대로입니다. 일하다가 중장비에 깔려서, 고압류에 감전되어 전봇대에 매달려서 목숨을 잃는 하청 노동자들의 계속되는 부고는 이제 중단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리 위에서 집회를 하고, 고용노동청에 들어가 점거 농성을 벌이고, 곡기를 끊으면서까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이제는 어엿한 선진국이라고, 노동자의 투쟁은 배부른 소리라고 이야기하기 전에 고통과 눈물로 얼룩진 노동 현실을 들여다 봐주십시오. 일하다 죽지 않고, 차별받지 않고, 인간다운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싶다는 상식적이고 소박한 바람이 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과 억울한 죽음이 외면당해서는 안 됩니다. 재벌 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들이대는 법의 잣대가 정반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우리는 법의 잣대가 최소한 지금보다 공정해지기를 바랍니다. 힘과 권력을 가진 이들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해서만 칼날을 휘두르는 검찰의 행태에 따끔한 경고를 보내셔야 합니다. 김수억 등 17명의 노동자에게 무죄를 선고하십시오. 시민사회와 함께 이번 선고공판을 지켜보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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