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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모음

📚 마지막 일터, 쿠팡을 해지합니다

by 더불어삶 2022. 9. 27.

쿠팡의 '로켓배송'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굉장히 편리합니다. 핸드폰으로 쿠팡 어플에 접속하여 원하는 상품을 검색한 후 몇번의 터치로 주문하면, 빠르면 몇시간 후, 아무리 늦어도 다음날에는 집 바로 앞으로 상품이 배송되어 있습니다. 세상을 놀라게 한 '로켓 배송'이죠. 거기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와 민생 위기 속에서 쿠팡은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이어 국내 고용 3위 기업으로 등극했습니다. 덕분에 쿠팡을 향한 박수 갈채는 계속됩니다. 그러나 정말 쿠팡은 한국 사회에 좋은 영향만 끼치고 있을까요?

 

<마지막 일터, 쿠팡을 해지합니다>는 '로켓 배송'의 혁신을 가능하게 한, 쿠팡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2020년 12월, 쿠팡 물류센터에서 심야노동을 하다 '과로사'로 사망한 故장덕준 씨의 어머니 박미숙 씨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드러나지 않던 쿠팡의 살인적 노동 환경을 폭로하고 바꾸기 위해 행동한 이들의 글이 담겨있습니다. '과로사'로 건장한 20대 젊은이마저 목숨을 잃는 판인데, 책 첫 페이지에 적혀있는 과로사 노동자들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죽음은 얼마나 많을까요. 죽음이 이르지 않더라도 건강이 크게 악화된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쿠팡의 로켓배송은 '풀필먼트(Fulfillment)'라는 물류시스템 덕분에 가능합니다. 풀필먼트는 단순 배송을 넘어서, 고객의 주문에 맞춰 제품을 선별하고 포장해서 배송하고 고객 요청에 따라 교환 및 환불까지 해주는 모든 과정을 말합니다. 이를 위해서 상품을 보관하던 물류창고는 상품 보관-선별-포장-배송-처리 등을 모두 할 수 있는 '물류센터'로 업그레이드(?)되었어요. 그리고 이 과정을 수행하기 위한 노동자들이 물류센터 내에 배치됩니다. 쿠팡은 IT 기술을 바탕으로 상품의 재고 관리 및 상품 포장 과정을 최적화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최적화’에는 실제로 재고를 확인하고 상품을 옮기는 등을 수행하는 노동자에 대한 고려는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시간당 물품 처리 개수를 측정하는 UPH(Unit Per Hour)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관리자들의 닥달로 노동자들이 휴식은 꿈도 꿀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故장덕준 씨를 죽음으로 내몬 야간노동 역시 심각합니다. 새벽배송을 위하여 물류센터는 24시간 가동되고, 야간노동에 투입되는 노동자들의 숫자 역시 상당합니다. 야간근무를 지속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무려 13년 빨리 사망하게 된다는 보도도 있을 정도로, 야간노동은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합니다. 그러나 쿠팡은 야간노동을 제한하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개탄한 발언을 그대로 옮겨봅니다.

 

쿠팡이 주야간 교대를 하지 않는 건, 대부분이 불안정한 일용직이나 초단기 계약직이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이렇게 매일 야간노동만 시켜도 되는 걸까?  고용노동부 보건관리 지침을 보니, 주야간 교대제를 할 때 "야간 작업은 연속 3일을 넘기지 않도록 한다"고 돼있습니다. 하지만 쿠팡처럼 아예 계속 야간노동만 시키는 경우에는 아예 지침도 없습니다. 이런 노동 형태가 나올 거라고는 예상조차 못해, 지침도 안 만든 겁니다.  - MBC 윤상문 기자

 

쿠팡의 실질적 주인인 김범석 의장은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사람들이 이리 생각하도록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의 포부에는 쿠팡을 사용하는 '소비자'만 있지, 쿠팡의 시스템이 돌아갈 수 있도록 일하는 '노동자'는 없습니다. 사람의 목숨을 갈아넣어야 유지되는 쿠팡의 배송 시스템을 우리는 과연 '기술 혁신'이라 부르며 응원할 수 있을까요?  이런 열악한 노동 환경을 바꿔 나가기 위해 쿠팡 노동자들은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싸우고 있습니다. 지난 6월부터는 쿠팡 본사 앞에서 농성 투쟁도 하고 있어요.

 

"쿠팡 망하자고 투쟁하는 게 아니에요. 더 이상 사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거거든요. 일하다 죽지 않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 그게 제가 지금까지 쿠팡과 싸우는 이유에요" - 故 박현경 씨의 남편 최동범 씨

 

쿠팡 노동자들의 싸움에 <더불어삶>도 함께 목소리를 내어, 일하다가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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