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세종호텔. 호텔이라고 하면 화려하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세종호텔 노동자들은 호텔에서 일하고 정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했을 뿐인데 부당한 탄압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장기간 투쟁하고 있습니다.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 소속된 세종호텔 노동조합의 설명에 따르면 2011년부터 조합원들에 대한 강제 전환배치라든가 임금 삭감 등의 방법으로 노조 탄압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세종호텔 노동조합은 지난 5월 22일 해고자 복직 및 삭감연봉 보전을 목표로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시민단체 더불어삶 회원들이 세종호텔 노동조합의 김상진 전 위원장을 직접 만나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세종호텔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
비정규직 정규직화 쟁취
세종호텔 노동조합의 본격적인 싸움은 2007년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에서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때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비정규직법이 통과됩니다. 세종호텔에도 비정규직이 많았어요. 원래는 비정규직으로 입사해서 2년간 일을 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건데, 사측에서 선별적으로 정규직을 시켜줬던 거죠. 또 객실 청소라든지 주차장 업무처럼 특정 업무를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어떤 분은 10년 가까이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기도 했어요.
제가 2006년에 노조 위원장이 되면서 내걸었던 공약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전 사회적인 문제이기도 하잖아요. 2007년에는 사측과 협상을 잘 해서 단체협약을 맺었어요. 비정규직으로 들어와서 1년 후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었지요. 당시 경영진이 지금이랑 달랐거든요. 주명건 현 회장은 세종대학교 재단 이사장으로 있었을 때 저지른 비리가 발각되어 쫓겨난 상태였고, 교육부가 임명한 임시 이사들이 재단에 들어와서 세종호텔 경영진을 새로 뽑았거든요. 그 임시 경영진들이 우리를 상대했어요. 그때 노동자 40여 명이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죠.
주명건 회장의 복귀
2004년 10월 18일 세종대학교(대양학원)에 대한 교육부 감사가 실시되었잖아요. 주명건 이사장이 113억 원에 달하는 교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혐의가 있었고, 주명건을 포함한 이사진이 물러났었죠. 대양학원 설립자인 주영하·최옥자 부부는 신문 광고를 통해 아들 주명건을 “천륜을 저버린 패륜아”라고 비난하기도 했고요. 이렇게 물러났던 주명건이 2009년 세종호텔 회장으로 복귀하고 나서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2009년도에 주명건이 세종호텔 회장으로 복귀를 한 이후 새 경영진은 1년 후 정규직이 되는 단체협약을 무력화하려고 했어요. 비정규직을 늘리고 싶었던 것이죠. 그때 1년 이상 일을 했는데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은 네 사람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사람들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2010년도에 파업 직전까지 갔었어요. 결국 사측에서 그 네 사람을 정규직 전환 시켜준다고 합의해놓고는 나중에 그 약속을 어겼어요. 그래서 다시 싸움을 준비하는 와중에 2011년부터 노조탄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거죠.
복수노조법 통과, 강제 부서 전환 배치
2011년에는 복수노조법이 통과되고나서 바로 세종호텔에 어용노조도 생겼다고 들었어요. 그 때 어떤 일이 있었나요?
맞아요. 2011년 7월 1일 복수노조법이 시행되자마자 어용노조가 생겼어요. 그 전까지 우리는 한국노총 소속이었는데,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투쟁에 소극적이었어요. 그래서 같은 해 10월에 민주노조로 바꿨어요. 회사의 공격이 거칠어지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어요. 인사권을 남용해서 부서 전환 배치를 시켰어요. 호텔 일에는 급이 있어서 후임과 선임이 하는 일이 다르거든요. 선임에게 후임의 업무를 맡기거나 아예 다른 부서 일을 맡겼는데, 이건 나가라는 얘기나 다름없었어요. 각자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것이거든요.
구체적으로 어떤 식이었죠?
프론트에서 업무를 보던 노조원이 있었어요. 임신을 한 상태였는데, 그 사람에게 카페테리아 웨이트리스 일을 맡겼어요. 임신을 했으니 더 편한 일을 맡겨야 하는데 말이죠. 조리도 한식, 양식이 있잖아요. 한식 하는 사람을 양식 파트로 보내버리는 거죠.
저는 92년도에 입사해서 객실 부문에 쭉 있다가 웹 부문을 공부해서 인터넷 홍보업무를 자원해서 맡았어요. 근데 2015년에 저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연회장 웨이터로 보낸 거예요. 저 뿐 아니라 다른 9명의 조합원들도 강제로 다른 부서로 전환 배치했어요.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는 업무가 있잖아요. 그런 업무를 주로 맡는 신설부서를 만들어서 조합 활동 하는 사람들을 보낸 겁니다.
전 직원 성과연봉제
세종호텔에서 성과연봉제도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찾아보니 성과연봉제를 통해 연봉이 최대 30%까지 깎일 수도 있다고 하던데, 어떻게 그렇게 되나요? 설명 부탁드립니다.
주명건 회장이 쫓겨난 이후 성과연봉제를 전 직원 호봉제로 전환했어요. 그런데 주명건 회장이 돌아와서 이걸 다시 성과연봉제로 돌려놓았어요. 인사고과 같은 평가를 통해서 연봉을 깎는건데, (평가의) 원칙이란 게 없다고 봐요. 서비스업이다 보니 기준이 모호하잖아요. 그냥 위에 밉보이면 인사고과 항목이 나쁘게 체크되는 거죠. 자의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추상적인 항목들이에요. 태도, 마음가짐 등….
평가는 누가...?
평가자들은 당연히 사측의 관리자들이고요. 이런 관리자들이 현장을 수시로 돌아다니면서 체크하고 다녀요. 로비 화장실 청소 같은 경우는 3시에 청소를 하면 3시 반에 관리자가 확인하러 와요. 3시에 청소를 했으면 3시에 바로 확인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3시에 청소를 하고 나서 손님이 화장실을 사용하면 3시 반에는 더러워지잖아요. 그걸 가지고 더러워졌다고 지적하는 거죠.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나 실수에 대해서 민주노조원들은 절대로 안 봐주고 어용노조원들은 봐줍니다.
주명건의 법조계 인맥들
지난 2018년 9월, 대법원에서 세종호텔 사측의 부서 전환 배치와 징계 해고에 대해 ‘정당한 해고’라고 판결이 나왔잖아요. 여기에 대해서 사돈지간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같은 주명건의 주변 사람들이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보시나요?
주명건 회장과 임종헌이 사돈관계를 맺은 게 2015년이에요. 제가 보기엔 그 전부터 서로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을 거고요. 혼담이 오갔을 테니까요. 임종헌이 그때 영향력을 발휘해서 부서 전환배치 판결에서 사측에 유리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게끔 했다는 결정적 증거는 없어요. 하지만 합리적 의심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판결이 나왔던 게 2018년 9월인데, 이때 대법관이 이기택입니다. 양승태 추천으로 박근혜 정부 때 발탁된 사람이거든요. 인터넷 홍보 업무를 하던 사람을 웨이터 업무로 보낸 것이 합리적인 인사 결정인가요? 상식적이지 않은 결정이잖아요? 대법원이 법리에 의해 판결하기보다는 자신들의 필요나 여론에 따라서 판결을 내리거나 뒤집거나 했다고 생각합니다.
2018년 10월에 ‘사법농단’ 의 실무 총책임자로 지목되었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되었죠. 임 전 차장이 구속된 이후 사측이 노조를 대하는 태도가 변한 것이 있나요?
임 전 차장은 주명건 회장의 든든한 배후 중 하나잖아요? 사실상 대법관 후보였던 사람이고요. 그런 실세를 등에 업고 노조를 마음껏 탄압했는데 그가 구속된 것이 주명건 회장에게는 굉장히 곤혹스러운 상황일 거예요. 지금 사측의 처지가 좋지 않다 보니 우리가 농성하는데 크게 방해를 하지는 않습니다.
정권 교체의 의미
촛불혁명 후에 정권이 교체되었는데, 아직 투쟁하고 계신 노동자 입장에서 문재인 정부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피부로 와 닿는 차이는 없어요. 약간의 분위기 정도?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노동탄압을 뒤에서 조장했다면, 현 정부는 그렇지는 않아요. 사측도 초반 1년 정도는 눈치를 좀 보기도 했고요. 지금은 전혀 눈치 안 봅니다. 그리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는 노동계의 요구사항을 아예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는데, 요즘은 들어주기는 해요. 하지만 결국 실행은 안 하니까, 실질적으로 달라진 건 없죠.
고용노동청 특별근로감독을 몇 번 신청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효과가 있었나요?
문재인 정부 들어서고 부당노동행위 의심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고 해서 신청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특별한 소득 없이 끝났어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내내 노조탄압을 방조하고 7년간 싸우던 사업장을 잘 둘러보지도 않던 사람들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금방 행동을 달리할 거라고는 사실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노동조합은 왜 필요한가?
마지막으로 노동조합을 왜 해야 하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노동자들이 모든 것을 만들어 냅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리고 노동조건을 회사가 알아서 잘 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있는 현재 상황도 사실은 우리 노동자들이 잘 싸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런 것을 잘 해나가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필수입니다.
※ 세종호텔 측은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인력을 줄이고 부서 전환 배치를 했으며, 지난 해 9월 대법원에서 ‘정당한 해고’라는 판결이 났으므로 이 모든 과정이 정상적이고 적법하다는 입장입니다.
진보적 민생경제 뉴스레터
더불어레터
알찬 정보를 이메일로 날려드립니다!
시민단체 더불어삶의 소식과 정보를 편히 받아보세요
'활동소식 > 더불어삶이 만난 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터뷰]정성용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23.03.01) by 더불어삶 (1) | 2023.03.09 |
---|---|
[인터뷰] SH 장기전세 보증금 최대치 인상 통보 받은 입주민 박지선씨 by 더불어삶 (0) | 2021.10.07 |
[인터뷰]마사회적폐청산위 한대식 위원 (0) | 2020.05.11 |
[끝장 Q&A]집값 폭등을 부른 주택임대사업자 혜택의 문제점 - “주택임대사업자 혜택은 백해무익, 당장 폐지해야”(장석호 공인중개사) (0) | 2020.03.09 |
[인터뷰]송기균(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 by 더불어삶 (2019.10.3) (0) | 2019.10.03 |
[인터뷰]레이테크코리아 이필자 분회장 인터뷰 (19.03.19) by 더불어삶 (0) | 2019.03.28 |
[인터뷰] 강원영동지역노동조합 삼표지부 최창수 조직부장 (17/11/11) (0) | 2018.01.20 |
[인터뷰] 신철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17.09.26) by 더불어삶 (0) | 2017.10.17 |
[인터뷰]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홍종인 전 지회장(16.05.31) by 더불어삶 (0) | 2016.06.10 |
[인터뷰]화물연대 풀무원분회 윤종수 분회장(16.01.15) by 더불어삶 (0) | 2016.01.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