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지부 최창수 조직부장 인터뷰(17/11/11)

삼표지부 최창수 조직부장 인터뷰(17/11/11)


지난 2017년 9월 20일 30개월여 위장도급과 부당해고 투쟁을 통하여 당당히 정규직으로 복직한 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삼척에 위치한 동양시멘트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다가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삼표시멘트로 복직한 강원영동지역노동조합 삼표지부 노동자들입니다. 당시 언론에서 장기투쟁을 통해 완전한 정규직 인정을 받으면 복직한 최초의 사례라고 소개되기도 하였는데요. 삼표지부 최창수 조직부장을 만나 투쟁과정과 완벽하지 못한 복직의 아쉬움, 향후 투쟁방향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이번에 복직하면서 노조명을 동양시멘트지부에서 삼표지부로 변경하였다고 합니다.)


결의대회를 하고 있는 삼표지부 노동자들 ⓒ참세상


일단 정규직으로 복직하게 된 점 축하드립니다. 그동안의 주요투쟁 경과에 대해 간략히 말씀해주시죠.

저희는 불법파견과 다양한 부당대우에 대한 문제를 절감하여 2014년 5월 17일에 노조를 결성했습니다. 이후 바로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에 위장도급 및 불법파견 진정서를 접수했어요. 그런데 노동부에서 결과통보를 계속 미뤄서 2015년 2월 5일에 노동부에 항의방문했고, 13일에는 우리 하청노동자들이 모두 입사일로부터 정규직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결과를 받았어요. 그런데 결과를 받은 지 1시간 만에 원청인 동양시멘트에서 도급업체에 계약해지 통보를 하고 며칠 후에 도급업체로부터 하청노동자 전원이 해고통보를 받았죠. 그래서 이후로 삼척과 서울을 오가며 위장도급을 인정하고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투쟁을 해오다가 이번에 회사와의 협상 끝에 복직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2014년 노조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근무상황이 어땠나요?

저도 1995년에 입사해서 근무한지 20년이 넘었지만 그전까지는 한국노총 소속의 정규직 노조만 있었어요. 많은 하청 사업장처럼 정규직과 같은 일은 하는데 훨씬 적은 임금을 받고 복지와 관련해서도 차별이 많았죠. 정규직들이 꺼리고 위험한 일들은 우리가 거의 다 했어요. 그러다보니 산재가 나도 산재 처리 신고를 하면 회사 부담금이 올라가기 때문에 산재처리를 안 하고 공상(회사가 직접 재해에 대해 보상해주는 것) 처리를 하는 등 부당한 일들이 많았죠. 노조를 만든 제일 큰 이유는 그런 상황에서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고, 우리들의 고용이 너무 불안해지면서 살기 위해 하게 된 거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저희도 그렇고 일반 시민들이 시멘트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잘 모릅니다. 시멘트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거기서 하청노동자들은 주로 어떤 일들을 하셨는지 얘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시멘트 회사는 일단 시멘트를 만들기 위한 석회석을 채광, 발파하고, 운반, 분쇄해서 다른 원료들과 섞어서 시멘트를 제작하는 과정을 다 합니다. 거기서 제가 속했던 하청업체 동일의 노동자들은 주로 대형 중장비 차량으로 운반하는 일을 했고, 일부는 컨베이어 벨트를 운반하는 일을 했습니다. 


노조활동을 하면 회사의 방해공작 같은 어려움이 많으셨을 텐데 동양시멘트 노동자분들의 경우 싸우시면서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움이 있었는지요.

다 비슷한데 사실 노조를 하면 금전적인 문제가 제일 힘듭니다. 우리가 30개월 이상 싸우면서 전혀 수입이 없는데 책임져야할 가족은 있으니 그게 제일 현실적으로 압박이 돼요. 그 상황에서 회사는 그걸 아니까 손배가압류 등으로 더욱 압박을 하죠. 


다른 투쟁사업장들을 보면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사측이나 공권력의 각종 부당한 행위가 많이 발생하는데 동양시멘트 노조의 경우는 어땠나요?

사측이 정규직화를 하지 않고 자회사 안을 제기해서 많은 노조원들이 그것 때문에 빠져나갔죠. 그때 27명 정도가 나갔어요. 이후에도 한 명당 억대의 돈을 준다는 미끼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노조를 탈퇴하는 조합원들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취하하였고 이들만 회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집행유예를 받았어요. 당시 소송도 묵시적 근로관계가 있다는 판정에 따라 정규직 복직을 시키라고 선전전을 하다가 회사 관리자들이 현수막을 훼손하여 시비가 붙었는데, 검찰은 노조를 탈퇴한 노동자는 집행유예 처분을 내리고 노조활동을 하는 노동자들만 기소하였던 거예요. 참 어이없는 상황이죠. 

처음에 저희는 노동조합 만들고 진짜 열심히 싸우고 힘으로 밀면 되는 줄 알았어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한 거죠. ‘투쟁사업장 공동투쟁 위원회’(공투위)을 하면서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앞에서 일인시위도 하고 사장 집 앞에 가서 일인시위를 하기도 했는데, 법을 지키고 노동부 결정을 준수하라고 요구하는 우리를 경찰과 검찰은 철저히 범죄자로 만들더군요. 그러다 보니 조합원들이 업무방해죄, 모욕죄 등으로 여러 번 벌금도 물고 구속도 됐어요. 공권력이든 회사든 노동자들에게 우호적인 곳은 아무 곳도 없는데 그렇게 하면 아무 일도 안 된다는 걸 깨달았죠.

또한 지금의 최종합의 전에 사측에서 ‘복직명령서’라는 것을 먼저 발급해버렸어요. ‘복직명령서’가 뭐냐면 사측에서 상황이 점점 불리해지니까 우리의 호봉 등은 인정해주지 않으면서 정규직으로만 복직시켜준다는 내용을 담은 명령서를 발부한 겁니다. 그것도 민주노조를 와해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를 부린 거죠. 그러다가 최종까지 남은 하청노동자들이 동일은 18명이 남고 두성은 21명입니다(동일과 두성은 동양시멘트의 하청노동자들이 속해있었던 하청회사임.). 

* ‘투쟁사업장 공동투쟁 위원회’: 2015년 10월 24일부터 동양시멘트, 아사히글라스, 하이텍 등 부당해고, 노조탄압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사업장의 노조들이 모여 개별사업장 노조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투쟁을 공동의 힘으로 사회화하여 해결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민주노조 사수, 노동탄압 민생파탄 박근혜정권 퇴진을 투쟁구호로 활동해왔다.(관련기사: 민플러스 “전국 투쟁사업장들, 힘 모았다”)


장기투쟁을 통한 최초의 정규직 복직이라고 얘기되는데 어떤 점 때문에 정규직 투쟁 승리가 가능하셨다고 보시나요?

특별할 것은 없었어요. 모든 사업장이 똑같지 않습니까. 투쟁을 통해 더 큰 싸움을 만들어 내고, 어떻게 하면 동양 자본을 더 압박할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을 고민하며 계속 싸웠을 뿐이죠. 특별하게 잘 한 건 없어요. 굳이 하나 꼽자면, 저희가 공투위 활동을 했지 않습니까. 같이 싸우는 것, 저희 혼자만 아니라 연대해서 싸워서 성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강조하고 싶은 건, 연대를 품앗이 차원에서 생각해서 내 사업장 문제만 어떻게 해보겠다고 접근하면 안 돼요. 연대하는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서 다른 사업장 문제도 내 문제로 끌어안고 같은 목소리로 하나 되어서 싸워야지 내 사업장만 얘기해서는 문제 해결이 힘듭니다. 저희도 저희끼리만 싸웠으면 아직도 못 끝냈을 거예요. 연대해서 싸우니 사측이 압박을 느꼈어요. 고공투쟁이나 청와대 앞 농성도 그래서 가능했던 거죠. 저희도 복직했지만 아직까지 공투위에 소속돼있기 때문에 여전히 같이 싸우고 있습니다. 


공투위가 회사에 압박이 되었나요? 탄핵 정국에서 광화문 고공농성도 하셔서 회사가 압박을 좀 느꼈을 것 같은데요. 

가장 큰 압박이 갔지요. 저희 혼자가 아니고, 옆에서 같이 투쟁해 주는 사업장들이 있으니까요. 그것이 큰 것 같아요. 공투위 하면서 청와대 앞에서 같이 농성투쟁도 하고, 고공농성도 했잖아요. 박근혜 탄핵된 다음에는 선거국면에서 후보들 따라다니면서 피케팅도 하고요. 그런 식으로 계속 자본을 압박했죠. 이미 노동부와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불법파견이고 부당해고라고 결론을 내렸는데 시정을 안 시키는 거니까 회사도 압박을 느꼈죠. 


복직 관련 기사에서 투쟁을 통해 기존의 호봉 등을 인정받으며 완전한 정규직으로 복직하게 된 최초의 사례라는 평가가 있는데 실제로 느끼시기에 어떠신가요?

원래 사측에서 복직명령서를 발급한 상황에서도 싸워서 그런 것들을 얻어낸 것은 맞아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우리도 장기적인 투쟁으로 많이 지쳤기 때문에 아쉬운 점은 있지만 이번 안을 받고 복직해서 안에서 싸우자는 쪽으로 결론이 난 거예요. 장기투쟁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많은 측면에서 힘들다보니 서로 민감해지고 내부갈등도 생기기 쉬워요. 그런 상황에서 완벽한 복직은 아니라 아쉽지만 일단은 복직해서 안에서 싸움을 이어가자는 결론에 이른 겁니다. 


삼표 본사가 있는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 앞에서 노숙녹성을 하던 모습 ⓒ참세상


정규직으로 복직하셨는데, 아직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저는 아쉽습니다. 원직복직을 못 한 것이 아쉬워요. ‘원직복직’이 아니라는 건, 원래 제가 일하던 분야랑 다른 분야로 복직한 거예요. 그래서 직무교육을 받고 있어요. 저처럼 차량으로 운반만 하던 사람들이 벨트 일에 대해 알 수 없잖아요. 그리고 원래 우리가 하던 광산 일은 일부러 분리시켜서 다른 하청업체를 줘버렸어요. 그래서 완벽한 의미의 복직은 아니죠.

또 우리가 지금 교섭권이 없거든요. 왜 그러냐면 복수노조법 때문에 교섭권이 다수노조로 가잖아요. 규약도 다수노조를 따르고요. 그런데 아직 어용인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다수예요. 근데 그쪽 규약을 보면 잘못된 것이 많아요. 우리가 지금은 그것을 고칠 수 없으니 답답하죠. 이를테면 저희는 교섭을 할 때 다수결로 결정을 하는데, 한국노총은 지부장이랑 간부 몇 명이서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구조예요. 사실 한국노총은 예전부터 우리의 정규직 투쟁을 반대해왔어요. 아직은 교육을 받는 중이라 직접적인 마찰은 없지만 현장 투입이 되면 대립이 생길 수 있겠죠. 

그래서 지금까지 회사 바깥에서 싸워온 것보다 앞으로 내부에서 싸우는 게 더 어려운 과정이 될 거라고 봐요. 열심히 싸워서 쟁취한 경험이 없는 노동자들의 경우는 여전히 자본가들의 논리를 들이댔을 때 주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게 맞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커요. 오히려 저희들에게 ‘왜 싸우려고만 드냐’고 뭐라고 할 때도 있어요. 그런 면에서 오히려 밖에서 싸우는 게 더 마음이 편해요. 사업장 내부에서는 이런 면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더라도 설득해서 함께 싸워야 하는 게 어렵거든요. 아무튼 끝까지 꾸준히 투쟁해서, 사내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늘어나도록 노력하고 더 나은 조건의 노동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게 노력할 겁니다.

* 삼표시멘트는 30개월여 만에 복직한 노동자들에 대해 여전히 노조원들에 대한 부당징계와 노조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년 9월 합의 이후 노조의 합의서 이행 요구에 묵묵부답하며 이를 요구하는 조합원들을 징계하고 여전히 조합 사무실을 제공해야하는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출처: 투쟁사업장 공동투쟁 위원회 페이스북 페이지)


정규직으로 복직하셔서도 활동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활동을 계획 중이신가요?

우선적으로 정규직은 한국노총이 다수니 그들을 설득해서 민주노조가 다수가 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당장의 목표로 하고 있어요. 하청 노동자들과의 연대도 생각하고 있지만 일단 영향력을 위해서는 다수노조가 급선무니까요.


시멘트 업계도 제조업이고, 동양시멘트에도 사내하청이 굉장히 많았잖아요. 그런데 제조업 사내하청은 거의 100% 불법인데, 그럼 이번에 복직하시면서 사내하청은 완전 없어졌나요?

아직까지 있지요. 사내하청이 없으면 일이 돌아가지 않는 정도예요. 지금은 어떤 형식을 취하냐면,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라인을 같이 쓰는 게 문제가 되니까 정규직과 하청이 같은 라인을 안 쓰게 작업장을 독립시켜 버렸어요. 원래는 저희 사내하청이랑 정규직이랑 현장에서 같이 일했거든요. 근데 이제는 둘을 완전히 분리시킨 거예요. 예를 들어 광산은 이제 아예 사내하청만 주고 있어요. 이에 대해서 법적으로 따지면, 애매한 부분이 있어 보여도 사실 어차피 공장이 같은 공장인지라 결국은 아직까지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거예요. 이걸 해결하려고 해도, 사내하청에서 노조 한다고 하면 꼬투리 잡아서 잘라버리고, 성과급 같은 걸로 유인해서 탈퇴시키는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뭉칠 수 있는 힘을 계속 분리시키는 거죠.


이번 투쟁 전부터 묵시적 근로관계가 다 인정된 건데, 고용노동부에서 관리감독은 안 나오나요?

관리감독이 나오지만, 형식적으로 하죠. 저희도 해고되고 나서 ‘관리감독 하라’라고 몇 번을 직접 노동부 태백지청에 가서 항의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형식적으로 다 했다고 말만 해요. 그런 거 하면 뭐합니까. 미리 통보를 하고 오잖아요. 몇 날 몇 시에 나갈 테니 준비해달라고 하는 식으로 형식적으로 하는 거죠. 그러면 사업장에서 당연히 미리 조치가 취해지지 않겠습니까. 소용이 없는 거죠.


조직부장님이 복직 투쟁을 하면서 느낀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아직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 있다는 점이에요. 새로운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 강조했지만, 오히려 자회사 같은 것들을 통해서 비정규직을 양성화하고 ‘중규직’을 양산하는 시스템인 듯해요. 자회사에 있으면 정치적 상황에 따라서 고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거예요. 결국 정규직이라고 할 수 없죠. 반면에 현재 사회 구조는 정몽구처럼 재벌총수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구속도 안 되고, 어찌어찌해서 구속되더라도 형을 살아도 짧게 살고 나와요. 재벌 등 기업가들이 법적 제도를 우습게 여길 수밖에 없죠. 이런 것부터 고쳐져야 근본적으로 바뀌겠죠.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으실 시민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자기의식을 가지고, 자기가 주장하는 게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밀고 나가세요. 비정규직들조차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나는 해당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의 교육과 미디어가 자본가 논리에 너무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청와대 앞에서 박근혜 퇴진투쟁하고 여러 집회할 때도 손가락질 정말 많이 받았어요. 이런 문제가 해결되려면 노동자의 관점에서 노동 교육이 강화되어야 하고 노동조합이 왜 필요한지 다들 알아야 합니다. 



posted by 더불어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