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참관 및 기고 - 건강보험공단이 고객센터 상담사를 직접고용 해야 하는 이유(시민대책위,더불어삶)

더불어삶의 활동 2021. 6. 30. 10:00

전화상담 3분 넘어가면 '빨리 끊으라' 압박
'건강보험공단이 고객센터 상담사를 직접고용 해야 하는 이유' 토론회

 

▲  6월 24일 개최된 토론회 "건강보험공단이 고객센터 상담사를 직접고용 해야 하는 이유"
ⓒ 건보고객센터 시민대책위원회
 


24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건강보험공단이 고객센터 상담사를 직접고용 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국민건강보험 공공성 강화와 고객센터 직영화-노동권 보장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자리였다.
 
건강보험공단의 고객들은 1577-1000번으로 전화하면 공단 소속의 직원에게 충분한 상담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그 기대는 현실과 다르다.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민간위탁업체에 간접고용되어 있으며, 공단과 민간 용역업체로 분절된 구조에서 충분한 상담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난 10일부터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전면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주장하는 배경과 그 주장의 정당성을 여러 측면에서 논의했다.
 

"분리할 수 없는 업무를 분리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은 "건강보험 고객센터의 민간위탁이 어떤 문제가 있고 왜 직영화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근거가 제출되어 있어서 다툼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말로 발제를 시작했다.
 
공성식 실장은 직접고용이 필요한 첫 번째 이유로 건보공단 고객센터 업무가 "외주화해서는 안 되는 공공적 업무"라는 점을 들었다. 국민건강보험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서비스로서, 민감한 개인 정보를 다루고 있어 높은 공공성과 책임성이 요구된다. 건강보험 고객센터가 2006년 설립된 이후로 전화상담 업무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상담사들이 코로나 관련 전화상담 업무 등 국가의 전염병 관리 업무를 함께 수행하고 있다.
 
공 실장은 직접고용이 필요한 두 번째 이유로 "건보공단 업무와 고객센터 업무의 높은 연계성"을 제시했다. 실제로 건강보험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하는 업무는 단순한 전화 교환 업무가 아니라 건강보험 운영에 필수적인 각종 상담이다. 건강보험공단이 대면으로 하고 있는 상담을 고객센터에서는 전화로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건강보험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단순한 '안내'를 넘어 '판단'을 하며, 해당 업무의 처리 과정과 근거를 모두 정리해서 관할 지사에 전달하게 된다.

"고객이 전화해 '피부양자 등록하고 싶은데 어떤 서류 필요한가요?"라고 문의했다고 치자. 우리가 하는 일이 안내에 그친다면,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만 안내하고 나머지 처리해야 할 사안들은 지사에 넘기면 된다. 그런데 우리가 하는 일은 본인 확인하고, 고객의 재산과 소득 수준을 다 파악한 후 그 고객이 피부양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런 다음 해당된다면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그 서류는 언제까지 어떻게 내야 하는지 등을 다 확인해서 공단(지사)에 넘겨야 한다." -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조합원 인터뷰, 토론회 발제문에서 재인용
 
직접고용이 필요한 세 번째 이유는 "통합적 업무와 고용의 분리에 따른 노동자 권리 침해와 공공서비스 질 저하"의 악순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업무와 고객센터 업무는 밀접한 연계성을 가지고 있지만 고용이 분리되어 있는 상황 때문에 공단이 고객센터 노동자를 직접 관리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공단은 노동자를 직접 관리하는 대신 용역업체를 압박한다.
 
공 실장은 "공단은 용역업체를 평가하고, 용역업체는 다시 개별 노동자들에게 무한 경쟁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통제와 관리가 이뤄진다"고 밝혔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개인별 콜 실적을 채우기 위한 무한 경쟁과 관리자의 실시간 감시로 노동권 침해가 만연하다. 노동자들이 바닥을 향한 경쟁을 강요받는 구조에서 건강보험 상담서비스의 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공 실장은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직접고용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애초에 분리할 수 없는 업무를 분리하여 운영해온 기존의 방식을 전면 개편, 통합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국민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은 이미 고객센터를 직영화하여 운영 중이며 서비스 품질과 노동조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공공부문 가장 많은 개인정보 보유 기관"

다음 발제자인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공공부문에서 가장 많은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이라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에는 기본적인 신상정보 및 민감한 의료정보는 물론이고 직장정보, 재산정보, 출입국 기록, 취약계층, 국가유공자, 장애인 여부 등 개인 신상에 관한 매우 다양한 정보가 포함된다. 건강보험료를 산정할 때 개인의 재산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건강보험공단은 주택, 자동차 등 다양한 재산 정보도 수집하고 있다.
 
오 대표는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취약한 곳을 두지 말아야 하는데, 고객센터 민영화는 개인정보를 위협하는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고객센터 업무는 건강보험공단의 핵심 업무와 직결된 것이고 외부 민간업체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외주화의 명분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조지현 철도고객센터지부 조직국장은 건강보험 고객센터와 비슷한 업무를 처리하는 철도고객센터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철도고객센터 상담사는 2014년 노동조합이 설립되기 이전까지 하루에 240콜과 6시간 30분의 순 통화시간을 채워야 실적수당을 받을 수 있었다. 시간외 근무를 강요당했고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았으며 식사시간도 30~40분으로 제한당했다."
 
철도고객센터는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주) 소속이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서 자회사 노동자는 이미 정규직이라고 간주했기 때문에, 철도고객센터를 포함한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도 배제되었다.
 
자회사 방식의 문제점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당사자로서 조 국장은 "자회사는 모회사의 지시 없이는 어떠한 결정 권한도 없는 인력공급형 용역업체나 마찬가지"라고 증언했다. 문재인 정부는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을 자회사 정규직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회사의 무기계약직이며 모회사 정규직과의 차별은 물론이고 자회사 정규직과의 차별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는 "건강보험공단은 이런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처우 개선은커녕 차별을 고착화하는 자회사 정책을 폐기하고 원청이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객에게 친절하면 저성과자가 된다

 

▲  건강보험 상담사들의 행진. 건강보험공단이 책임지고 직고용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보인다.
ⓒ 공공운수노조
 
마지막 토론자인 이조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 대전지회장은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업무의 분절된 구조에서 비롯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짚었다. 구체적으로 인센티브 제도에 대해 "성과 측정의 단위인 개인의 성과에만 신경 쓰고 건강보험의 공공성이라는 목적에는 소홀해진다"고 비판했다.
 
현재의 구조에서 건강보험공단은 '평균 응대건수 달성 비율'과 같은 기준으로 수탁업체 간의 경쟁을 유도하고 있으며, 수탁업체는 다시 상담사를 성과로 평가한다. 그 결과 어떤 일이 발생할까. 상담 시간이 길어지면 콜수 실적이 감소한다. 상담시간이 3분이 넘어가면 '빨리 끊으라'는 관리자의 압박이 시작된다. 5분을 넘기면? 관리자가 통화를 함께 청취하면서 빨리 끊으라고 지시한다. 결국 고객은 충분한 상담을 받지 못한 채 전화를 끊어야 한다.
 
상담사 입장에서는 서류 한 장을 더 설명하면 고객의 보험료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상담시간과 점수의 압박 때문에 추가 설명을 못 한다. 고객에게 상세한 답변을 해줄수록 오히려 저성과자가 된다.

"고객에게 친절하며 세심한 상담을 하는 상담사가 있었는데, 회사에서는 콜수로만 평가하기 때문에 저성과자로 분류되어 관리대상자로 취급했습니다. 매일 콜수 압박에 시달리다 보니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10시간 50분을 김밥 한 줄로 버티면서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고 콜을 받았습니다. 이 친구는 몇만 원 인센티브에 관심도 없었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백여 명의 상담사들도 저성과자가 되지 않기 위해 콜을 열심히 받다 보니, 악을 쓰고 콜을 받아도 하위자 꼬리표를 떼지 못했습니다." - 이조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 대전지회장
 
조 국장은 노조가 생긴 이후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교섭을 하려고 했으나 용역업체는 공단에 모든 결정 권한이 있다며 노동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청취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자회사는 작은 용역업체에서 큰 용역업체로 이동하는 것밖에 안 된다"면서 "직접 소통, 직접 교류, 직접 교섭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기에 건보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직접고용을 주장한다"고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건강보험 고객센터가 직영화되어야 건강보험공단의 핵심 업무인 상담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면서 선진국들은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사회보장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공공성 강화의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그동안 효율이라는 미명 아래 공공부문을 무분별하게 외주화했던 관행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의 직접고용은 건강보험 공공성 강화의 소중한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의 빠른 결단을 촉구한다.

 

 

※ 위 내용은 더불어삶 회원이 건보 시민대책위 토론회에 직접 참석해서 정리, 기고한 글입니다.

 

<오마이뉴스에서 보시려면>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54239 

 

전화상담 3분 넘어가면 '빨리 끊으라' 압박

'건강보험공단이 고객센터 상담사를 직접고용 해야 하는 이유' 토론회

www.ohmynews.com

 

posted by 더불어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