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17/09/26)

더불어삶이 만난 사람들 2017. 10. 17. 17:11

신철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 인터뷰(2017. 9. 26)


인천공항은 한국사회에서 간접고용 비율이 가장 높은 사업장 중 하나입니다. 전체 인천공항 노동자의 80% 이상이 하청업체에 고용된 간접고용 노동자입니다. 우리가 인천공항에서 만나는 청소, 안전, 이송업무 등을 담당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을 간접고용 노동자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올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인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하며 “연내 인천공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약속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타당하고 상식적인 조치였습니다. 그러면 그 후에는 어떻게 됐을까요?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제 다 공항공사가 직접 고용하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8월 말에야 노사협의체가 구성되어 논의의 출발선에 섰다고 합니다. 노동자들은 기대도 가지고 있지만 사측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 점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안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합니다. 더불어삶에서는 신철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을 만나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입장에서 현재 상황에 대해 깊이 있는 얘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신철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 ⓒ인천공항지역지부



● 안녕하세요.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인천공항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가장 많이 가입한 노조라고 알고 있는데 먼저 지부가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원래 인천공항이 2000년 개항했을 때는 비정규노동자들이 하청업체 아래서 노조활동을 하는 기업노조 형태였는데, 시간이 지나며 하청업체만 상대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게 됐죠. 하청업체가 나가면 다시 원점에서 협상해야하고, 입금이나 근로조건 문제도 하청업체는 공항공사(원청) 때문에 권한이 없다고 하면 더 이상 협상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원청인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협상과 투쟁을 해야한다는 결론에 이르러 산별노조를 만들게 됐고, 2008년 공공운수노조 산하의 인천공항지역지부를 만들게 됐습니다. 



● 어떤 점에서 노조의 필요성을 가장 강하게 느꼈는지요?

노조로 뭉쳐있지 않고 개별화된 노동자들은 원청이나 하청업체할 것 없이 그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않아요. 그러면 기업은 노동자를 그저 하나의 비용으로 볼 뿐이에요. 즉 ‘한 명 줄이면 얼마가 줄어드는 비용’ 이상의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자본의 논리가 그렇고 인천공항공사라는 공기업도 전혀 다르지 않아요. 

인천공항공사는 공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사기업의 마인드로 수익을 내려는 목표를 가진 구조로 운영되고 있어요. 그런데 서비스업에서 수익을 내는 방법은 결국 사용자를 늘리고 판매액을 높이거나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죠. 대표적인 것이 불시에 진행되는 공항서비스 평가(ASQ)예요. 인천공항이 12년 연속으로 세계 1위를 했다는 바로 그 평가인데, 평가를 할 즈음에 간부들이 환경미화노동자들에게 ‘화장실에서 몰래 빵을 먹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요. 그 말은 결국 평상시엔 화장실에서 빵을 먹고 공사가 그것을 알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그 말은 평소에는 화장실에서 빵을 먹을 수밖에 있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잘 보여주는 말입니다. 

산별 노조가 없을 때에는 하청업체가 신입사원 면접을 보러 와서 기존에 일하는 노동자들로부터 처우가 열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취업을 포기할 정도로 노동환경이 열악했어요. 심지어 하청업체가 면접장소를 인천공항이 아니라 본사 사무실로 옮겼다는 일화도 있고요. 그런 조건에서 노동자들을 그나마 사람으로 취급을 하게 만드는 것이 노조로 뭉쳐있는 것입니다. 기업노조로 있을 경우에는 개별 노동자로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결국 우리를 사람 취급하게 만들기 위해 산별노조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에 답하고 있는 신철 정책기획국장 ⓒ더불어삶


● 인천공항공사 하청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의 처우가 상당히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인천공항공사 하청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의 차별은 매우 구조화돼있어요. 인천공항공사 정규직은 수년간 대학생들의 취업 선호도 최상위권이죠. 인천공항공사 정규직은 초봉이 4,000만 원정도 되는데, 하청노동자는 하청업체에게 가는 1인당 평균이 전체 6,000여명의 평균이 3,600만 원정도 돼요. 하청업체에서 중간착취로 많이 남겨먹기 때문에 그 돈이 전부 하청노동자에게 가지도 않을뿐더러 거기에는 인천공항 개항 때부터 17년간 일 해온 노동자도 있어요. 그런 노동자들보다 대졸 초임 정규직 노동자의 연봉이 더 높아요. 공항평가가 잘 나오면 경영평가 성과급이 올라가기 때문에 정규직은 연말 보너스로 천만 원이 넘는 상당한 액수의 돈을 받을 때 하청 노동자들에게는 햄버거 쿠폰을 나눠준 적도 있고요. 이런 차별이 워낙 만연해있습니다. 

그리고 신임 정규직 노동자가 입사하면 기존 정규직들이 하청노동자들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해서 갑을관계를 분명히 해요. ‘우리가 갑이고 저들이 을이다,’ ‘기가 꺾이면 안 된다’라는 태도를 심어주는 것이죠. 여기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와 임금이 개선되면 반대로 정규직 노동자인 나의 임금이 깎일 것이라는 편견이 자리 잡고 있어요. 마치 한정된 파이를 나눠먹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죠.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인천공항공사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런 구조가 오랫동안 유지된 곳이 인천공항공사예요. 이번 정부에서 그것을 바꾸겠다고는 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바뀐 사례가 없기 때문에 그런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어요. 



● 하청노동자 비율이 워낙 높은 곳이다 보니 하청업체의 중간착취 횡포가 심할 것 같은데 중간착취 내용과 문제점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공항공사와 하청업체가 계약을 하면 공항공사가 전체 지불하는 돈에서 하청업체 이윤을 7%정도, 관리비 3%정도 등 10%정도의 이윤을 보장해줍니다. 나머지 90%는 인건비인데 하청업체는 기상천외한 각종 편법을 동원해 그 인건비에서 이윤을 더 남기기 위해 노력을 하죠. 그렇게 착취를 더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노조가 없을수록 좋은 거죠. 

그래서 각종 정보를 최대한 차단해요. 공항공사가 물가인상률을 얼마나 반영해 임금인상을 정해주는지 등에 대해서 노동자들이 모를수록 착취를 쉽게 할 수 있는데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올해 자신의 임금이 어떤 방식을 통해서 책정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고, 내용도 전혀 모르죠. 일부러 숨기는 거예요. 

그런데 공항공사도 물론 그 사실을 알아요. 그런데 공항공사가 이것을 고치지 않는 이유는 하청업체가 노동자들의 임금을 많이 중간착취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묵인·방조해야 하청업체가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지 않고 시끄럽지 않게 관리해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하청업체로 하여금 임금 착취를 하게 만듦으로써 노무관리를 하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공항공사는 올해 물가인상분이 얼마나 발생했는지에 대해서 전체 노동자가 알 수 있게 공개하지 않고, 하청업체 소장들만 불러서 알려줘요. 그럼 당연히 하청업체 소장들은 “올해도 내가 노동자들을 꽉 잡고 있으면 노동자들한테 가야할 물가인상분을 다 먹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공항공사가 부족한 부분에 전문인력을 데려와야 하기 때문에 하청을 쓴다는 것은 다 거짓말이고, 그저 임금따먹기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일 뿐이에요. 그럼 공항공사는 왜 그런 구조를 만드느냐? 노동자들을 분할시켜서 이들이 단결하지 못하게 만드는 노무관리의 비용을 자기들이 지지 않고 하청업체에게 넘기는 것이죠. 대신 하청업체는 충간착취를 통해서 그 노무관리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체계, 이게 한국사회에서 간접고용이라는 제도의 핵심인 거예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로 정규직 전환 얘기가 나오는데, 사측도 간접고용의 문제점을 약간은 깨달은 게 아닐까 싶어요. 간접고용을 계속 너무 높은 상태로 유지하니까 노무비용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갈등이 생겨서 사회적 노무비용이 더 생기는 거예요. 외주하청이 긍정적인 효과를 낳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도 조금씩은 깨닫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인천공항의 간접고용이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는 원인은 촛불의 힘도 있지만 이런 자각도 있다고 생각해요. 



● 인천공항공사는 간접고용 비율이 워낙 높은데 원래 그랬던 건가요?

2012년 정규직화 투쟁을 시작했을 때는 87%였는데 지금은 85%정도로 떨어졌어요. 그런데 하청비율이 줄어든 이유는 단순히 그 기간 동안 정규직 노동자들의 수가 약간 늘어나서 그래요.(웃음) 



● 그런 사측이 노조 활동에 대해 방해를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가입한 공고한 노조로 조직하게 될 수 있었던 비결을 한 번 말씀해주시죠.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할 때 “노조 불법 아니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해요. 사측에서 인천공항에서는 원래 노조활동이 불법이라는 소문을 퍼뜨린다든지, 3명 이상 모이면 사측에 꼭 신고해야한다든지, 불만을 표출하는 노동자나 노조 간부들만 업체변경 과정에서 블랙리스트를 통해 계약 승계를 안 해주는 등의 사례들이 많이 알려져 있죠. 

그래도 저희가 10년 동안 꾸준히 인천공항지역지부 활동을 해왔고, 무엇보다 하청노동자들에게는 노조를 통해 집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죠. 거기에 공공운수노조 차원에서 인천공항이 워낙 하청노동자 비율이 높은 상징적인 곳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조직화에 힘쓰기도 했죠. 인천공항의 노조 지도부도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노조 활동을 하는 것이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인식의 통일도 있었던 것 같아요. 



2013년 12월 인천공항공사 교통센터에서 파업을 결의하고 있는 인천공항지역지부 ⓒ노동과세계



● 2013년 겨울, 철도파업이 한창이었던 시기에 인천공항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파업을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해주시죠.

2013년 겨울 당시 조합원이 1,500여명정도 됐지만 실제 파업이 가능한 인원이 많지 않았어요. 일단 특수경비 노동자들은 법적으로 아예 파업권이 없고요. 소방대는 필수유지율이 95%라 파업 참가가 거의 불가능했죠. 탑승교 노동자는 54%정도고요. 그래서 제대로 파업할 수 있는 노동자가 거의 환경미화 노동자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어요. 이게 아이러니인 게 핵심업무가 아니라고 간접고용을 하면서 필수유지율은 50%, 90%로 설정해놓은 것이에요. 그래서 실제로 파업을 할 수 있었던 인원이 3-400여명정도였어요. 그래도 인천공항에서 정규직 노동자가 파업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당시 처음으로 파업을 하면서 인천공항에서도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2013년 12월 파업 당시의 모습 ⓒ노동과세계


2013년 12월 파업 당시의 모습 ⓒ노동과세계


● 문재인 대통령 방문 후 진행상황이나 조합원들의 반응 등에 대해서 말씀해주시죠.

언론에 많이 보도됐던 것처럼 조합원들은 당시 큰 기대가 있었고 지금도 기대하고 있지만, '대통령이 와서 비정규직 제로화 얘기를 한 것' 빼고는 바뀐 것이 없어요. 대통령이 그렇게 선언을 하니까 하겠다고는 하지만 사측이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전혀 바뀌지 않았어요. 정규직화는 당연히 양측의 협의를 통해 달성해야 하는 것이니까 노동자들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이 중요할 텐데 전혀 그런 태도가 안 보이는 거죠.

저희는 대통령이 방문하기 1달 전인 4월까지 노동자들 정리해고를 막기 위한 투쟁을 하고 있었는데 사측이 당시 저희를 상대하던 태도를 그대로 가지고 있어요. 논의를 위한 필수적인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는 사측이 이렇게 시간을 끌다가 연말까지 시간이 없으니까 충분한 협의 없이 사측 안대로 강행하지 않을까 우려하게 돼요. 예전에 하청을 쥐어짜서 수익을 내던 목표에서 협치를 해야 하는 것으로 목표가 바뀌었으면 그들의 마인드도 바뀌어야 할 텐데 그게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 될 것 같아 우려됩니다. 

물론 공항공사에서 저희들의 태도가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제가 문 대통령 방문 때도 말씀드렸지만 소통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힘이 있고 정보가 있는 쪽에서 먼저 내놔야 가능한 것이지 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리 소통하겠다고 해봐야 실제적인 소통은 이루어지기 힘들거든요. 물론 저희들이 바뀌어야할 부분도 있겠지만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쪽에서 태도 변화가 먼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어요. 사실 그쪽에서 조금만 바뀌어도 저희가 체감하는 것은 클 텐데 그 부분에서 너무 미흡한 게 사실입니다. 정부도 선언만 해놓고 알아서 하라고 둘 게 아니라 그 선언이 실현되는 프로세스를 책임지고 체크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현재 5월 10일 이후 연내 정규직화하는 것으로 얘기가 된 상황이라 연내에 정규직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큰 상처를 받을 거예요. 시기가 촉박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늦추는 게 답은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혹시나 생길 수 있는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연착륙 될 수 있게 꾸준한 신뢰관계를 형성해야겠죠. 그러려면 당사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해요. 저희는 조금 후유증을 겪더라도 당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되면 그걸 극복할 수 있다고 봐요. 그런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노동자들이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겠죠. 그러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더 많은 갈등, 비용을 써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당사자들의 의견이 얼마나 많이 반영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얘기하지면 현재 저희 의견이 반영될 만한 테이블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2017년 5월 정규직 전환 대책회의 발족 기자회견 ⓒ노동과세계


● 8월 말에 노사협의체가 진통 끝에 발족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저희는 본질적인 부분이 논의되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해요. 5-3-2라는 방안(민주노총 5명, 한국노총 3명, 무상급노조 2명의 대표단)에 대해 합의하기로 한 건 7월 달이에요. 우리가 인원이 훨씬 더 많아야 하지만 한국노총 측에선 한 달이라는 시간을 끌어놓고 자신들이 양보한 것이라고 얘기해요. 하지만 저희는 ‘연내 정규직화’라는 큰 목표를 위해 저희가 어떤 결정을 하는가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 상대적으로 작은 갈등은 ‘그냥 양보하자’라고 생각하고 대승적으로 빨리 넘어갈 수 있어요. 이런 건 잔가지 같은 문제니까요. 저희는 ‘연내 정규직화’라는 큰 그림 때문에 속이 타는데 사측에서는 대표단 숫자 문제나, 신뢰관계 형성이 안 돼서 자료를 줄 수 없다는 등 형식적인 것들을 가지고 시간을 끄는 것처럼 보여요. 저희는 쟁점을 만들고, 토론하고, 갈등이 있더라도 정규직 방안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형식적인 걸로 논쟁을 하니 답답하죠.

게다가 1만 명의 노동자 전체를 다 보면서 협의를 해야 하는 것이 어려워요. 아직 노조로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의 입장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노동자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힘든 점이 많아요. 이런 상화에서 저희 조합원들은 “왜 이렇게 양보하냐”고 하면서 오히려 지도부를 원망하죠. 또한 빨리 논의를 시작해야 하니까 무조건 세게 나갈 수만도 없는데, 각 직군별로 이야기가 다 달라서 힘들기도 하죠. 오히려 정규직 전환시켜서 다 분할시키는 것이 공항공사의 전략인데, 저희는 어떤 분열공작을 하더라도 다 단결돼 있어야 하니까요. 

게다가 공기업에 대통령까지 방문했으니 정부 뿐 아니라 전 국민이 보고 있죠. 한국노총이나 기업노조는 이런 생각 안 하겠죠. 저희는 1만 명의 노동자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행동하려니 가볍게 할 수 없죠. 예전처럼 투쟁적으로 세게 나가지도 못하고요. 어떻게 최대한 노동자들이 반목하지 않고 분열되지 않게 정규직화를 할 것이냐, 이게 제일 중요한 숙제죠. 

※ 관련 기사: 인천공항 정규직화 석달 진통 끝 첫발…노사협의체 곧 출범

▶ 기사에도 나와 있듯이 7,000여명의 인천공항 하청노동자 중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인천공항지역지부 소속 노동자가 3,000명 이상으로 압도적입니다. 그런데 한국노총(가입자 350여명)은 노사협의회의 대표단을 민주노총과 5명 동수로 해달라고 요구하며 시간을 끌다가 8월 말에야 대표단을 3명으로 하는 데 합의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이 기사는 한국노총이 마치 대승적 결단을 하며 양보해준 것처럼 묘사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인천공항 노동자들이 바라는 좋은 정규직화 방안은 어떤 게 있을까요?

인천공항에 일하는 노동자들을 분할시켜 놨지만 특성상 인천공항은 어쩔 수 없이 통합돼 있어요. 예컨대 환경미화노동자와 소방대 노동자의 하청업체가 다르다고 해도 함께 협업을 할 수밖에 없어요. 인천공항에 CCTV가 없는 유일한 공간이 화장실인데, 거기서 어떤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는 환경미화 노동자가 소방대 노동자와 바로 소통할 수 있어야 돼요. 근데 지금은 환경미화노동자가 청소 하청업체에 이야기하고, 청소업체가 공항공사에, 공항공사가 소방대 업체 쪽에, 소방대 담당 정규직이 하청업체 간부에, 하청업체 간부가 소방대 하청노동자에게 얘기해서 출동해야 해요. 저희는 이 분할과 단절이 대체 누구한테 유리한 것인지 묻는 겁니다. 직접고용은 노동자들에게도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인천공항의 안전과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해요.

사측은 분할된 자회사 이야기를 합니다. 임금과 정년을 똑같이 맞출 수 없으니, 같은 공항공사 소속으로 있되 직군을 별도로 해서 운영돼야 한다고 하죠. 그런데 원청과 하청업체 사이에 자회사가 있는 것은 간접고용과 다르지 않아요. 자꾸 노동자를 분할시키려는 것은 누구한테 유리한지 모르겠어요. 과거의 공항공사 마인드를 가져선 안 되죠. 사측에서는 직접고용하면 “고용승계 못 해주고 경쟁 채용해야 한다,” “몇 백 대 일 경쟁이 될 수도 있다,” “너희들이 채용 안 될 수도 있다”라고 얘기하면서 자회사로 가면 그렇게 안 해도 된다고 얘기해요. 결국 직접고용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죠. 공항공사 정규직 노동자들 채용하던 것을 여기에도 적용하자는 건데 이런 점도 논쟁 해야죠. 저희는 이런 쟁점들에 대해 이야기할 거면 빨리 하자는 입장인데 공항공사가 전향적으로 나오길 바랍니다. 

 

질문에 답하고 있는 신철 정책기획국장 ⓒ더불어삶


● 말씀하신대로 인천공항이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많은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나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천공항은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다 있는 하나의 거대한 국가예요. 그리고 이곳은 고착화된 피라미드 구조를 대표하는 한국사회의 작은 모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여기서 우리가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비정규직 노조 안에도 다른 직군 간, 어떻게 손잡고 연대해서 어떤 모델을 만드느냐가 우리 사회에 계속 존재했던 차별과 불평등을 극복하는 희망을 제시할 시금석이 될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시민사회의 많은 관심과 지혜를 모으는 게 필요해요.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사이의 문제도 있지만 못가진 자들끼리도 갈등하잖아요. 저희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걸 이렇게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사회에 던지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해요. 공항공사 정규직이랑 같이 야유회 가자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하는데, 정규직과 일반 시민들이 좀 더 많은 관심 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저희도 안 가본 길을 가는 것이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많아요. 더 많은 지혜와 창의력이 필요하거든요. 많은 아이디어가 모여 문제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직돼 있거나, 서로 상대의 작은 부분을 트집 잡으며 싸우려고 하면 해결을 못하잖아요. 다양한 아이디어를 풍부하게 제공하고 받아들여지게 하는 건 주체 몇몇에게 맡겨둘 문제는 아닌데 그 과정에서 시민들이 다양하게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 더불어삶은 앞으로 민생·노동 현장 관련 인터뷰를 지속적으로 게재할 예정입니다. 

posted by 더불어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