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지난 7월 21일 세법 개정안을 내놓았습니다. 정부는 감세를 통해 중산층과 서민의 부담을 줄여준다고 주장하지만, 어떤 세금이 줄어드는지를 얼핏 보기만 해도 이번 세법개정안이 부자감세에 치우쳐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기존의 주택 수 기준 과세에서 주택 가액 기준 과세로 전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집이 한 채 이상인 다주택자가 부담하는 종부세 중과세율을 일괄 폐지하고 각자가 보유한 자산에 따라 세금을 매긴다는 것입니다. 또한 세율도 0.5%~2.7%로 인하되었으며, 종부세 공제금액도 다주택자 6억 원, 1주택자 11억 원에서 각각 9억 원, 12억 원으로 높였습니다. 이로 인해 지난 몇 년간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는데도 종부세 부과 규모는 1조 원 넘게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다주택자는 물론 전체적으로 부동산 보유에 대한 세금을 감면하는 것입니다.
근로소득세의 경우 근로소득자의 97%에 해당하는 '8,800만 원 이하의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하는 내용이 중심입니다. 이를 분석해 보면 실질적으로는 연봉 1억 원 안팎을 받는 직장인들이 가장 큰 세제 혜택을 받게 되고, 연봉 3,000만 원을 받는 직장인의 경우 감세 혜택이 0원에 가깝다고 합니다.
또 정부 안에 따르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춘다고 하는데, 법인세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법인은 2021년 기준으로 100여 개밖에 안 됩니다. 이미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는 재벌 대기업들이라는 이야기지요. 정부 안이 실현될 경우 이런 대기업들이 총 6조 5,000억 원의 세금을 덜 내게 되고, 그중 3분의 1은 삼성이 가져가게 됩니다.
이번 세법 개정안으로 인해 향후 5년간 약 60조 원에 달하는 세수가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가 있습니다. 그 막대한 금액의 80퍼센트 이상은 사실상 다주택자, 고소득자, 재벌 대기업 등 중산층 이상의 부자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갑니다. 근로소득세나 중소기업 세금 감면은 부자감세의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번 세법 개정안은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이 겹치면서 전세계가 고물가와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시대 상황과도 맞지 않습니다. 미국, 영국과 같은 나라들만 해도 부자 증세를 통해 중산층 및 저소득층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윤석열 정부만 거꾸로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 감면과 재벌 법인세 감면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2년 상반기, 역대급의 물가상승률과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로 인해 저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 청년, 취약계층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재정의 역할을 강화하고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의 세수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세법을 개정한다면 앞으로 재정지출 수요를 어찌 감당할지 의문입니다.
막연히 감세와 규제 완화로 수출 대기업을 지원하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식의 철 지난 낙수효과 논리에 의존해서는 지금의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없습니다. 몇몇 수출 대기업에 의존하고 노동자를 쥐어짜서 유지하는 ‘경제성장’이란 것이 언제까지 가능할까요? 가능하다 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지금은 정부가 소득, 자산, 조세 각 방면에 걸친 불평등을 완화하고 청년 및 저소득층이 느끼는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여도 모자랄 때입니다. 이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작금의 낮은 지지율이 더 곤두박질치는 것은 시간 문제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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