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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모음/더불어삶 시선

생각 32. 윤석열 정부의 공공임대정책은 ‘무관심’인가

by 더불어삶 2022. 9. 27.

윤석열 정부의 공공임대정책은 ‘무관심’인가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을 바라보며

 

지난 7, 종부세법 일부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종부세 계산시 지방 저가주택 보유자와 일시적 2주택자를 다주택자에서 제외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법안이다. 1주택자 공제액을 11억에서 14억으로 늘리자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언론들은 공시가격 11억 이상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들이 대혼란에 빠졌다면서 여야의 신속한 합의를 재촉했다.

 

사실 종부세 감세는 이미 실행된 다음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월에 이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대폭 낮춘 바 있다.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을 통해 고가주택 보유자들에 대한 부자 감세를 실행해버린 셈이다. 윤석열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다수가 종부세 납부자기 때문에 '셀프 감세'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이미 깎아준 종부세를 더 과감하게 깎아줄 것이냐 말 것이냐. 1주택자 공제액은 11억이냐 13억이냐 14억이냐. 종부세 고지서를 발송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합의를 해야 하느냐. 이런 논의로 정치권과 언론이 떠들썩한 사이, 내년 예산안에서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삭감된 사실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줄어든 공공임대주택 예산

 

내년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올해보다 약 56000억원 줄어든다. 공공임대주택 신규 지원 물량도 올해 17만호에서 내년 105000호로 약 38% 감소한다.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명백한 후퇴가 반영된 예산안이다. 더구나 지난 여름 집중호우 피해가 반지하 주민들에게 집중되자 정부는 주거 취약계층 안전을 위한 근본 대책을 연말까지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 약속을 해놓고 반지하 주민들의 주거 상향과 직접 연관되는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삭감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난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이런 지적이 나오자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소득 4분위 이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 물량은 감소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국토부 역시 국회에 설명자료를 제출하고 언론 대상으로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해서 해명에 나섰다.

 

지난 830일 국토부가 발표한 설명자료에 따르면 주택기금 예산이 줄어든 주된 이유는 '공공전세 한시사업 종료''영구 국민 행복주택 투자 등 건설형 임대주택 물량의 자연적 감소'라고 한다. 공공전세 사업이란 문재인 정부 시기에 집값과 전세값이 폭등을 거듭하자 2021년부터 한시적으로 시행한 제도다. 당시에 폭등한 전세값이 그만큼 내려간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사업이 종료되었으므로 일정한 예산 감액(국토부 보도설명자료에 따르면 19000억원)은 일단 이해된다. 또 영구·국민·행복주택은 2021년부터 통합공공임대주택이라는 이름으로 합쳐졌으므로 영구·국민·행복주택이라는 이름이 붙은 예산(국토부 보도설명자료에 따르면 17000억원)의 감액도 설명 가능하다.

 

이해되는 부분은 여기까지다. 원희룡 장관의 말이 옳다면 적어도 영구·국민·행복주택 예산이 줄어든 만큼 통합공공임대명목 예산이 증가해야 한다. 그러나 국토부 설명자료에서는 '통합공공임대' 명목의 예산이 더 큰 폭으로 삭감된 것이 확인된다. 무려 34979억원이 줄어들었다. 서민층에게 공급하는 다가구매입임대예산도 17375억원 줄어들었다.

 

국토부가 국회에 제출한 설명자료에 따르면 물량 기준으로도 내년 공공임대주택 지원 감소가 확인된다(연합뉴스 보도 참조). 통합공공임대 지원 물량은 올해 71천호에서 내년 36000호로 49.2%나 줄어들게 된다. 반토막이다. 원희룡 장관의 저소득층 임대 물량은 줄지 않는다는 발언은 대체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

 

공공분양이 공공임대보다 우월하다?

 

그러면 삭감된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어디로 갔을까? 공공임대주택 예산 감액분과 거의 비슷한 금액만큼 공공분양주택 예산이 늘어났다는 점이 눈에 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을 포함하는 공공분양주택에 할당되는 예산은 63139억으로, 올해 대비 56116억원 증액된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정책 키워드는 무관심이 아닐까.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공약이나 국정과제를 보면 공공분양주택 공급에 방점이 찍혀 있고 공공임대주택은 뒤로 밀려나 있었다. 과거 어떤 정권도 이렇게 공공임대주택에 대놓고 무관심하지는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박근혜 정부는 행복주택을 내세웠고 문재인 정부는 신혼희망타운을 홍보했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브랜드를 만들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대신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공공분양을 확대”(8.30 국토부 보도설명자료)하겠다고 말한다. 예산 편성을 주도하는 기재부 역시 공공분양주택을 확대하는 것을 공공주택의 질적 향상으로 바라본다(8.31 김동일 기재부 경제예산심의관 언론 브리핑). 국토부와 기재부의 설명에는 공공분양주택이 공공임대주택보다 우월한 것, 질적으로 진보된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번에 발표된 주거복지 예산안은 정확히 그런 인식의 결과물이다.

 

역대 정부들이 대부분 시혜적인 태도로 일부 저소득층 또는 신혼부부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했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부족한 측면은 분명 있다. '내 집 마련'을 선호하는 계층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그런 인식에 편승하여 공공임대 예산과 물량을 공공분양으로 돌리는 것은 지나치게 근시안적인 정책이다. 공공분양주택은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게 많이 할당되고, 어느 정도 구매력 있는 계층에게 분양되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이번 예산안에서는 전체 주거복지 예산은 늘리지 않으면서 공공분양주택 예산을 비대칭적으로 증액했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 신규 물량이 줄어들었다.

 

공공임대주택 예산, 증액이 옳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정책적 무관심은 주거취약계층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도 상충된다. 윤석열 정부는 연말까지 반지하 문제에 대한 근본 대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했지만, 2023년 예산안에 반영된 주거취약계층 대책은 주거 상향시 보증금 일부 무이자 대출과 이사비용 지원이 전부다. 여기에 새롭게 투입되는 예산은 3530억원이다. 지난 5년간의 주거비 상승에 이어 지금도 월세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둘 다 일시적인 대책에 지나지 않는다.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빼고 주거취약계층 문제의 근본 해결을 논할 수는 없다.

 

이제 부동산 정책의 핵심 논제가 바뀌어야 한다. 10억 이상 고가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얼마나 주느냐가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주거권을 침해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 해결이 중심에 놓여야 한다. 앞으로도 재난은 언제든지 닥칠 수 있고, 정부는 그 피해가 취약한 계층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노력할 의무를 가진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예산 대폭 삭감은 부적절하다. 반대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20퍼센트 이상 증액해야 한다. 그래야 윤석열 대통령의 반지하 침수 피해 현장 방문이 단순 홍보성 이벤트가 아니게 된다.

 

*****참고자료****

<23년 국토교통부 예산안 55.9조원 편성>, 국토교통부, 2022.08.30

<[설명]공공임대주택의 질적향상과 비정상거처 가구 지원 등 취약계층의 주거상향에 적극 투자할 계획입니다.>, 국토교통부, 2022.08.30

<'공공임대 예산 삭감' 논란에원희룡 "저소득층 물량 안 줄어">, 한국경제, 2022.09.02

<[팩트체크] 내년 공공임대주택 공급물량 줄지 않는다?>, 연합뉴스, 2022.09.07

<월세 치솟자 공공임대 '후끈'4가구 뽑는데 4043명 몰려>(2022.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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