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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모음/더불어삶 시선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을 악의적으로 보도하는 언론

by 더불어삶 2022. 7. 20.

 살고자 싸우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걸까? 

 

지난 6월2일부터 시작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싸움이 벌써 50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요. 가로·세로·높이 1m의 철 구조물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고공농성에 돌입하고, 단식 농성까지 벌이며, '끝장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라는 하청노동자의 절박한 외침에 언론은 '위기'와 '손실'을 앞세우며 파업 투쟁을 '이기주의'로 몰아갑니다.

 

  • 협력업체 120여명 불법점거에 세계최대 독 마비 (조선일보, 07.02.)
  • 민노총 하청 파업 47일… 대우조선 협력사 7곳 ‘눈물의 줄폐업’ (조선일보, 07.18.)
  • [취재수첩] '10만명 생계' 안중에 없는 대우조선 하청노조 (한국경제, 07.18.)
  • (사설) 국민 돈으로 살린 대우조선, 노조가 사지로 몰고 정부는 엄포만 (매일경제, 07.19.)
  •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조선업 세계 1위’ 위상 타격 (세계일보, 07.19.)
  • 대우조선 파업으로 1조 손실 끼쳐놓고…"손배소 내지말라"는 노조 (한국경제, 07.20.)

우선, 이들에게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처해 있는 노동 환경에서 '이대로 살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수많은 언론 보도에 하청노동자들이 왜 파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제대로 담겨있지 않은 채, 자극적인 사진이나 노-노 갈등을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청노동자가 왜 '끝장 투쟁'에 나섰는지 아세요?

 

파업투쟁의 요구는 크게 임금 원상회복(임금 30% 인상)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인정입니다.

 

임금 원상회복 요구는 지난 5년 동안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임금이 30% 넘게 삭감된 것을 원상복구하라는 겁니다. 기존에 받던 임금을 더 올려달라는 말이 아니에요. 언론에서는 '30% 인상'이 무리한 요구라고 하지만,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관련 긴급 국회 좌담회(06.06.)>에서 조선소 경력 15년의 선박 가용접원의 실제 소득이 2014년에서 2021년 사이 31%가 줄어들었음을 원천징수영수증 자료가 공개되기도 했어요. 그 결과, 15년 넘게 일한 숙련된 하청 노동자가 받는 임금이 월 250만 원도 되지 않는 수준이에요🤯(관련 인터뷰).

 

조선업은 상당한 깊이의 다단계 하청 구조로 돌아가요😨 원청인 조선소 아래에 1차, 2차, ... 하청업체들이 존재하고 각 하청업체는 일이 있을 때만 반짝 팀을 만들어서 단타로 치고 빠지는 물량팀과도 계약해서 업무를 진행합니다. 중간업체가 많다보니 하청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임금을 받기도 어렵고, 고용 역시 불안합니다. (물량팀에 소속되어 일하는 노동자들의 처우는 아예 현황조차 파악하기 쉽지 않을 정도라 더 심각한 환경에 처해있다고 해요😰) 다단계 하청 구조 자체도 문제인데, 대우조선해양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부과에 검찰 고발까지 했을 정도로 하청업체 단가 후려치기를 심하게 하는 기업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언론사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임금만 문제인 것도 아닙니다. 지금 현장에서는 조선 하청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요. ‘산업 직업병의 백화점'이라 불릴 정도로 조선소의 노동 환경이 열악한 데다가, 그 피해가 대부분 비정규직과 하청노동자에게 집중되기 때문이에요. 올해 초에도 대우조선해양에서 작업 중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가 대우조선해양과 하청업체를 압수수색하기도 했어요. 

 

하청노동자의 위기는 '위기'가 아닌가요?

 

  • 불법파업에 하루 260억씩 손실…대우조선 직원들 거리 호소 나섰다 (한국경제, 07.11.)
  • 대우조선, 제때 인도못한 배 벌써 12척… 수주 계약 줄줄이 파기당할 위기 (조선일보, 07.19.)
  • 7조 혈세투입 된 대우조선…무단점거 피해 1조 넘었다 (뒷북비즈) (서울경제, 07.19.)
  • "150명 위해 1만명 죽이나" 대우조선 파업에 하청업 줄도산 (중앙일보, 07.20.)

 

하청노동자 파업으로 대우조선해양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기사가 줄줄 쏟아집니다. 그간 불황이었던 조선업이 이제 막 살아나기 시작했는데, 파업투쟁으로 날개가 껶였다는 거죠. 그런데, 대우조선해양이 작년에 8년만에 최대 수주 실적을 낸 데다가, 올해 7월 기준으로 연간 목표 절반을 넘어선 59억 3,000억 달러의 실적까지 달성하고 나서도 하청노동자에 대한 처우는 전혀 달라진 게 없었어요. 5년 간 조선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하청노동자의 임금이 30%나 깎였는데도 말이죠.

 

더 나아가 대우조선의 하청업체들이 문들 닫고 소속 노동자들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현재 폐업을 예고한 하청업체 7개 중 절반 이상은 파업이 벌어지기 전부터 경영난에 시달려 왔고 폐업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관련 기사). 조선소의 다단계 하청 구조에서는 하청업체들도 살아남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반면, 수십년 간 누적되어 온 하청노동자의 '위기 상황'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프레임은 파업의 원인이 된 대우조선해양의 하청 다단계 구조와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싸우는 노동자들에게 '이기적인 존재'라는 딱지를 붙여버립니다. 매우 위험하죠😡

 

윤석열 정부가 파업투쟁에 대해 '불법' 강조하며 공권력 투입까지 시사하는 마당에, 노동권 중 하나인 파업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한국 노동자의 현실에 대해 먼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참고로 한국은 올해 2022년에도 글로벌 노동권 지수 산정에서 OECD 최하 등급인 5등급을 받았습니다. 5등급이란 노동법은 있지만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No Guarantee of Rights)’ 상태를 말해요. 노동조합 활동을 인정받기 위해 투쟁해야만 하는 하청노동자들의 처지가 바로 그렇습니다.

 

조선 수주가 감소하던 어려운 시기에 가장 많이 희생한 것은 언제나 하청노동자들이었습니다. 코로나 펜데믹에도 조선소 정규직 노동자들은 코로나에 감염될 경우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무급으로 쉬면서 손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러는 동안 조선소는 저임금으로만 유지되는 일터, 사람이 떠나는 일터로 바뀌었습니다. 이래서는 조선업의 미래도 없습니다. 언론은 지금이라도 악의적인 보도를 멈추고 문제의 근본을 파헤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 이 글은 수정, 보완 후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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