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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모음/더불어삶 시선

생각 11. 세월호 1주기와 '쓰레기 시행령'

by 더불어삶 2015. 4. 21.

세월호 1주기와 '쓰레기 시행령'

 

세월호 1주기였던 지난 16일, 유가족과 국민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제대로 추모하지 못했다. 경찰의 폭압 때문만은 아니었다. 304명이 왜 희생되었는지가 아직도 명명백백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추모’와 ‘애도’의 단계로 넘어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날 서울광장 대형화면 속의 세월호 가족들은 “힘이 없어서 미안하다 애들아”라며 울분을 토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아직도 암흑 속에 있고 그나마 만들어진 특별법마저 정부측 시행령으로 무력화될 위기에 처해 있다. 21일 현재까지도 정부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시행령 전면 폐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출범도 하지 못한 채 활동을 전면중단한 상태다.

 

‘쓰레기 시행령’은 어떻게 나왔나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이하 세월호 특별법)‘은 참사 205일 만인 작년 11월 7일 국회를 통과했다. 세월호 특별법은 정부 및 새누리당과의 정치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졌다. 아무것도 합의하지 않으려고 버티던 정부와 새누리당이 유가족을 포함한 온 국민의 진상규명 요구에 조금 물러서고, 야당 쪽에서도 양보를 거듭하면서 그야말로 최소선의 합의에 도달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세월호 특별법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양보했다는 점에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라는 강한 의문을 남기고 있었다. 당시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가족과 국민의 노력과 바람에 비하면 한참 미흡한 법안이지만 하루라도 빨리 진상규명을 시작하기 위해 오늘 통과된 특별법을 반대하지 않으며, 앞으로 특별법에 따라 구성될 특별위원회를 철저히 감시하고 독자적인 진상규명활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http://sewolho416.org/3241)


널리 알려진 사실은 아니지만, 이것 외에 세월호 특별법이 하나 더 있다. 제2의 특별법이라 볼 수 있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배·보상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배·보상 특별법)’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여야 합의라는 미명 아래 올해 1월 12일 은근슬쩍 통과시킨 이 법은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배·보상은 진상조사와 참사의 책임 문제가 해결된 후에나 따져볼 수 있는 문제기 때문에, 진상조사의 첫 발도 떼지 않은 시점에 배·보상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논의의 초점을 흐리는 행위다. 유가족들 역시 배·보상 이야기를 하지 말아 달라고 정치권에 수도 없이 당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그 어떤 논의의 과정도 없이 배·보상 특별법을 덜컥 제정했다. 조중동과 MBC 등의 언론은 즉시 배·보상 특별법이 통과된 사실과 그 보상액을 크게 부각시키기 시작했다. 이는 돈을 전면에 내세워 세월호 유가족들을 파렴치한 사람들로 매도하고 투쟁의 본질을 왜곡하려는 의도였다. 이것만 봐도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새누리당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겼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다시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 이야기를 해보자. 이 세월호 특별법에 규정된 독립 조사기구인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아직 출범조차 못했다. 지금 있는 것은 특조위 설립을 준비하고 지원하기 위한 단체인 ‘설립준비단’이다. 그런데 정부와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그 설립준비단의 활동마저 조직적으로 방해했다. 설립준비단의 법적 근거가 어떻다느니 하며 시비를 걸고, 특조위 회의의 파행을 꾀하고, 특조위 내부자료를 유출시키기도 했다.


곡절 끝에 설립준비단은 지난 2월 17일 표결을 거쳐서 확정한 시행령안을 정부에 넘겼다. 특조위의 인력과 직제, 예산이 담긴 이 시행령안을 정부가 입법예고하면 특조위는 정식으로 출범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한 달이 넘도록 특조위 측 시행령안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3월 27일, 특조위안과 전혀 다른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을 기습적으로 입법예고했다. 이것이 일명 ‘쓰레기 시행령’이다.

 

 

▲ 사진제공= 시민활동가 김종천씨 - 416 가족협의회

 

‘쓰레기 시행령’의 문제점

 

이미 많은 지면에서 다뤄지고 있듯이, 이번 시행령안은 “한참 미흡한 법안”인 세월호 특별법의 취지마저 부정하고 반대하는 안이다.


원래 시행령은 입법부가 만든 법안의 실천과 관련해서 세세한 사항을 행정부가 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행령은 어디까지나 법률의 취지 및 위임범위 내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시행령은 모법인 세월호 특별법의 내용과 충돌할 뿐 아니라 모법에 규정된 핵심 사항들을 과감하게 변경한 내용을 담고 있다. 말하자면 정부가 새로운 법령을 하나 만든 것이다.


시행령안의 문제점 가운데 제일 중요한 것은 업무와 사무의 분리가 깨졌다는 점이다. 진상규명, 재발방지대책 마련, 피해자 지원 등이 특조위의 ‘업무’라면 인력, 자원 등의 행정적인 일은 ‘사무’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번 시행령안에 의하면 사무처 밑에 기획조정실을 두고 해수부에서 파견 나온 기획조정실장이 진상규명, 안전사회, 피해자지원 등의 3대 ‘업무’를 종합 조정하게 된다. 기획조정실장 아래의 기획총괄담당관과 진상규명국의 가장 중요한 직책인 조사1과장도 공무원이 맡는다. 이대로라면 특조위는 ‘사무’에 의해 '업무'의 자율성을 침해당하게 된다. 참고로 사무처장은 세월호 특조위를 ‘세금도둑’이라 비난한 바 있는 새누리당 추천의 조대환이다. 


게다가 시행령안은 특조위의 조사 인원을 임의적으로 줄이고 공무원 비중을 늘렸다. 특별법은 제2장 15조에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인원을 “120명 이내”(정무직 5명은 예외이므로 실제로는 125명)로 규정했는데 그 하위법인 시행령이 정원을 90명(정무직 포함)으로 한정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 시행령안에 따르면 특조위 내 공무원과 민간인의 비율은 기존 50:70에서 50:50으로 변경된다.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조사활동을 벌이기 위해서는 민간인 비율이 더 높아야만 하는데, 시행령안은 공무원의 비율을 높임으로써 정부의 입김이 더 강해지도록 했다.

 


진상규명의 영역을 정부 조사결과에 대한 분석 및 조사로 한정한 것도 기가 막힌 대목이다. 시행령안 제5조(진상규명국) 4항(조사 1과장)은 분장 업무를 “4.16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에 관한 정부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라고 규정해 놓았고, 제5조 5항(조사 2과장)에서도 “구조구난 작업에 대한 정부조사자료 분석과 조사”라고 명시했다. 기존에 발표된 정부 조사결과를 분석하는 일만 하라는 것은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물론 이것은 모법의 내용에도 위배된다. 특별법 제2장 제5조(위원회의 업무)에서는 “4·16세월호참사와 관련한 구조구난 작업과 정부대응의 적정성에 대한 조사에 관한 사항”을 비롯한 광범위한 사항을 조사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포기할 수 없는 진상 규명

 

이 시행령이 ‘쓰레기’라는 점을 밝히는 데는 사실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이번 시행령은 정부가 특위를 무력화하는 것을 넘어 특위를 정부와 새누리당이 좌지우지할 수 있게 만드는 안이다. 진실을 인양해야 한다고 목 놓아 외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국민들에게 정부가 싸움을 선포한 셈이다.


여기서 우리는 애초의 의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세월호 진상규명은 무엇을 통해 가능한 것인가? 특별법과 시행령을 잘 만들면 그것으로 가능한가? 사태의 흐름을 보면서 1948년에 만들어진 반민특위의 실패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반민특위가 만들어져 친일세력을 조사했는데도 친일파 심판과 청산이 이뤄지지 못한 이유는 익히 알려진 대로다. 조사를 받아야 할 당사자들이 권력을 쥐고 조사활동을 방해하다가 결국에는 반민특위 자체를 해산시켰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9.11사태 이후 만들었던 9.11진상조사위원회의 경우에는 무려 12차례의 청문회를 열고 현직 대통령과 부통령까지 소환했다. 하지만 9.11조사위 역시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9.11의 진실은 아직도 묻혀 있다. 진상규명이란 민중의 힘이 모이고 또 모여 권력의 횡포를 막아낼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애도하는 데만 머무를 수가 없다. 쓰레기 시행령을 찢어버리고 진상규명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야 한다.

 

 

▲ 사진제공=팩트TV 김준영 기자 - 416 가족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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