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모음/더불어삶 시선

생각 1. 철도민영화에 반대한다

by 더불어삶 2014. 8. 8.

철도소위, 성과 없이 활동종료

지난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바로 그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철도소위)는 활동결과보고서를 채택하였고, 이 보고서는 다음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였다.

보고서는 “철도운임·요금은 소비자물가지수와 연동해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하되, 화물요금은 시장경제원리에 따른 적극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여 정부와 철도공사가 요구해 온 철도요금 인상에 대해서는 사실상 동의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쟁점이었던 수서발 KTX 주식회사 지분의 민간매각 금지 법제화는 새누리당의 반대로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고 단지 권고 수준에 머물렀다. 또한 철도파업 이후 자행된 130명에 대한 해고와 170억대의 손해배상 청구, 그리고 막무가내식의 부당 전출 문제에 대해서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였다. 이로써 지난 겨울을 뜨겁게 달구었던 철도민영화 반대 파업의 결과 설치된 철도소위는 아무런 성과 없이, 오히려 철도 요금인상이라는 결과만을 남기고 종료된 것이다.

철도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공공재 중 하나이다. 비록 철도소위는 종료되었지만 정권의 철도민영화 시도가 계속되는 한, 사회적 저항은 계속될 것이다. 이에 철도와 관련된 여러 쟁점들을 다시 한 번 차분히 살펴보고자 한다.      

 

정부와 철도공사의 입장

우선 정부와 철도공사의 수서발 KTX 관련 계획 및 입장은 다음과 같다. 1) 철도공사는 오랜 독점 구조에 안주하며 만성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는 방만한 공기업의 대표적인 사례이기에, 수서발 KTX를 자회사로 분할하여 철도공사와 경쟁하는 경쟁체제를 도입한다. 2) 철도경쟁체제의 도입은 국민들에게 값싸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독점으로 인한 공기업의 고질적인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3) 철도노조는 민영화라고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으나, 수서발 KTX 회사에 민간자본의 참여는 전혀 없을 것이고, 대통령도 국민의 동의 없는 민영화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였으며 정부는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과연 이 말들이 사실인지 하나씩 따져보자.

 

쟁점1. 철도공사는 방만한 공기업의 대표적인 사례인가?

작년 12월 26일 철도파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시기, 동아일보는 ‘하루 승객 15명에 역무원은 17명’이라는 기사를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하루 평균 15명만 승하차하는 한가한 역에 역장 1명, 부역장 3명, 역무원 13명 등 총17명이 근무하고 있고, 2010년 한해 운송수입이 1,400만원뿐인 역에서 인건비는 11억 3,900만원이 지급되고 있는데, 이러한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이유는 강성노조 때문이라는 기사였다.

하지만 이 기사는 악의적인 왜곡보도의 전형이다. 기사에 인용된 태백선 쌍용역의 2010년 실제 수입은 화물 95억 9,600만원에 여객 1,900만원을 합한 96억 1,500만원이다. 즉 화물을 주로 취급하는 역임에도 여객수입만을 가지고 기사를 썼고, 그 여객수입조차도 줄여서 보도하였던 것이다. 또한 24시간 근무해야 하는 철도이기에 3조 2교대제로 운용되고 있어서 3인의 부역장이 한 근무당 1인씩 근무하고 역무원 역시 4명씩 근무하는데, 그 형태는 주간근무 이틀, 야간근무 이틀, 비번, 휴무가 반복되는 ‘주주야야비휴’ 6일주기 교대제라는 사실은 보도되지 않았다. 

동아일보의 왜곡보도가 있었던 바로 그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철도공사에 대해 “임직원 보수도 민간 유사업종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한 번 입사하면 평생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 직원 자녀에게 고용이 세습되기도 한다”고 말하였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다음날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하였다.

우선 철도공사의 평균 연봉은 6,300만원인데, 철도공사의 평균 근속은 19년이기 때문에 입사 이후 19년 된 직원의 평균연봉이 6,300만원이라는 것이고, 이는 27개 공기업 중에서 25위의 수준이다. 또한 철도공사 유사업종의 평균 연봉과 비교해보면, 서울시 도시철도공사 5천352만원, 서울메트로는 6천339만원으로 철도공사의 절반 수준인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세습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철도공사의 단체협약 또는 인사규정 어디에도 철도공사 직원 자녀의 채용을 보장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과거에 업무 중 사망 사고를 당한 직원의 가족을 특별채용해 주는, ‘순직자 자녀 우선 채용’ 정책이 있었지만 2010년 폐지되었다. 한 나라의 고위관료가 버젓이 거짓을 유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철도노조에 대한 악의적인 왜곡은 너무나 많아서 일일이 다 대응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다음으로는 철도공사의 부채가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를 확인하여 철도공사의 소위 ‘방만한 경영’에 대한 평가를 정리해 보자.

 

쟁점2. 철도공사의 부채 17.6조는 어떻게 해서 생겨난 것인가?

2013년 6월말 현재 철도공사의 총 부채액은 17.6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철도공사의 ‘방만한 운영’의 근거로 바로 이 수치를 이야기하는데, 이 부채의 내역을 따져보면 책임은 오히려 정부에게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자료를 통해서 철도공사의 부채내역을 확인해 보면 다음 표와 같다.

<철도공사 부채 원인별 분석(단위: 조원)>

합계 영업부채(15.3) 비영업부채(2.3)
초기
부채
영업
손실
차량
구입
역개량사업 회계기준 변경 공항
철도
법인세 용산
개발
기타
17.6 4.5 4.6 2.7 0.8 2.7 1.2 1.0 0.2 -0.1

자료: 국토교통부

우선 철도공사는 출범하면서부터 고속철도건설부채 중에서 4.5조원을 떠안고 출발하였다. 2009년에는 정부의 민자사업 실패 사례인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하느라 1.2조원을 떠안아야 했다. 2010년부터는 회계기준 변경으로 철도공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부채 2.7조원이 추가되었다. 정부가 진행한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 무산에 따른 법인세 환급금(1조 원) 등 1.2조원 역시 철도공사의 책임이 아니다.

차량구입이나 역개량사업에 들어간 돈은 일종의 투자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제 남는 것은 영업 손실로 분류된 4.6조원만이 남는다. 그런데 이 4.6조원마저도 철도공사가 통제하기 어려운 ‘계획된 적자’에서 기인한 것이기에 ‘방만한 경영’의 결과라고 볼 수 없다. 

철도공사가 부담하고 있는 계획된 적자에는 PSO 미보상 금액, 원가미달 운임, 선로사용료 등이 있다.

PSO(Public Service Obligation: 공공서비스의무보상액)는 공익적 성격의 서비스에 대한 국가보상(벽지노선 손실보상, 공공운임 감면보상, 특수목적사업비 보상)을 말하는데, 철도공사가 출범한 이후 8년 동안 정부는 철도공사 PSO 보상금으로 3조594억원을 정산했으나 이 가운데 2조3530억원만 보상하고 7064억원은 보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공공요금 통제로 철도의 원가보상률은 79% 정도이기 때문에 연간 7,000억원의 손실은 구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또한 철도청 시절에는 부담하지 않았던 선로사용료로 철도공사는 출범 이래 연평균 6,002억 원을 납부했 왔다. 이러한 요인들은 철도공사의 영업 이전에 이미 외부에서 주어지기 때문에 철도공사가 통제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이상 정부가 제시한 자료를 통해 살펴보더라도, 철도공사의 부채는 ‘방만한 경영’보다는 오히려 정부의 정책실패(공항철도, 용산개발)나 의무 미이행(PSO 미보상)이 주된 요인이고 그 밖의 요인들도 철도공사가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원가미달 운임, 선로사용료) 등으로 인해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쟁점3.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은 경쟁체제 도입인가?

작년 12월 27일 밤 정부는 수서발 KTX 법인에 철도운송사업 면허를 기습적으로 발급하였다. 결국 별도의 철도공사 자회사로 수서발 KTX 법인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본 것처럼 철도공사의 현재 상황에 대한 진단 자체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제시하는 처방 역시 제대로 된 것이기 힘들다. 정부의 처방은 수서발 KTX를 자회사로 분할, 철도공사와 경쟁하는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독점으로 인한 비효율을 제거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정부의 주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점철되어 있다.

수서발 KTX는 수서에서 평택까지만 단독 운영이고 평택에서부터는 철도공사 KTX의 기존 경부선·호남선 구간을 공용한다. 즉 노선의 80% 이상을 공유하는 것이다. 애초에 모회사와 자회사가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지만, 거의 대부분의 노선과 핵심업무를 공유하는 두 회사가 경쟁한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오히려 중복투자로 인한 비효율이 야기될 뿐이다.

철도노조나 언론, 국회의원실 등에서 공개한 철도공사 내부문서들을 봐도, 정부와 철도공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잘 드러난다.

철도공사 내부문서들에는 철도공사가 직영하면 개통 첫해 140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지만, 제2공사가 운영하면 영업이익이 552억원에 불과하여 철도공사가 직영할 때보다 연간 85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문서도 있고,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시 인적·물적으로 연간 460억원의 중복투자 비용이 발생할 것이고, 황금노선이라 불리는 수서발 KTX가 소비수준이 높은 강남권역 수요를 쓸어가면서 철도공사는 향후 32년간 연평균 5,120억원의 매출액 감소와 1,41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이 담긴 문서도 있다. 또한 “수서발 KTX는 기존 서울·용산발 노선과 주된 고객이 달라 경쟁효과가 없고, 상호간 수요 간섭 없는 지역별 독점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문서도 있고 수서발 KTX의 이용자의 70% 정도가 기존 철도공사의 서울, 용산역을 이용하던 승객이며, 신규수요는 30%에 불과할 것으로 나타나, 신규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와 철도공사의 주장이 거짓임을 보여주는 문서도 존재한다.

이렇듯 자기들 스스로도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경쟁효과도 없고, 중복투자로 인한 비효율만을 야기하며, 철도공사에 손해만을 입힐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쟁점4. 정부가 민영화 안 한다고 하지 않는가?

정부의 거짓말은 민영화와 관련해서도 계속된다.

수서발 KTX 자회사는 철도공사가 41%, 공공자금이 59%의 지분을 갖는 주식회사로 설립될 예정인데, 정부는 “주식의 민간매각 금지를 정관에 못 박았고, 정관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참석주주 2/3이상, 전체 주식 1/3 이상을 충족해야 하는데, 철도공사 지분이 41%이기 때문에 철도공사의 의사에 반하는 정관 변경은 불가능하다”면서 민영화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새빨간 거짓말이다. 철도공사는 이미 이러한 민간매각 방지대책이 실효성이 있는지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법무법인 세종에 법률 자문을 구한바 있었다. 그리고 그 회신 내용은 상법위반 가능성이 있고, 공공자금이 과반수인 이상 완전한 방지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법률자문을 받아놓고 국민에게는 딴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철도공사의 동의가 없으면 민간 매각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철도공사가 동의하면 민간 매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향후 정부 정책이 바뀐다면 철도공사가 민간 매각에 동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관이라는 것은 이사회 결의에 따라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민영화 문제는 한미FTA와 결합되는 순간 더 이상 가능성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쟁점5. 한미FTA와 철도

 

한미FTA는 2006년 협상이 개시되는 순간부터 경고가 있어왔던 것처럼, 대한민국의 정책적 자율성을 극도로 침해하여 사실상 헌법 위에 군림하는 조약이다. 얼마 전에도 금융위원회가 비자카드, 마스터카드와 같은 국제 브랜드 카드를 국내에서 사용할 때에도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하고 해당 수수료 체계 개편을 시도했지만, 비자카드와 미국 통상당국이 수수료에 개입하는 것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영업방해이고 한·미 FTA 위반이라고 항의한 이후로 수수료 인하가 수포로 돌아가는 일이 있었다.

이번 철도소위에서도 한미FTA로 인해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철도소위 2차 회의에서 철도 민영화 방지 법안이 한미 FTA에 위배되는지 WTO의 유권해석을 받아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주권국가에서 하나의 법안을 만드는데 국제기구에 물어보고 결정하려 한 것이다. 다행히(?) 입법조사처에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여 나라망신은 면했지만 한미FTA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해프닝이라 할 수 있겠다.

한미FTA 협정에 따르면 2005년 6월 30일 이전에 건설된 철도 노선에 대해서는 철도공사의 운영 독점권을 보장하는 조항을 명시하여 전면적인 철도개방을 유보하고 있다. 그런데 수서발 KTX 노선은 2005년 6월 30일 이전에 건설된 노선(경부고속선 평택~동대구 구간)을 포함하고 있다. 이 노선을 국내 기업(수서발 KTX 자회사)에게 개방해주면 내국민 대우에 의해 미국 자본에게도 동등하게 개방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한미 FTA 협정문의 유보조항을 철회하는 것이고, 한번 철회하면 역진방지조항 때문에 되돌릴 수 없다.

 

정부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인가?

 

국토부는 2013년 6월 26일 철도산업위원회를 열어 철도공사를 지주회사와 여러 개의 자회사로 분할하는 「철도산업발전방안」을 확정하였다. 이에 따르면 철도공사는 여객운송사업과 지주회사 기능을 하는 것으로 업무가 축소되고, 그 외 대부분의 업무들은 자회사가 따로 설립되어 담당하게 된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현재 철도공사에 소속되어 있는 인력에 대해서는 향후 지주회사로 재편되는 철도공사 소속으로 보유하고, 이중 1만여명을 각 자회사에 파견하는 형식으로 인력을 운영하되, 철도공사 분할 이후 설립되는 각 자회사가 채용하는 신규인력에 대해서는 자회사별로 별도의 임금체제와 인사기준에 따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자료: 국토교통부

 

즉 철도공사에서 파견된 기존 인력과 자회사에서 채용한 신규인력이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도 임금 및 노동조건이 상이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이다. ‘왼쪽 바퀴는 정규직이 달고 오른쪽 바퀴는 비정규직이 달지만’ 차별대우가 행해지는 제조업의 비정규직 문제가 공공부문에서도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철도공사가 파견회사가 되어버리는 것도 문제지만 더욱 중요한 문제가 있으니, 만약 노동자들이 이러한 전출을 거부하는 경우이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법무법인 세종과 법무법인 세광에 법률적 검토를 의뢰하였다. 그리고 법무법인 세광의 회신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검토한 바와 같이, 만약 철도공사가 A라는 직무를 전부 자회사에 이관하고, 해당 업무를 수행하던 직원들은 그 자회사로 전출하고자 하는데, 일부 직원이 그 전출을 동의하지 않을 경우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제24조 등의 요건을 구비해 해고, 정리해고를 하는 것이 허용될 가능성이 있으나, 이 경우의 해고 가능성은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개별적으로 검토돼야 할 것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4조란 바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해고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쌍용자동차나 한진중공업에서처럼 ‘경영상의 위기’를 만들어 정리해고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제안을 법무법인이 한 것이다. 

 

이제 정부가 굳이 수서발 KTX 자회사를 설립하고자 하는 이유에 거의 도달하였다. 현재 KTX 경부선은 일반열차 경인선과 함께 철도공사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노선이다. 이에 반해 다른 일반열차, 화물열차, 광역열차는 적자를 보는 노선이다. 일반 기업이라면 적자를 보는 사업에서 일찌감치 손을 떼겠지만 철도는 국민의 공익을 위한 공공재이기에 적자를 본다고 해서 없앨 수는 없다. 그래서 정부가 철도공사에 PSO 등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일반철도 노선 22개 가운데 8개 벽지 노선에만 PSO를 지원할 뿐이고, 그 보상률도 77% 수준이다. 따라서 정부 보조금으로도 적자선 유지는 쉽지 않기 때문에 철도공사는 KTX 흑자를 통해 적자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철도공사에서 알짜배기 노선인 수서발 KTX를 떼내는 것이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다. 수서발 KTX 자회사의 경우 노선 자체가 알짜배기이기도 하고, 적자노선을 보조할 일도 없으니 요금을 다소 인하하더라도 수익성이 대단히 높을 것이다.

반면 철도공사는 알짜 노선이 떨어져 나가 해마다 수천억의 매출 손실을 보게 되고, 적자노선은 그대로 유지해야 하니 경영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요금을 인상하거나 몇 개의 벽지 노선은 폐지해야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때 정부는 법무법인 세광이 조언했던 것처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경영상의 위기’를 빌미로 철도공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규모의 정리해고로 노조의 힘이 괴멸상태에 이르게 되면, 이제는 노조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각 자회사들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민영화가 가능해진다.

 

면허 취소만이 유일한 해법

경제적으로도 더 효율적이고 민영화의 가능성도 봉쇄할 방법은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수서발 KTX 자회사에 발급한 면허를 직권 취소하고, 이 노선에 한미 FTA의 ‘철도공사 전담’ 조항을 적용하면 된다. 그리고 국회는 민간이 투자한 철도노선만이 면허의 대상이 된다는 입법을 하면 된다.

물론 수서발 KTX는 2005년 7월 1일 이후에 건설된 철도에 해당된다. 그렇다고 어떻게 해야 될지 WTO에 물어볼 필요는 없다. 2011년에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규제하기 위해 개정된 ‘유통상생법’처럼 한·EU FTA 위반이지만 ‘골목상권 살리기’라는 국민 여론에 힘입어 국회가 영세 자영업자 보호를 위해 입법을 하여 현재까지 잘 유지되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반민중적인 정부에 있지 법률적·기술적인 부분에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은 그 어떤 것보다도 앞선다

1:29:300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1930년대 미국의 보험회사 관리감독자 하인리히가 주장하여 ‘하인리히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것으로, ‘1’개의 ‘대형사건’이 일어난 경우 그 배경에는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29’개의 ‘경미한 사고’가 있으며 다시 그 이전에는 사건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300’건 이상의 ‘이상징후’가 있다는 법칙이다.

세월호 사태 이후에도 지하철 사고, 장성 요양병원 화재, 고양 시외버스 종합터미널 화재 등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철도, 지하철 관련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5월 2일에는 서울 상왕십리역에서 지하철 추돌사고가 발생하여 승객 240여명이 부상당하였고, 5월 11일에는 코레일 공항철도 운서역에서 전동차가 승객을 내려주지 않은 채 멈췄다 전진한 뒤 다시 500m 남짓 후진하는 사고가 있었다. 5월 19일에는 지하철 4호선 금정역에 진입하던 전동차 변압기가 폭발하면서 옆에 있던 애자가 함께 터져, 애자 파편에 깨진 스크린도어 유리조각에 시민 11명이 다쳤고, 5월 22일에는 분당선 열차가 서울 강남구 왕십리역에서 강남구청역 방면으로 가던 중 철로에 멈춰 후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5월 24일에는 경기 의왕시 의동 오봉역 선로에서 입환(열차 연결 및 분리) 작업을 하던 역무원이 열차 사이에 끼어 사망하였고, 5월 31일 경북 의성에서는 화물열차가 탈선하기도 하였다. 점점 하나의 대형사고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들은 각 사고마다 직접적인 원인들이 따로 있겠지만, 그 공통적인 근본원인으로 차량 노후화, 정비주기 연장, 인력감축 등이 존재한다. 그리고 오래된 차량을 계속 사용하고 정비주기를 연장시키고 인력을 감축하는 이유는 비용절감 때문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다 이윤을 더욱 중요시하는 작태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철도의 운영을 완전히 자본의 탐욕에 내맡기게 되는 민영화가 이루어진다면 안전에 대한 고려는 더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다.

 

국민의 생명보다 앞서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민영화는 한 줌의 자본을 배불리기 위해 대다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내던지는 것에 불과하다. 더불어삶은 민영화에 반대하는 모든 이들과 연대하여 함께 싸울 것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