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3. 의료기관 영리자회사 설립, 왜 문제인가

더불어삶의 생각 2014. 8. 12. 14:22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투자 활성화 대책에는 의료기관이 영리를 취할 수 있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부대사업확장이 가능한 내용이 있었다. 이로 인해 의료민영화가 이슈화되었고 이례적으로 대한의협과 보건의료단체가 같은 목소리로 반대하였으며 의사휴업 및 파업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반대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박근혜 정부는 6월 10일 국무회의를 통해 의료법인의 자회사를 허용하고 병원의 부대사업 범위를 대폭 확장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과 부대사업 목적의 자회사 설립 가이드라인을 공표하는 법제화를 추진하였다. 7월 22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친 다음 입법하겠다는 것이다.(보건복지부 홈페이지의 법령정보와 6월 11일자 보도자료 참조).

 

박근혜 정부가 개정하려는 시행규칙은 제한적으로 운영되었던 의료기관의 부대사업범위를 의료관광 분야(외국인환자유치, 여행업, 국제회의업무), 체육시설(수영장, 체력단련장, 목욕장, 숙박업), 의료기술 분야(장애인 보조기), 건물임대로 대폭 확대하였으며 부대사업은 의료법인이 아니라 다른 기관, 즉 자회사를 통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회사 설립과 부대사업확장이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

 

첫 번째 이유는 부대사업으로 건물임대업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임대업종에 대한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을 통해, 즉 몇 가지 금지하는 업종을 제외하고 병원내에 모든 업종 임대가 가능해진다. 현재도 대형병원 내에는 주차장, 장례식장, 커피 전문점, 식당, 빵집 등이 있다. 병원 안에 입점해 있는 매장 상품의 가격은 병원 밖에 비해 비싼 편인데 이는 대형병원들의 거대한 규모로 인해 병원 내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수요가 발생하고 병원은 높은 임대료를 책정하며, 이를 견뎌낼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입점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러한 상황인데 임대업이 허용되면 병원 내 공간은 임대료 수익을 창출하는 공간으로 변질해 환자와 병원 종사자들의 편의 시설, 쉼터들까지 사라지리라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정부가 허용하려는 부대사업은 목욕장업, 수영장업, 종합체육시설 등으로 환자와는 거리가 먼 영리, 상업시설이다. 만약 병원의 부대사업이 활성화되면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본업에서 벗어나 수익, 영리를 추구하는 의료복합기업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로는 자회사가 설립되고 부대사업이 확장될 경우 의료비가 증가하고 환자 부담이 커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지금도 의료기관들은 지하철, 메스컴, 인터넷 블로그마케팅 등을 통해 광고를 쏟아내고 있다. 자회사가 허용될 경우 수익이 목적인 의료기관과 자회사는 광고를 더 늘릴 것이고 이때의 광고비는 고스란히 환자 몫이 된다. 또한 불안한 환자 심리를 이용한 과잉진단과 과잉치료가 횡행하리라 예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급격히 증가하는 갑상선암, 우리나라에서만 많이 행해지는 척추디스크 수술, 인구에 비해 과도하게 도입된 CT와 MRI 장비는 현재도 과잉진단, 과잉치료가 만연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의료민영화와 상업화의 본고장인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영리병원이 성장하면서 비영리병원은 수익성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었다. 게다가 레이건 정부는 의료예산을 삭감하면서 비영리병원은 재정적 위기를 맞게 되었다. 비영리병원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일부 부서를 영리 자회사로 독립시켰으며 1985년 약 34%의 병원이 자회사를 설립하였다. 자회사의 사업은 의료기기의 판매, 임대, 보수, 주차장, 음식점, 세탁 서비스, 인력제공, 경영자문, 병원 소유 토지의 임대 및 판매업으로 현재 정부가 시행하려는 사업과 유사하다. 자회사를 설립함으로서 비영리병원이 기존의 자선적 모델에서 기업형 운영구조로 변화하게 되었다. 이렇게 미국의 의료는 점차 고비용, 기업화된 것이다. 의료 자회사 설립으로 인해 우리나라도 충분히 미국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최근 오바마 정부가 국민의료보험인 ‘오바마케어’를 점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점은 우리 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시사한다.


세 번째, 자회사를 통해서 의료의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다. 대형의료기관은 자회사설립을 통해 더욱 대형화되고 상업화되지만, 중소병원은 자본을 동원해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병원만 살아남을 것이다.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은 상업화된 의료기관에 환자를 빼앗길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런 위기의식으로 인해 올해 초 의사들의 집단휴진이 성사될 수 있었다.  현재도 KTX를 통해 지방에서 서울로 진료 받으려는 환자들이 많지만 자회사 설립을 통해 의료기관 양극화가 심해진다면 서울에 위치한 병원으로 환자 쏠림현상이 심화되어 의원(1차 의료기관) → 병원(2차 의료기관) → 종합병원 또는 대학병원(3차 의료기관)으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

 

네 번째, 영리자회사설립과 부대사업확장은 법적, 제도적 모순이 있다. 자회사 설립은 의료법인이 영리추구를 금지하는 의료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의료법에서는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료법인은 의료에 충실해야 하고, 법에서 정한 부대사업 이외에는 별도의 수익사업을 제한하고 있으며 의료법 하위법인 의료법 시행령에서 ‘의료법인은 공중위생에 이바지해야 하며, 영리를 추구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의료법 시행규칙에서는 부대사업을 음식점영업, 제과점영업, 위탁급식영업, 산후조리업, 의료기기 판매업 등 8개 항목으로 제한하고 있다. 의료기관은 환자의 치료라는 본연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공익적 성격을 띄며 지나친 영리추구를 막기 위해 부대사업을 하는 경우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법과 현실이 괴리가 있지만 법적으로나마 공공의료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보건복지부의 권한인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자회사설립, 부대사업 확대를 시도하다 보니 공익적 목적인 상위 의료법과 모순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기관인 국회 입법조사처조차 올해 1월 ‘영리 자회사 설립과 부대사업 확대는 의료법 개정사항’이라는 의견을 제시했을 정도이다. 7월 보건복지위원회 김용익 의원이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 내용이 위임입법(국회가 아닌 다른 국가기관에 의한 법규를 정립)을 일탈했는지 국회입법조사처에 문의한 결과 4명 중 3명의 자문위원이 숙박업, 여행업, 국제회의업 등 부대사업이 의료법상 위임규정을 일탈하였다고 의견을 내놨으며, 1명의 자문위원은 부대사업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만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의료법 시행규칙은 의료법의 공익적 성격을 무력화시킬 소지가 다분하기에 대다수 전문가는 의료법 개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난 6월 시민단체는 의료법시행규칙과 가이드라인의 의료법 위반을 지적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을 직무유기로 고발했다.


또한 정부의 시행규칙 개정안은 의료기관이 부대사업 이외의 사업을 하는 경우 자회사설립 가이드라인을 통해 제재한다고 하였다. 지정된 것 이외에 부대사업을 하는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의료법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법적인 효력이 없고 자회사 설립을 작정하고 밀어 붙이고 있는 보건복지부가 이런 강력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민영화의 문제점을 쉽게 표현한 그림.

                                       ⓒ 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이와 같이 자회사설립, 부대사업 확장은 의료기관의 수익 추구를 더욱 부추김으로서 의료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으며 민중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게다가 정부의 시행규칙 개정안은 현행 의료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재벌 소유 대형병원들의 이해관계가 있다고 분석된다. 대형병원은 브랜드파워, 늘 문전성시를 이루는 환자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정부에서 정해놓은 의료수가 및 언급된 의료법에 발목이 묶여 있어 수익 창출에 제도적인 제한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2008년 삼성경제연구소의 <유헬스의 경제적 효과와 성장전력>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의료기관의 영리행위를 허용하고 부대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정책을 제안하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제안대로 영리병원과 원격의료 허용을 시도했으나 여론과 의사협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것이 박근혜 정부 들어 이른바 ‘창조경제’라는 명목으로 다시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필연적으로 환자의 건강보다는 이윤추구가 목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의료자회사가 허용된다면 소수의 대형병원과 이들과 협력하는 재벌은 잇속을 챙길 수 있겠지만 대다수 민중들은 고가의 의료비, 높아진 병원 문턱에 시름만 더욱 깊어질 것이다. 미용의료의 성행, 넘쳐나는 의료광고, 과잉진단, 과잉치료 등 지금도 의료의 상업화로 몸살을 앓는 마당이다.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를 통한 부대사업범위 확대 방안은 전면 백지화해야 마땅하다. 오히려 의료보험 보장 범위 확대와 공공의료기관 확충 등 의료의 공공성을 더욱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posted by 더불어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