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패권이 흔들린다? 지난 반세기 이상 미국이 패권을 차지하면서 달러가 세상을 지배했습니다. 유일무이한 기축통화. 너무 당연해서 마치 공기처럼, 달러가 없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죠. 그런데 최근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면서 달러의 지배력에도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달러의 패권이 흔들린다는 몇가지 증거를 살펴봅시다.
변화하는 미국-사우디 관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각각 달러와 원유를 서로에게 제공하는 매우 끈끈한 관계였어요. 이 관계는 73년 오일 쇼크 이후 ‘석유 거래는 달러로만 한다’는 패트로 달러petro-dollar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에 틈이 보이기 시작해요. 일례로 지난주 사우디의 왕위계승 서열 1위인 빈 살만 왕세자가 브릭스 가입을 희망한다고 밝혔잖아요. 브릭스(BRICS)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가리키는데요, 세계 무역의 20%, 세계 인구의 41%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입니다. 특히 미국이 대립각을 세우는 중국과 러시아가 포함되어 있지요. 그래서 미국은 사우디 왕세자의 이번 발언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는 없겠어요. 빈 살만 왕세자의 이번 발언이 급작스럽게 나온 건 아닙니다. 올해 초부터 중국과 사우디가 석유 대금의 위안화 결제에 대해 활발히 논의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었고, 사우디의 전체 원유 수출 60% 이상이 중국에 수출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종합하자면 페트로 달러 시스템은 흔들리고 있습니다.
중-러는 더 밀착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의 원유 및 가스 수출을 제한하면서 러시아를 압박해 왔습니다. 그런데 러시아가 타격을 받았다기보다 오히려 유럽에 에너지 대란이 발생하고 있지요. 여기에 더해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더욱 더 밀접해지고 있습니다. 중-러는 그간 원유를 거래할 때 루블화와 달러로 결제했지만, 앞으로는 달러 대신 루블화와 위안화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이 러시아를 압박하려다가 달러 패권에 더 큰 균열을 만들어 버렸다고도 할 수 있겠어요.
달러 강세와 세계의 고통 미국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도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어요. 원-달러 환율은 역대 3번째로 낮다고 하고요. 한국만이 아니라 유럽, 일본 등 세계 각국이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힘겨워하고 있어요. 경기는 얼어붙었고, 빚은 늘었으며, 달러 강세 때문에 수입물가 상승도 어마어마하지요. 그럼에도 미국은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세계는 어느 순간 불만과 의문을 가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꼭 달러로만 국제 거래를 해야 할까? 다른 여러 통화를 바구니(통화 바스켓)에 담아놓고 적절히 사용한다면 급격한 경기 변동의 시기에도 충격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물론 달러 패권이 당장 무너진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더할 나위 없이 확고했던 달러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앞으로 달러 패권의 향방이 어떻게 될지 주시하면서, 우리도 실용적인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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