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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모음/더불어삶 시선

연재 - 한국 건설업의 현주소 <2> 편의점보다 건설업체가 더 많은 나라

by 더불어삶 2023. 10. 17.

편의점보다 건설업체가 더 많은 나라
2023년 7월 기준으로는 8만 9933개... 뿌리깊게 자리 잡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 시스템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에서 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아파트 시공 과정에서 들어가야 할 철근이 빠진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습니다. 이후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발주한 아파트 현장 중 15개 단지에서 상당수 철근이 누락되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철근 있는 아파트’를 홍보할 정도로 총체적 부실공사가 만연한 한국 사회.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길래 건설업계에서는 문제가 끊이지 않는 걸까요? 이 의문을 풀기위해 <더불어삶>은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간담회를 진행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 건설업의 현실을 지면에 정리했습니다.[기자말]


오늘날 한국에서는 어디를 가던 편의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2021년 기준으로 전국 편의점 개수는 5만2168개에 이른다(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그런데 이렇게 많은 점포 수 덕분에 접근성을 확보한 편의점 업종보다 훨씬 더 많은 업체 수를 자랑하는 업종이 있다. 바로 건설업이다. 건설업체는 2021년에만 총 8만 7509개, 2023년 7월 기준으로는 8만 9933개다. 
   


▲ 연도별 건설업체 수 ⓒ 더불어삶


주목할 점은 위의 그래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매년 건설업체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2023년 올해 2분기 전국 착공 면적이 전년 동기 대비 46.5% 줄어들었는데(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3221만3천㎡에서 1721만9천㎡으로 급감했다),건설업체 숫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늘어났다. 일감은 줄어들었는데 일하는 업체는 늘어나는 기이한 현실.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한마디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건설 현장에는 도급만 하는 페이퍼컴퍼니가 엄청 많아요."

불법 그자체, 페이퍼컴퍼니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산업에서 발주처-원청(종합건설업체)-하청(전문건설업체)-건설노동자로 이어지는 것 외의 도급은 불법으로 규정한다. 전재희 실장은 지난 4월 29일에 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의 건설과정을 예시로 설명했다.

"검단 아파트의 경우에는 LH가 발주자이고, GS건설이 원청업체입니다. 하청업체로 전문 건설업체가 몇 개 있었을 거고 그 밑에 건설 노동자를 고용하는 게 건설산업기본법상 합법적인 구조입니다."

건설업계의 페이퍼컴퍼니는 건설공사 수주만을 목적으로 회사를 설립한 곳들로, 단어 그대로 물리적인 실체 없이 서류 상에만 존재한다. '건설업 등록기준'에 미달하거나 건설업 관련 먼허를 불법 대여하여 등록하는 부적격 건설사업자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불법 하도급 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 

"이를 테면 100만 원이라는 돈이 있는데, 내가 10명에게 돈을 10만 원씩 주면 내가 가질 돈이 없죠. 근데 9만원씩 주게되면 10만원이 남고 그걸 내가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주는 돈을 8만원, 7만원, 더 적게 줄수록 내게 남는 돈이 더 많아지죠. 이게 도급이죠. 도급으로 돈을 쉽게 벌 수 있어서, 건설 현장에는 도급만 하는 페이퍼컴퍼니가 엄청 많아요."

설립 단계부터 불법과 편법이 난무하니 페이퍼컴퍼니가 끼어든 공사 시행 과정에서 부실시공과 안전사고가 부지기수로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일 테다. 정부와 지자체가 집중 고강도 단속을 벌여 페이퍼컴퍼니들을 적발하기도 하지만, 고강도 단속이 지속적으로는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오야지,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돌아가는 건설업

우후죽순 생겨나는 페이퍼컴퍼니도 심각한 문제지만, 건설업계가 '불법 다단계 하도급'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핵심 근간은 건설 노동자가 일자리를 구하는 구조에 기인한다. 

건설업 특성상 항상 공사 현장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건설업체는 필요한 시기에만 일할 사람을 구한다. 그러면 건설 노동자는 어떻게 일을 구할까? 건설근로자공제회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팀·반장의 인맥'이 84.2%로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다. '유료직업소개소'(5.5%), '공공 무료직업소개소'(4.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팀·반장의 인맥'은 주로 '오야지'로 불리는 팀장을 통해 이뤄진다.
 

▲ 건설 노동자 구직경로 
ⓒ 더불어삶


[건설산업기본법] 발주처-원청(종합건설업체)-하청(전문건설업체)-건설 노동자
[현실] 발주처-원청(종합건설업체)-하청(전문건설업체)-오야지-건설 노동자

위의 단계를 거쳐 일자리를 구하게 되는 경우, 건설 노동자가 받아야할 임금의 상당부분은 오야지 또는 불법 하도급 업체에 가게 된다. 중간에서 임금을 떼이는 걸 보고도 노동자는 일감을 구하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참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법 다단계 하도급' 시스템은 건설업계에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

"9만 개 가까이 되는 건설업체 숫자 자체가 충격적입니다. 전체 건설 노동자 숫자를 대략 200만 명으로 봅니다. 건설업체 하나당 22명만 건설 노동자를 고용하면 모두 직접 고용을 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건설 노동자들은 직접 고용이 아니라 도급 받은 중간 도급업자에 매여 있습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건설업의 '불법 다단계 하도급 시스템'을 없애고 건설 노동자가 건설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왔다. 다음편에서는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를 클릭하세요~

 

편의점보다 건설업체가 더 많은 나라

2023년 7월 기준으로는 8만 9933개... 뿌리깊게 자리 잡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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