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삶의 시선 👀
전세사기를 “지구 끝까지 추적”한다는데…
정부 책임과 근본 대책은 실종?!
최근 대전에서 적발된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 피해 가구가 2,563가구에 달하고 피해 금액은 2,500억이 넘습니다. 부동산 임대업체 대표 A씨는 지난 2020년 3월부터 갭투자로 다가구주택을 구입하고 기존 월세계약을 전세로 전환해 선순위 임차보증금을 속이는 수법으로 155세대 16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또 A씨는 자신의 동생과 지인을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으로 채용해 유령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했다고 해요.
뒤이어 수원에서도 부동산 임대업자 정모씨 일가의 전세사기 사건이 터졌어요. 피해 금액은 확인된 것만 800억원 이상이고 760여 가구에 피해가 예상됩니다. 정씨 일가족은 2021년부터 2022년 사이 개인 및 법인 명의로 부동산을 공격적으로 사들였는데, 근저당이 있는 건물을 모두 전세로 내놓아 수백 건의 임대차 사기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던 아들 정씨가 피해자들을 안심시켜 가며 그 계약을 진행했다고 해요.
이렇게 하반기에도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연달아 터지자 윤석열 대통령도 입을 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30일 생중계되는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전세사기는 피해자 다수가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로, 미래 세대를 약탈하는 악질적인 범죄"라면서 "지구 끝까지 추적해 처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전세사기 재산범죄를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특경법 개정안 처리를 서둘러 달라고 국회에 당부했습니다. 아마도 윤 대통령은 내년 총선을 의식해서 "약자"를 위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특경법만 개정하면 해결되는 걸까요? 무자본 갭투자 사기사건은 앞으로 몇 건이 더 터질지 모르는데요? 또 고금리가 장기화하고 주택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하면 깡통전세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최근 주택 매매가격은 상승을 멈추고 전세가격은 아파트 중심으로 상승하면서 다시 갭투자 조짐이 보이는데요? 올 상반기에 인천 등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처벌 강화를 외치는 걸까요?
전세사기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는 문제 해결의 하나의 측면일 뿐입니다. 전세사기의 재발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법, 제도 개선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관련 논의조차 제대로 된 게 없습니다.
지난 5월,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전세사기와 갭투자의 문제 등을 거론하며 "전세제도가 이제 수명을 다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방안을 올려놓고 근본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원 장관은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아 말을 바꿨습니다. "사회에 뿌리내린 제도가 생긴 데는 참여자들의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전세 제도를 개편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습니다. 언론과 '부동산 전문가'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고 물러선 것입니다. 그 이후에 정부가 시행한 제도적 대책은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소액임차인'의 범위를 조금 확대한 것과,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납세증명서 등의 정보를 요청할 권한을 부여한 것, 보증보험 전세가율 한도를 100%에서 90%로 낮춘 것, 안심전세 앱을 만든 것 등 소소한 것들밖에 없었습니다.
사기 계약으로 임차인의 전재산일 가능성이 높은 보증금을 탈취하는 것, 혹은 임차인에게 받은 보증금을 이용해 갭투자를 하면서 위험은 임차인이나 사회에 떠넘기는 것, 어느 쪽이든 임차인의 주거권과 재산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사회악입니다.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을 LTV 비율과 동일하게 주택가격의 60% 이하로 제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갭투자의 유인을 없애기 위해 임대사업자의 세금 특혜를 폐지하고 보유세와 임대소득세를 강화하는 방향의 세제 개편도 병행할 수 있습니다.
이번 수원 전세사기 사건의 경우 '공동담보'와 '쪼개기 대출'이라는 수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피해 임차인들이 계약 전에 해당 호수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다 하더라도 위험의 전부를 인지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자신이 임차할 세대만이 아니라 그 건물의 모든 세대에 대해 다 등본을 떼어보는 세입자가 과연 있을까요? 이 경우를 보더라도 특경법만 강화하면 될 문제가 아닙니다.
이번 수원 전세사기 사건의 경우 '공동담보'와 '쪼개기 대출'이라는 수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피해 임차인들이 계약 전에 해당 호수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다 하더라도 위험의 전부를 인지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자신이 임차할 세대만이 아니라 그 건물의 모든 세대에 대해 다 등본을 떼어보는 세입자가 과연 있을까요? 이 경우를 보더라도 특경법만 강화하면 될 문제가 아닙니다.
윤석열 정부는 얼마 전까지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내리고 DSR 우회 대출도 시행하면서 '빚 내서 집 사라' 정책을 펼치다가, 뒤늦게 은행들을 질타하면서 가계대출 관리에 나섰습니다.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반성도 없었습니다. 전세사기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 부양에만 힘쓰고,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은 외면하다시피 하고, 근본적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었던 정부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지구 끝까지 추적해 처단"하겠다는 엄포만 있습니다. 이것은 정책의 변화도 아닙니다. 기존에도 정부의 입장은 전세사기 처벌 강화였습니다. 윤 대통령의 전세사기 발언이 아무런 울림을 주지 못하고 마음만 더 답답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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