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모음/더불어삶 시선

[시선]블랙리스트로 노동자 통제와 쉬운 해고, 쿠팡은 사죄해야

by 더불어삶 2024. 2. 22.

 

 

더불어삶의 시선 👀

 

블랙리스트로 노동자 통제와 쉬운 해고, 쿠팡은 사죄해야

쿠팡이 최소 16,450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서 관리해왔다는 사실이 한 언론사의 탐사보도로 밝혀졌습니다. 무려 16,450명입니다. 쿠팡 내부의 관리자들만이 아는 기준으로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하고 '영구채용 불가' 등의 지침을 시행해 왔습니다.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쿠팡은 몇 가지 특정 사례를 들어 블랙리스트 작성은 '안전한 사업장 운영'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16,450명 모두에 대해 납득가는 해명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오히려 블랙리스트를 작성해왔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입니다. 

무엇보다도 쿠팡 블랙리스트는 쿠팡이라는 기업이 노동자를 통제하고 쉽게 해고하기 위해서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해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 사이에서 이미 블랙리스트의 존재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합니다. 계속 쿠팡에서 일하려는 사람들은 혹시나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갈까, 관리자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사소한 행동까지 검열합니다. UPH(시간당 생산량)이 낮아지지 않도록 무리해서 일하고,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까지 신경쓰게 됩니다. 관리자가 부당한 요구를 해도 항의하기 어렵습니다. 노동환경에 대한 개선 요구조차 입 밖으로 내기가 쉽지 않게 됩니다.

쿠팡 물류센터는 휴게시간 없는 노동으로 유명합니다. 여름철 폭염에도 에어컨 바람을 쐬지 못하고 일합니다. 일하다가 사람이 쓰러지고, 죽어도 쿠팡은 사과 한마디 없습니다. 참다 못한 쿠팡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쿠팡의 노동현실을 폭로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활동해왔습니다. 노동조합원들이야말로 쿠팡 물류센터라는 일터에 애착을 가지고 '안전한 사업장 운영'을 위해 가장 애쓰는 사람들이지만, 이들 역시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었습니다.

쿠팡은 누구나 언제든지 일할 수 있다며, 채용 절차를 최소화한 것을 자랑으로 내세웁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비용 절감'이라는 쿠팡의 목표가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를 토대로 '출근 확정 거부'(일용직)와 '재계약 무기계약 전환 거부'(계약직) 등 쉬운 해고를 일삼았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누가 뭐라고 변명해도 불법은 불법입니다. 근로기준법은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ㆍ사용하거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되며(법 제40조 취업 방해의 금지), 위반 시 행위자뿐만 아니라 사업주까지 처벌하도록 규정(동법 제107조 벌칙, 제117조 양벌규정)하고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명부!) 작성 자체가 불법이라는 거죠. 게다가 블랙리스트 사유에는 '일과 삶 균형', '자기개발', '육아 및 가족돌봄', '군입대'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상당수 기재되어 있습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블랙리스트에는 언론사 기자들도 대거 포함되었습니다. 쿠팡의 참담한 노동현실을 취재하여 보도한 기자들은 기사가 나온 직후에 바로 블랙리스트에 올라갔습니다. 심지어 쿠팡에서 일한 적도, 쿠팡 관련 기사를 작성한 적도 없는 사회부 기자들의 개인정보도 다 올라가 있습니다. 쿠팡은 사회의 부조리한 곳을 적극 취재하여 사람들에게 알리는 언론 본연의 역할과 자유롭게 취재할 언론의 권리마저 막겠다는 걸까요? 

이번에 폭로된 블랙리스트는 낮은 상품가격, 빠른 로켓배송, 고용 창출이라는 홍보문구 뒤에 잘 보이지 않던 쿠팡의 진짜 모습을 보여줍니다. 블랙리스트의 암호명은 '대구센터'. 2020년 과로사로 사망한 장덕준 님이 일했던 곳입니다.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해 애쓰는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대구센터'라는 암호명이 어떻게 다가올까요? 

쿠팡은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국민과 노동조합 앞에 사죄해야 합니다. 그리고 고용노동부는 즉각 쿠팡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나서야 합니다. 블랙리스트 작성, 관리 및 취업 방해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낱낱이 조사해서 밝히고 쿠팡에게 응당한 책임을 지워야 유사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시민단체 더불어삶에서 만듭니다

진보적 민생경제 뉴스레터

더불어레터

  이메일 구독하러 가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