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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모음/더불어삶 시선

[시선]거품 경제의 역사 훑어보기

by 더불어삶 2024. 1. 15.

더불어삶의 시선 👀

거품 경제의 역사 훑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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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사태의 파장이 계속되고 있어요. 그동안 쌓이고 쌓인 부동산 거품(버블)이 이제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겠죠. 이와 관련해서 세계 경제사 속의 유명한 거품 사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 1636년 네덜란드 튤립 거품
16세기에 튤립이 오스만 제국에서 유럽으로 처음 전해졌을 때, 네덜란드의 귀족들은 튤립의 우아한 아름다움에 반했어요. 너도나도 튤립 알뿌리를 사려고 몰려들었지요. 당시 세계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였던 네덜란드에서는 곧 튤립이 투기 대상이 되었어요.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나자 점점 많은 사람들이 튤립 사재기에 동참했지요. 튤립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고요. 1634년 무렵에는 거의 모든 네덜란드 국민이 생업을 중단하고 튤립 투기에 매달려, 다른 상공업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튤립 거품의 끝은 무엇이었을까요? 1637년의 어느 날, 갑자기 튤립 알뿌리를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지면서 가격이 추락했어요. 투기에 가담했던 사람들은 하룻밤 만에 막대한 손실을 입고 파산하기도 했죠. 이 사건은 인류 역사에서 처음 일어난 거품 사건으로 꼽혀요.  

◈ 1720년 프랑스의 미시시피 거품
루이 15세 시대 프랑스는 존 로(John Law)라는 금융업자에게 재정에 관한 책임을 맡겼어요. 존 로는 중앙은행을 설립해 화폐(지폐)를 충분히 공급하기만 하면 일자리가 늘어나 경제가 잘 돌아가고 국가의 적자재정 문제도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1717년에 존 로는 ‘미시시피 회사’를 설립해 공개적으로 주식을 발행했고, 나중에 ‘인도 회사’로 회사명을 바꾸면서 그 회사의 주식을 구입하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사람들에게 약속했어요. 주가를 올리기 위해 지폐 발행량도 2배 이상 늘렸어요. 그러자 프랑스 전체에 주식투자 열풍이 불었지요. 1719년 4월에 액면가 500리브르였던 주식 가격은 반년 만에 1만8000리브르까지 폭등했어요. 그러나 지폐가 너무 많이 유통되자 물가가 상승했고, 나중에는 투자자들이 신뢰를 잃게 되어 인도 회사의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어요. 결국 존 로는 주식의 평가절하를 선언했습니다. 

◈ 뉴턴도 당했다, 영국의 남해 거품
프랑스 미시시피 거품과 거의 같은 시기, 영국에서도 역사상 최초의 주식투기 사건이 발생했어요. 1711년 영국 재정대신이었던 로버트 할리가 의회의 승인을 받아 ‘남해 회사’를 설립하고 1000만 파운드어치 주식을 발행했어요. 대신 영국 정부의 고민거리였던 단기외채를 모두 떠안아 관리하기로 했지요. 그 무렵 런던에서는 남해 회사의 주식에 100파운드만 투자하면 해마다 수백 파운드를 벌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어요. 남해 회사의 주가는 주당 120파운드에서 200파운드로, 나중에는 1000파운드까지 올라갔고요. 런던 증권거래소는 종일 마차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해요. 또 남해 회사 외에도 갑자기 수많은 회사들이 설립되어 저마다 주식을 발행하고 투기를 부추겼어요.
투기가 극에 달했을 때, 프랑스에서 미시시피 거품이 꺼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어요. 투자자들의 손실은 어마어마했고 전재산을 날린 사람도 많았죠. 이때 위대한 과학자 뉴턴도 2만 파운드라는 막대한 손실을 봤다는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 바이마르 공화국의 하이퍼인플레이션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쟁의 폐허 속에 탄생한 바이마르 공화국은 거액의 전쟁 배상금에 짓눌리고 있었어요.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던 정부는 지폐를 대량으로 발행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지요. 화폐 유통량이 급증하자 물가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올랐겠지요? 몇 년 만에 독일 마르크화 가치가 무려 1조분의 1로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했어요. 아침에는 별장 한 채를 살 수 있었던 돈으로 저녁에는 빵 한 조각밖에 사지 못할 정도였어요.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독일인들은 일해서 벌어들이는 돈과 그동안 저축한 돈의 가치가 모두 폭락하는 바람에 생계 유지가 어려워졌죠. 고리대금업자와 투기꾼, 기업가들만이 재난을 기회 삼아 큰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이 하이퍼인플레이션과 경제난 속에서 히틀러의 나치당이 집권해서 전 세계를 혼란으로 몰아넣게 되었답니다.

◈ 1929년 미국의 경제 대공황
1929년 10월 24일은 ‘검은 목요일’로 불립니다.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증시 대붕괴가 이날부터 1932년까지 이어졌거든요. 
미국 역사에서 1920년대는 최대의 호황기였어요. 거듭된 성장은 주식 투자 열풍으로 이어졌는데,  신문과 텔레비전의 모든 뉴스도 주식이 독점할 정도였다고 해요. 주식투자로 불로소득을 얻을 때의 짜릿한 쾌감은 사람들에게 광기를 불러일으키고, 착실하게 월급을 모아 가정을 꾸린다는 경제관념은 구태 취급을 받았어요. 그런데 1929년 10월 24일, 1100명에 달하는 뉴욕 증권거래소 회원이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매도 주문을 냈어요. 몇 분 사이에 160만 주가 헐값에 팔렸고, 이후 미국 산업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되어 대공황이 일어났습니다.

◈ 1991년 일본의 부동산 거품
1950년대부터 약 40년 동안 일본의 경제 성장은 거침이 없었어요. 일본의 자동차, 가전, 반도체가 세계 시장을 휩쓸었지요. 그러나 1985년 미국이 주도한 ‘플라자 합의’로 달러화가 평가절하되자 일본산 제품의 수출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일본 정부는 내수 부양을 위해 금융 규제를 완화하고 저금리 정책을 시행했지요. 통화량이 급증하자 증시와 부동산으로 막대한 자금이 흘러들어갔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은행에서 대출받아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했어요. 현금이 넘쳐나니 명품과 사치재도 유행했지요. 그러다가… 1990년대 초 금리 인상과 함께 일본경제의 거대한 거품이 급격하게 꺼지고 말았어요. 주가가 제일 먼저 하락하고, 다음으로는 건설업체들의 줄도산이 이어졌어요. 빈집과 유령도시가 생겨났고, 금융기관들도 부실채권을 감당하지 못하고 도산했습니다. 그리고 거품 붕괴의 여파로 일본은 30년 이상의 장기 침체를 맞이했습니다.

◈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00년 닷컴버블(이것도 거품이었죠)이 붕괴한 이후 미국 연준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했습니다. 1% 초저금리가 유지되자 자금이 풀리고 부동산 과열이 왔어요. 미국인들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 시작했어요. 이때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저소득층, 즉 비우량(서브프라임) 고객에게 부동산 담보대출을 제공한 것이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니 사람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안정적인 수익 모델이라고 착각하고 있었어요. 게다가 금융업체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이용해 CDO, CDS 등의 파생상품들을 만들어내 투자자들에게 판매해서 위험을 떠넘겼지요.
버블 붕괴는 2004년에 시작되었어요. 연준에서 인플레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저금리 기조를 바꾸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가격도 급락했어요. 2008년 5월부터는 베어스턴스, 리먼브라더스,  AIG 등 금융 대기업들이 차례로 무너졌어요. 사태는 나비효과를 일으켜, 그해 겨울 다른 선진국과 개도국의 주식시장에서도 주가 대폭락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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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내용은 <서킷 브레이커>(류샤 지음, 허유영 옮김, 두리미디어, 2009)라는 책에 수록된 15가지 버블 사례 중 비교적 잘 알려진 것들을 선정해서 요약한 것입니다. 서로 별개의 사건들이지만 놀라울 만큼 비슷하기도 하죠? 

경제에 거품이 끼었던 사례들에서 몇 가지를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 역사 속의 거품은 대부분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었어요. 이처럼 자산시장에서 거품이 발생하면 사람들이 성실하게 일하는 대신 불로소득을 추구하게 되겠지요. 둘째, 거품은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켰어요. 거품이 한창일 때는 다들 주가(또는 집값, 땅값, 튤립값…)가 계속 오를 거라고 굳게 믿었던 거죠. 셋째, 모든 거품은 꺼진다는 겁니다. 역사 속의 거품 중에 영원히 지속된 것은 없었어요.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자산가격이 폭락한 경우도 있었고요. 그렇게 거품이 꺼지고 나서야 그게 거품이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도 했어요. 

어떤 경우든 거품이 꺼지게 되면 경제 전반에 큰 피해를 입힙니다. 무리한 투자를 했던 개인과 기업들이 파산하고 금융권도 휘청거리지요. 그동안 한국의 자산시장, 특히 부동산 시장에도 막대한 거품이 형성되었는데 그 거품이 꺼질 조짐이 보입니다. 그동안 누군가는 자산가격 폭등으로 이익을 누렸는데, 앞으로 발생할 피해는 누가 떠안아야 할까요? 지금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해서 거품을 유지시켜 보려는 방향인데, 그것은 과연 타당한 방향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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