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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작은강연회 -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 들여다보기

by 더불어삶 2015. 10. 17.

   지난 913일 노사정 합의안 발표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이 다시금 뜨거운 화제입니다. 새누리당에서는 이미 노동개혁 5대 법안을 내놓고 연내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지요. 이에 더불어삶은 지난 10월 9일, 교대역 토즈에서 정부 노동개혁의 문제점에 관한 설명을 들어봤습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 소속 정준영 변호사께서 함께 자리해 주셨죠. 변호사님이 새누리당이 제출한 법안들의 문제점을 주로 설명하고, 중간 중간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거나 질문을 던졌습니다. 

 



  9.13합의안에서 우리가 제일 먼저 살펴본 항목은 '쉬운 해고'였습니다. 대기업의 정규직들이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 해고가 되지 않으니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해고는 이미 너무나도 쉽다는 것을 정변호사가 지적했습니다. 한 참가자가 대표적인 예로 KT의 인력퇴출 프로그램을 제시했습니다. KT는 민영화 이후로 수천 명의 노동자를 해고했습니다노조활동 등으로 사측의 눈 밖에 난 사람에게 명예퇴직과 희망퇴직을 강요했습니다퇴출대상자에게 새로운 업무를 맡겨 실적 저하를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해고는 KT가 연간 수천억 원 대의 영업 이익을 내고 있을 때 발생했습니다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한다는 근로기준법 조항은 깡그리 무시되었습니다.

(출처: 민중의 소리, "저성과자 해고, KT 사례 들여다 보니...")

 

  비단 KT뿐만 아니라어떤 회사에서도 해고는 이미 쉽습니다정변호사는 KT의 사례에 더하여 이미 이마트에서도 성과 낮은 사람들은 소위 ‘C플레이어’ 제도를 도입하여 해고해왔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그런데 정부가 일반해고의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불법의 소지가 높은 이런 해고들도 합법이 됩니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너는 저성과자다!’ 라고 낙인찍는 것은 인권침해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었습니다한 직장인 참가자는 성과평가제 하에서 개인평가 위주로 가게 되면 팀워크를 해치고 결과적으로 능률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습니다지금까지의 기업들의 행태를 볼 때저성과자를 해고하면 그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울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두 번째로 정 변호사는 취업규칙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취업규칙은 회사에서 정한 사내규칙으로, 통상 근로계약은 간단하게 맺는 대신 대부분의 중요한 사항(임금, 노동 시간 등)을 취업규칙에 넣는다고 합니다. 본래 근로기준법 제 941항에는 이 취업규칙이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될 경우, 과반수 노조의 동의(노조가 없을 경우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9.13 합의에는 정부가 가이드라인 제정이라는 방법으로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한다는 내용이 들어갔습니다. 원래는 노조가 없을 경우 과반수 노동자의 찬성을 얻어야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을 근로자대표로 지정하여 사측과 협의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업에서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은 경영진의 친인척이거나 사측과 가까운 인물들입니다. 

 

   이렇게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기가 쉬워지면, 기업과 정부는 임금피크제와 성과중심 임금제 개편을 시도할 것이라는 설명이 계속되었습니다. 정부에서는 임금피크제의 명분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기업에서 기성세대들에게 임금을 덜 주는 대신 청년들을 고용하겠다는 것입니다부모 임금을 깎아서 청년 세대에게 나눠주겠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한 참가자는 조삼모사나 다름없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다른 참가자는 선진국에서 임금피크제가 실시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는데, 고령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깎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한창 돈이 많이 필요할 때인 40~50대 때 높은 임금을 보장받는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합니다. 설령 그런 식으로 부모들의 임금을 깎아서 청년 일자리가 마련된다 해도 인턴이나 비정규직 등의 불안한 일자리일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정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임금피크제와 관련해서, 임금이 좀 깎이더라도 정년을 늘리는 판결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임금을 적게 받더라도 더 오래 일할 수 있으면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아닌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임금피크제를 통해 정년이 늘어난다고 해도, 나이 든 분들에게 젊은 세대와 같은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성과가 높게 나오기는 쉽지 않은 법입니다. 결국 성과평가를 통해 해고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정변호사는 지적했습니다.

 

(출처: 한겨레)

 

   세 번째로 기간제법파견법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지금까지 2년이었던 기간제 기한을 최대 4년으로 늘리고, 파견 허용 범위를 대폭 늘린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계약직 최대 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난다고 해서 청년들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하는 참가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이건 상식이잖아요!)정변호사는 이미 비정규직을 쓰다가 2년이 되기 하루 전에 전원 해고시키고 다시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현실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비정규직 2년의 기한을 채우면 정규직 채용을 해야 하는 기간제법을 피하기 위함입니다. 2년이 4년이 된다고 이런 현실이 개선될 리가 없다는 지적입니다.

 

   다음에는 파견과 도급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정변호사는 우선 도급과 파견을 정의하는 것으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도급은 이를테면 건물 하나를 짓는 것처럼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합니다. 따라서 일반인도 도급을 줄 수 있습니다. 반면 파견의 경우 파견업체는 사람만 보내고, 사람에게 일을 시키는 건 사용자가 하게 됩니다. 현재 파견법에 따르면 파견으로 인정된 노동자가 2년 이상 어떤 회사에서 일을 하면 그 원사업주가 고용의 의무를 지닙니다. 따라서 정규직 고용을 원치 않는 사측은 파견이 아니라 도급이라고 우기게 됩니다. 정변호사는 현대차,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대법원에서는 이들을 파견이라고 인정했지만 이 회사들은 나몰라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변호사는 이번 합의안이 새누리당의 5대 법안을 통해 법제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법안에는 실질적인 불법파견인데도 파견으로 인정되기 어렵게 만드는 내용이 담겨 있더군요. 새누리당 법안의 의도는 근로기준법 제5(근로자파견대상업무 등-근로자파견사업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 기술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로서 대통령이 정하는 업무를 대상으로 한다.)에서 밑줄 친 부분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불법파견의 천국인 나라에서 이런 법이 만들어진다면 파견과 비정규직이 어마어마하게 확대되겠죠.  

  

   정준영 변호사님의 설명회가 끝나고 난 뒤에는 더불어삶에서 준비한 <노동개악 쉽게 보기>라는 제목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을 둘러싼 이런저런 사실관계와 통계를 살펴보는 순서였습니다.

 

경제위기를 빌미로 노동자에게 양보를 강요하는 정부측 주장을 반박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더군요. 한국의 기업들은 전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높은 이윤을 쌓아왔습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30대 재벌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은 지난 7년간 두 배 이상 증가한 551조원이며, 그 중 약 170조원이 삼성전자 한 곳에 쌓여 있습니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여전히 힘들다고 엄살을 피우면서 비정규직과 파견을 늘리고 국내 투자는 소극적으로 늘리거나 오히려 줄여왔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이런 기업의 엄살에 발 맞춰서 기업에게 끊임 없는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발표된 노사정 합의안은 일방적으로 기업들의 요구만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내수가 부진하다면서 가계소득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기는커녕 오히려 임금을 깎는 쪽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그래서 지금의 여론도 노사정 합의안에 대해서 호의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정부는 이번 노사정 타협안이 서민을 위한 개정안인 것처럼 이미지 광고만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고는 쉽게 하고, 임금은 적게 받고, 실업급여도 적게 받고, 일하는 시간은 늘어나는 이런 개정안이 어떻게 서민을 위한 개정안인지 우리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작은 강연회는 시기적절하고 유익했던 것 같습니다. 중간중간 까다로운 용어와 법률 조항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참가자들 모두가 박근혜표 노동'개혁'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더불어삶에서 앞으로 준비할 '노동개악 반대! 하루 실천'에도 많은 분들이 동참하기를 바라며 후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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